[ 직장인 필살기 ; 스토리라이팅 (4)]

비즈니스 문서의 스토리라이팅 5가지 미션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에서 태어난 수학자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기초를 세웠다. 이집트 왕이 수학을 배우다가 기하학이 너무 어려워 쉽게 배울 수 있는 왕도(王道)가 없냐고 묻자, 유클리드는 왕도가 없다고 대답하면서 아무리 왕일지라도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수학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글쓰기에도 왕도는 없을까? 글쓰기 실력이 하루아침에 좋아지기는 엄밀히 말해서 사실상 어렵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정직한 답변이다. 그럼에도 날마다 뭔가를 쓰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인 직장인들은 어쩔 수 없이 자꾸 지름길이 없을까 찾게 된다. “일주일 만에 5kg 감량” 같은 홍보문구를 걸고 속성으로 비만탈출을 외치는 업체에 혹하는 것처럼, 읽은 게 없고 생각도 안 하고 써본 적은 더더욱 없는 사람이 운동 안하고 체중감량 하고 싶은 사람처럼 글쓰기 ‘비법’에 더 목마르다.

비법은 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글쓰기에 도전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뭔가 찾아 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대로 꾸준히 하는가 안 하는가 하는 일만이 글쓰기 성패를 좌우할 뿐, 그 방법 자체가 틀렸거나 나쁜 건 아니다. 그 방법대로 계속 훈련하면 결국 잘 쓰게 된다.
이에 여기서도 스토리라이팅을 통한 글쓰기 방법을 제시해본다. 직장에서 많이 쓰는 형식의 글을 스토리를 가지고 완성시켜보는 것이다. 스토리라이팅에서 글을 정말 쓰기 시작하는 건 막상 맨 마지막 단계다. 쓰기 전의 단계에서 이미 쓸 내용이 모두 정리되기 때문이다. 충분히 사전 단계에서 이야기를 발전시키면 문서화는 시간문제다. 쓸 내용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스토리라이팅의 미션이다. 다음 다섯 가지 단계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자기 생각을 발전시키고 정리해보자.
1단계 꿈꾸는 집을 상상하라 : 기획의 방향을 결정하고 큰 그림을 그린다
픽션 만드는 한 아마추어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는 너무 힘든데 촬영이나 편집할 때는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큐는 반대로 기획할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것들이 이리 저리 넣어보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까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까 하면서 자기가 영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구체화시키면서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생각이 엉뚱한 샛길로 빠져 주제를 잊는 경우도 있지만 그 엉뚱한 생각도 때로 요긴하게 써먹을 때가 있다고 한다.
기획서를 쓰는데 영 안 써진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에 어떤 완성된 그림이 없으니 쓰면서도 자주 계속 안 풀리는 것이다. 잘 쓰기 위해서 펜을 잡고 책상에 앉는 것이 먼저가 아니란 말이다.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가 성장하여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의 앞뒤를 맞추어 구조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을 때까지 생각이 충분히 무르익어 열매가 맺을 때 그때 문서화하는 것이 맞다.
언제부턴가 기업 구인광고 자격 조건란에 ‘제안(기획)서 작성 및 프레젠테이션 가능한 자’라고 명시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취업준비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이 이 말이 워드프로세서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기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사고 능력과 함께, 그것을 타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능력이다.
자기는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꽤 괜찮은 기획서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동료를 설득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한 마디로 말하면 그 기획서가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결론에 합리적인 논리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하는데,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분명히 밝히고 나아가 그 방향과 목표를 위해 즐겁게 일하도록 만드는 ‘재미있는 기획서’가 돼야 한다. 차라리 논리적인 설득력은 좀 부족하더라도 내적인 공감, 즉 사람의 마음 어느 한 구석을 탁 치는 어떤 것을 끌어내야 성공한다.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야 팀원의 적극적인 액션도 기대할 수 있다.
뭔가 일을 도모할 때 “일단 기획서를 보내주세요. 한번 보고 말씀 나누도록 하지요”라는 말까지는 쉽게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 하지만 기획서 검토 후 정말 진지한 만남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내 기획서에 어디가 문제란 말인가? 크게 흠 잡을 데는 없을지 모른다. 문제는 없지만 건질 만한 이야기도 없는 게 문제다.
도형들과 아이콘, 뻔한 도식화로 가득하지 않은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이것저것 커닝해가며 기획서를 ‘찍어내진’ 않았나? 이런 기획서일수록 온갖 도식, 도형, 도표로 화려하게 치장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요즘 기획서들은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한 슬라이드 편집형태가 대부분이라 화려하게 만들자면 얼마든지 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감동’과는 거리가 멀기 쉽다.
이럴 바에는 도표 속에 갇힌 몇 줄짜리 단문보다 어쩌면 차라리 소박하게 워드프로세서로 간단히 정리한 문장 중심의 기획서가 더 나을지 모른다. 스토리라이팅 비즈니스 문서도 이런 이런 틀을 조금은 벗어난 양식을 염두에 두면 조금 더 자유로운 기획이 될 것이다.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하려면 글의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게 좋다. 기획서나 제안서 같은 비즈니스 문서를 많이 다루어본 프로 직장인들은 잘 훈련된 방법론을 통해 안정적인 기획서를 내놓는다. 하지만 안정적인 만큼 조금은 ‘뻔한’ 대안을 내놓는 일도 다반사다. 반면 그야말로 뭘 모르는 신입들이 오히려 대담하고 참신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기획서에 구현하는 경우도 많다.
큰 종이 하나에 마인드 맵을 그리든, 그림이나 도표를 그리든, 그냥 생각의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매기든 자기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종이에 남기며 간다면 좋다. 출발은 가벼워야 한다. 끝까지 가벼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출발부터 무거우면 끝까지 가볍기가 더 어렵다. 스스로 이 기획을 즐겨야 가벼워진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좋은 기획력이 샘솟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기 도취도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감이다. 기획서의 쓸 때는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도취하는 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획서를 보며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조차 반신반의하고 자기 자신조차 긴가민가 하며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획서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겠다는 건 어쩌면 망상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전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부터 내 기획서에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 앞에 내놓는 일이 설레야 다른 사람도 그런 감정에 조금이라도 젖어들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만족스럽게 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부터 문제다. 다양한 발상법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두뇌가 매끈하게 움직이도록 자꾸 훈련해야 능력도 향상된다. 모든 상식과 논리 고정관념, 선입관을 접어놓고 다양한 생각을 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은 조금 보류한다. 질 좋은 것만 합격시키기보다 우선은 쓸데없는 생각 같아도 되도록 양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좋다.
아이디어 도출 과정 5단계
1. 아이디어의 주제를 정한다
2. 주제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가능한한 많이 생각해서 적는다
3. 뽑은 아이디어를 응용, 수정, 확대, 결합, 재배치, 역발상 같은 것을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의 가치를 뻗어본다.
4. 이 모든 아이디어를 실현가능성 없는 것은 과감히 가지치기한다.
5. 글을 쓸 때 필요한 아이디어만 고른다.



기획의 첫 번째 미션은 도출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머릿속에서 큰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치밀하게 기획하고 작은 일까지 세심하게 챙길 필요는 없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져올 결과나 변화까지 담되, 완벽하게 논리적이지 않아도 좋으니 처음부터 끝을 한번 상상해보는 것이다. 새로 착수할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단계라면 이 정도의 생각 수준에서 기획서를 만들어도 괜찮다.
기획을 통해서 어떤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지 마음 속에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기획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사용자들은 어떤 가치를 누릴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회사는 이것을 통해서 어떤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 기획을 왜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이런 스토리를 버니스 매카스 박사의 4MAT으로 풀어보면 효과적이다.
4MAT란?
1단계 Why   그것을 왜 해야 하나?
2단계 What  상대방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3단계 How   그것의 원리와 세부적 내용은 어떠한가?
4단계 If      만약 이것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주의할 점은 너무 창의적인 발상에만 초점을 맞춰서 아이디어만 좋고 현실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는 곤란하다. 아무리 좋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회사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는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아이디어 제시는 소모적인 논쟁과 억측만 키운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다각적인 고려와 충분한 생각의 숙성이 필요하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현재 우리 회사의 여건을 고려할 때 실행이 가능한지, 구현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고 제안을 해야 한다.
물론 비판 역시나 이같은 실행의 관점 그리고 대안을 고려하며 해야 한다. 하지만 실현될 수 없다고 아이디어의 발상을 막을 필요는 없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현 가능성과 비용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다. 다만, 그것을 실현이라는 필터링을 거쳐 기획으로 정돈이 되는 과정까지 가면 까다롭게 해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비용이나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 직장인 글쓰기의 어려움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전미옥의 스토리라이팅 2014년 8월 출간 -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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