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이성과 감성이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이성적 판단을 더 많이 하는 사람, 감성적 직관으로 더 많이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두 가지를 자로 잰 듯 똑같이 나눌 수 없다면 어느 쪽이 더 삶에 유용할까. 어느 쪽이 우리의 일터를 더 윤택하게 할까. 이성과 감성의 줄다리기1995년 이안 감독이 만들어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상을 받은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영국인이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사랑한다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이성과 감성>을 영화화한 것이다. 19세기 초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성격의 언니 엘리너와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을 통해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인간성이 각각 한쪽 방향으로 치우칠 때 연애와 결혼이라는 삶의 중요한 사건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아름다운 스타일로 찬찬히 고찰해낸다.
작가가 집필할 당시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성의 논리에서 벗어나 감성을 추구하던 낭만주의 시대였기 때문에 철없게 보이는 메리앤의 모습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유교적 관습과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라면 엘리너의 처신이 조금 답답하게 보이더라도 더 조신하고 여성적인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을지 모른다.
이성과 감성을 이야기할 때 우린 이성을 차가움으로 감성을 뜨거움으로 연상한다. 일본 로맨스 소설이 영화화되었던 <냉정과 열정 사이> 역시 그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준세이의 사랑이 ‘열정’이라면, 그 사랑을 받아들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아오이의 사랑이 ‘냉정’이었다.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이 달라 오해했던 두 남녀가 결국 하나하나 오해를 풀고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첫사랑에 대한 약속과 믿음을 지켜나가게 된다.
남녀의 사랑과 연애의 감정 속에서 이성과 감성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실 완전히 이성적인 사람도 감성적인 사람도 없다. 이성적인 사람도 때로는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을 만큼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하기도 하고, 감성적인 사람도 때로는 ‘사람이 저렇게 차가울 수 있나?’ 싶은 행동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성이 누군가에게는 감성이 더 큰 영향을 줄 뿐, 언제나 이성과 감성은 우리 내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감성의 시대에 요구되는 의식적인 이성의 회복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성보다 ‘감성의 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움직이게 하는 힘이 사회 전반을 가로지르며 작용한다. 경영, 광고, 취업, 교육 등 어느 영역에서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더 젊고 더 아름다운 것에 환호하면서 성형에 대한 생각도 관대해지고 일반화되는 쪽으로 급속히 나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도 감성의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감성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성은 조금 뒤로 밀리는 시대다. 포장만 중요하다보니 콘텐츠는 부실해지고, 예뻐지려는 생각만 하다 보니 심각한 장애를 입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남에게나 일어날 일’쯤으로 가볍게 생각한다.
감정과 직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이나 감성에만 의지하면 상식적이며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불행한 일들은 대부분 이성을 잃었을 때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성의 회복이 중요하지만 간단치 않은 건, 감성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어떤 것에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발현되지만 이성은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은 감성과 달리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감성처럼 자연스럽게 실현되기 어렵다. 그래서 감성의 시대일수록 열을 가라앉히고 문제의 이면을 이성적으로 통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현상만을 쫒으며 열광하거나 탄식하거나 분노하기보다, 본질을 제대로 읽고 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냉정한 자세가 의식적으로 필요하다. 기업 경영의 냉정과 열정 사이사람에게만 이성과 감성이 중요한 건 아니다. 유기적 생물체와 같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활성화되는 기업의 경영방식이 이성적이냐 감성적이냐에 따라 조직문화가 크게 달라진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원가와 비용을 줄여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경쟁력을 추구했기 때문에 성장성과 수익률 중심의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시되었었다.
사실 우리 기업은 산업화를 거치며 오랜 세월 이성적 판단을 중시한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권위적이고 상명하복이 분명한 조직문화 속에서 유연성과 창조성은 부족하고 스스로 알아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보다 지시한 일을 매뉴얼대로 따르는 조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큰 조직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효율성을 높았지만 서서히 한계는 다가왔다.
감성경영은 생산성과 효율성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보장해 주지 못하게 되면서, 환경과 제도 등의 변화를 통해 감성적 안정성이 조직원들의 업무 증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 긍정적인 결과를 미침으로써 주목받게 되었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고, 장기간에 걸쳐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도 높아진다. 감성경영은 일터와 업무에 즐거움을 더함으로써 ‘좋은 일터’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개발했던 애플은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비자와의 교감을 강조해왔다. 첨단 기술 집약적 제품에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결합하여, 소비자의 감성구매 욕구를 촉발시켰다. 구글의 사무실 디자인은 구글이 내세우는 ‘창의력’ ‘신선함’ 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글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는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듯 천장에 형형색색 풍성들이 띄워져 있는 것을 시작으로 사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디자인과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그냥 개별적인 사람의 경우와 달리 기업이라는 조직체는 이성적이기는 쉬워도 감성적이긴 어렵다. 경영활동이라는 게 철저히 효율과 이윤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은 늘 ‘on’ 상태다. 하지만 기업이 그 효율과 이윤을 더 높일 수 있는 감성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땐 이성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이상 의식하고 고민해야 살아난다. 그 때문에 감성경영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쭉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너무 차갑기만 해도 탈이 나고 너무 뜨겁기만 해도 데이기 때문이다. 냉면에 달걀 반쪽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찬 음식인 냉면만 먹으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품인 달걀로 음식의 온도를 중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 냉정과 열정을 조화롭게 이용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 데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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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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