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말을 하시지“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초코파이를 나누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을 담았던 광고에 흐르던 씨엠송이다. 아마 한번쯤 따라 부른 기억이 있다. 이 광고 덕분인지 좋은 과자맛 덕분인지 초코파이는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 많은 나라에서도 ‘통하는’ 인기 있는 대한민국 대표과자가 되었다. 정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정말 말하지 않아도 통할 수 있다. 텔레파시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은 이미 충분히 말을 나누고 서로 통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도 매번 통하지는 않는 일이다. 잘 통하다가도 대화가 줄어들면 안 통할 때가 더 많다. 평생 싸우지 않고 금슬 좋게 살아와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것 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인생의 황혼에서 어느 날 기차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할머니는 주전부리로 챙겨온 오징어를 꺼내 평소처럼 할아버지에게 오징어 몸통을 먹기 좋게 잘라 드렸고, 할머니는 오징어 다리를 드셨다. 그런데 할머니가 화장실을 다녀오니 할아버지가 오징어 다리를 먹고 있는 게 보였다. “아니 영감, 왜 오징어 다리를 먹어요? 맛있는 몸통 놔두구선.”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난 원래 오징어 다리를 더 좋아해. 당신이 몸통을 주길래 다리는 양보했던 거지.”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아유 그랬어요? 난 몸통을 더 좋아하지만 맛있는 몸통 당신 먹으라고 여태 드렸던 건데…”
아름답지만 어쩐지 조금은 안타까워진다. 두 분 다 몸통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각각 좋아하는 오징어 부위가 달랐는데도 말을 하지 않으니 서로 조금 덜 좋아하는 것을 먹으며 평생 그렇게 늙으신 것이다. 사소한 예화이긴 하지만 정말 말 하지 않으면 평생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결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사실 우리도 대화를 하면 더 좋은 일이 있는데, 남의 마음을 모르고 내 맘과 비슷하겠지 추측하면서 30%쯤 부족한 채로 지내고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가족들끼리도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일이 많다. 마음을 모르면 이해하는 일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이나 의견은 꼭 말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생각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으며 좋은 것은 함께 나눌 수도 있다. 정말 잘 듣고 있을까?그런데 문제는 말을 해야 하는 일에 골똘하다보니 서로 입만 열고 귀는 닫는 일이 생긴다.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는 귀로는 들어도 마음으로 듣지 못한다. 서로 ‘다른 생각’일 뿐인데 ‘틀린 생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입장만 있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다. 내가 존중받는 것만 중요하고 남을 존중하는 일에는 소홀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지 못하면서 사는 일이 흔하다. 나를 조금 내려놓으면 가능해질 것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가 서로 말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로 안타까운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서로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상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이나 ‘소통’에 대해 말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의외로 서로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더 강조되는 시대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회사들이 자꾸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혈관이 막힘없어야 피가 잘 돌아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일하는 데 부족함이 없이 서로 말이 잘 통해야 한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살아생전 놀라운 인내심으로 상대의 모든 말을 참을성 있게 잘 들어주었다고 한다. 중요한 고비마다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주장과 의견을 낼 때 정말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끈기를 갖고 진중하게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다 듣고도 바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홀로 며칠씩 생각에 잠긴 후 온유함은 유지하되, 양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선 끝까지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결론을 내렸고 행동했다.
많은 이야기를 듣다가도 수긍하기 어려운 말을 들으면 당장 말꼬리를 자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버릇이다. 하지만 끝까지 경청한다면 그 사람을 배려했기 때문에 설령 반대의견으로 생각을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거나 서운한 마음이 한결 덜할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상대를 먼저 존중하고 대접하며 따뜻하고 진심어린 배려를 하면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 ‘존중’하는 것은 ‘인정’보다 조금 더 높은 차원이기 때문이다. 존중함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고 그러면서 서로 취향이나 성격, 스타일이 많이 달라도 평화로운 사이를 유지할 것이다. 유연하고 너그럽고 겸손하게우리가 직장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일 하는 것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서 마음의 스트레스가 쌓이면 더 잘될 일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관계든 내가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좋은 관계가 되기는 쉽지 않다. 너그럽고 유연한 자세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주 칭찬하기만 해도 정말 나와 그 사람 사이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1985년 창립한 CNN의 간판 프로그램 ‘래리 킹 라이브’의 래리 킹은 25년 동안 미국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무려 5만여 명을 인터뷰한 것만으로도 그가 지금은 전설이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가 토크쇼에서 초대 손님에게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그는 초대손님에게 “그때 왜 그랬냐”는 식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일이 없었다. “살다보면 세상일이 다 그런 거 아닌가”라는 너그러운 화법을 통해 초대 손님이 무슨 말이든 방어하지 않고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도왔다. 한 사람에 대한 가십이나 논란을 대신해서 파헤친다는 자세로 출연자에게 까칠하게 군다거나 공격적으로 질문한다거나 대립하지 않았다.
연륜과 경험이 있다고 래리 킹처럼 다 그럴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엄청난 수의 시청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토크쇼의 호스트로서 만든 이미지라고 야박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렇게 한결 같은 태도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그 사람 안에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가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말 걸고 싶어진다. 너그럽고 유연한 사람에게 내 의견을 말하고 조언도 듣고 싶다. 겸손한 사람과 일하고 싶고 무엇이든 나누고 싶다. 이런 생각이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내 주변엔 왜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냐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되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 타인을 변화시키려면 말보다는 내가 먼저 달라지는 일이 제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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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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