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은 혁신하지 않으면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영원한 승자’도 없고 ‘정상의 기쁨’도 금방 추억의 그림자가 되어버리는 환경 속에서 꾸준한 혁신만이 곧 살 길이라는 인식에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절박함을 경영진만 느끼고 있다면 곤란하다. 또한 이런 절박함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는 있지만 경영층이 말하는 핵심 가치를 사원이 폭넓게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부분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노력해서도 곤란하다.
이즈음 혁신의 경향은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혁신의 범위가 클수록 경쟁사들이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혁신은 대개 업무 방식을 개선하여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원가 절감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고 노력해야 하는 일임에 변함이 없지만, 혁신적인 원가 절감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 구성원들의 소통의 혁신, 일터의 문화의 혁신 같은 것을 통해 ‘저절로’ 혹은 ‘어느새’ 이루어지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델은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하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재고관리도 할 수 있었다. 델은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가격을 책정, 판매하는 혁신을 통해 원가 경쟁 이외에도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우리가 체중 감량만 생각하며 많이 굶으면 어찌어찌 잠시 살은 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건강하게 살겠다 생각하고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하면서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면 체중 감량은 자연히 따라오는 보너스 같은 이치다.

혁신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은 현장의 일하는 방식, 일하는 프로세스의 변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텔은 실행할 수 있는 일,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이 나온 일을 ‘일단 하고 보자’는 방법을 채택했다. 처음부터 일이 완벽하게 성공한 모습을 미리 그려놓지 않고 일단 일을 시작하고 진행하면서 연구하고 개선해 나간다. 미리 성공모델을 만들고 거기에 맞추어 생각하다보면 “이렇게 해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혹시 잘못된 판단은 아니겠지?”, “뭘 더 고칠 건 없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분석하느라 정작 일은 시작도 못할 수 있다. 일을 계획대로 완벽하게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반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

평소 관성적이나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일을 버리고 새롭고 혁신적인 일을 시작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수는 없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혁신의 지향이 올바른지, 방식은 맞는 건지 사실 판단하기 쉽지 않다. 보통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많은 분석을 하고 준비에 시간을 쓰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성공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하고 분석하고 검토해도 일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은 있을 수 있고, 또한 요즘처럼 기술이나 제품의 개발과 출시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현실에서 애초부터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어렵다. 계획의 완벽만 기하며 매일 회의하고 보고서 쓰고 토의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 때로는 과감하게 일을 시행해 가면서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개선해 가는 방식도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은 이루어질 때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실제 실행을 염두에 두고 일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혁신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일은 실행되고 있을 때에 비로소 그 일의 고유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아주 작은 제품의 기능이나 프로세스를 개선시킬 수 있다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더불어 회사를 혁신시킬 수 있다.
그러려면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을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낌없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뭔가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찾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도록 지원한다. 아마존에는 ‘웹 랩(Web Lab)’ 이라는 것이 있는데, 고객 경험을 배가시키기 위해 웹 사이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바꾸어가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계속 실험한다. 책상에서 기획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변화를 주고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건 아마존의 기업문화 덕분이다. 아마존은 “왜 안 돼?”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실행하는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직원들은 이 공격적인 질문 앞에서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처럼 혁신을 잘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우수한 기술, 자원,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직이 지향하는 혁신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원들 모두가 조직의 핵심 가치를 깊이 깨닫고 지속적 혁신을 통해 탁월한 가치를 창조해 간다. 혁신에 대한 의지와 애정이 크면 클수록, 절박함과 간절함이 크면 클수록 혁신이 필요한 부분은 곧 구석구석에 눈에 띌 것이다. 그런 열정은 조직에서 하라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나의 일처럼 생각할 때 비로소 불이 당겨질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SK텔레콤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