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나와 조직에 공헌하는 ‘신스틸러’가 되자!

아직 바람은 차고 산도 들도 빛깔 없는 겨울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봄이 먼 건 아니다. 앙상한 나무의 보이지 않는 뿌리와 줄기, 가지 마디마디에서 봄은 준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준비되었다가 어느 날 이곳저곳에서 터진다. 파릇파릇한 싹에서, 연붉은 꽃망울에서 봄은 그렇게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의 봄은 어떤가? 나의 존재감, 우리의 존재감은 준비되고 있는가?

# 존재감 없는 시절을 견뎌라
최근에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주연 배우를 더욱 빛나게 하는 조연 배우들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이었던 최민식과 하정우는 워낙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이지만, 영화 속에서 짧은 등장 분량이어도 인상 깊은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아, 극장을 나올 때쯤엔 ‘그 배우 누구야? 진짜 잘하네’ 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서너 명이나 된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충심 깊은 세종의 호위무사 무휼 역할을 한 조진웅은 이 영화에서 무휼의 흔적을 싹 지운 건달로 나왔다. 80년대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은 8:2 가르마의 김성균, 폭력배 같은 검사 역할의 곽도원 같은 배우들은 실감 나는 연기력으로 영화의 극적 재미와 긴장감을 한껏 높여 이름을 기억하고 싶게 만든다.

적은 분량의 조연 배우나 단역 배우지만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선물하는 배우를 두고 ‘신스틸러(Scenestealer)’라고 한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신스틸러가 되고 싶다. 직장 일에 바빠 가족들 얼굴 보기 힘든 가장도 언제나 건재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싶어하며, 평범한 직장인들도 조직사회 안에서 영향력 있는 상사나 오너에게 늘 존재감 있는 부하가 되고 싶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어필하고 홍보한다.

하지만 모든 신스틸러는 존재감이 없던 시절을 잘 견뎠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나무와 달리 꽃 피는 시기가 제각각이다. 그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 영화 <마이웨이>에서 한일 두 나라의 대표적인 스타배우인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보다 더 인상 깊은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배우 김인권은 ‘어 저 영화에서도 나왔었네’ 할 정도로 이전에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단역을 했었다.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쌓은 연기 내공은 흥행작 <해운대>에서 존재감을 활짝 피운 후, <퀵><방가방가>에서 연이어 주연이 되었다. 이젠 어느 영화에서도 주연급과 맘먹는 신스틸러로 김인권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데뷔했던 그는 존재감 없는 10여년을 잘 견뎌왔다.

# 나를 귀한 대접하라
우리나라 속담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초상집에 사람이 많은 건 개 때문도 아니고 정승 때문도 아니란 소리다. 개가 죽었을 때 문전성시인 건 정승이 가졌던 권력의 힘 때문이다. 정말 정승이 존재감이 있었다면 개가 아니라 정승이 죽었을 때 문상객들로 발 딛을 틈 없고 그를 애도하는 곡소리로 마을이 떠나가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존재감’이란 용어를 쓸 때는 그 사람의 영향력이나 조직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중요성 같은 것을 말한다. 보통 권력이나 재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또 대중적 인기가 높은 사람들, 그외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거나 그런 사람들의 영향력을 두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기가 없으면 존재감이 없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면 존재감이 없다고 쉽게 생각해버린다. 헌데 진정한 존재감은 인기나 영향력,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나 기술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정승처럼 죽으면 함께 용도폐기 되는 일시적 존재감일 뿐이다.

인기가 없어도 나는 나이고 권력이나 영향력이 없어도 나는 존재한다. ‘잘 나갈 때’도 나는 존재하지만 ‘잘 나가지 못할 때’도 나는 존재한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내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해도 생각하고 노력하고 개선하는 오늘의 나에게 박수를 쳐 주고 위로해줄 때 내 존재는 내 안에서 가장 건강하게 살아간다. 내 삶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나이고, 내 모든 가능성을 쥐고 있는 것도 나이다. 남이 알아주는 존재감보다 내가 느끼는 내 존재감을 더 먼저 돌봐야한다.

# 당신의 작은 날개짓 효과
1863년 7월 2일.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게티즈버그에서 대치중이던 남군과 북군. 남군의 공세에 한창 밀리던 북군은 체임벌린이 돌격을 감행,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역사학자들은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북군이 아닌 남군이 승리했다면 남북전쟁은 남군이 승리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유럽처럼 여러 개로 국가가 나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체임벌린이 그때 돌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미국은 강력한 합중국이 될 수 없었고,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싸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비효과는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다음날은 뉴욕에서 폭풍우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가설에서 나온 말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쓴 앤디 앤드루스(Andy Andrews)는 <폰더 씨의 나비효과>에서 한 가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백 년도 넘는 어느 과거에 한 사나이가 취한 저 행동이 지금 이 순간 우리 삶에까지 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만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하게 보이는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도 무의미한 것은 없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나 하나에서만 끝나는 일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산다. 직장에서도 내 업무는 다른 사람의 업무와 연결되어 있고, 회의 시간에 내 한 마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 <슈렉>에서는 슈렉 만큼 있기 있었던 신스틸러 장화 신은 고양이는, 터프하고 멋있게 굴다가 결정적일 때 크고 까만 눈망울이 압권인 귀여운 표정으로 돌변하는 그 한 장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슈렉 제작자들은 그 장면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줄 미리 알았을까. 그 표정 덕분인지 인기 많은 고양이는 결국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다시 만난 예의 그 표정은 관객을 충분히 환호하게 할 만하다.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한 가지 표정, 한 마디 말, 한 가지 행동은 내 삶과 타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내 작은 날갯짓 하나의 효과를 생각하며 내 발걸음 하나하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놓을 일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범한판토스>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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