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기업 활동의 힘, 열정과 냉정 사이의 조화로운 줄타기

기업에도 체온이 있습니다. 기업은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은 생물체와 같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저체온증이 오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기업도 열정으로 생기는 생존의 온도를 잘 유지해야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기업은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고비가 오기 마련이지만 열정의 힘으로 위기와 역경의 순간을 이겨냅니다. 하지만 열정은 위기를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와 도전을 하게 합니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제조회사인 ‘벤앤제리스(Ben&Jerry’s)’는 지구온난화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환경에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익캠페인을 수행했습니다. 파트너숍 프로그램을 통해 NGO들에게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받지 않고 벤앤제리스의 지점을 내주어 부실한 재정을 지원해줍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사회참여를 통해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동안 벤앤제리스는 대표적인 선량기업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점포를 볼 수 있는 영국의 화장품회사 ‘더바디샵(Thebodyshop)’도 이와 비슷합니다. 창업주 아니타 로딕을 중심으로 여성의 환상을 먹고 사는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공정한 화장품 생산을 통한 공정한 가격 설정’,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라’는 슬로건을 실천하며 열정적인 사회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동물실험 반대, 커뮤니티 트레이드, 인권보호, 지구환경보호운동 등 기업 활동을 사회운동과 철저히 연계시켜 경영했기 때문에 때로 사회사업을 하는 자선단체나 시민운동단체와 구분이 안 갈 정도였습니다. “직원들이 흥분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경영이다”라고 생각한 아니타 로딕은 자신의 철학을 십분 실천함으로써 직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흥분과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기업 활동은 뜨거운 가슴으로만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저체온증도 위험하지만 머리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열정이 이상 고열을 유발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할수록 사람과 비슷합니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차가워야 균형을 잃지 않고 건강할 수 있습니다. 치밀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시장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치밀하고 신중하게 기업의 상태를 점검하고 유지시키는 것이 냉정의 영역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은 열정의 영역일 것입니다. 다만 열정이 일시적인 고열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사회적 활동이나 마케팅이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꾸준히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잘못하면 자기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메이킹 도구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밴엔제리스나 더바디샵은 사회활동을 단순히 이미지 메이킹 도구로 이용하지도 않았고 선한 의지로 시작한 일이지만, 창업자의 열정과 철학이 초창기처럼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열정만으로는 기업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냉정한 머리를 이용해 사업전략을 짤 때부터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인지 아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설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전산’은 냉정과 열정을 조화롭게 이용해 성공한 기업의 모델로 손색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전산은 정형과 겸양이 미덕인 일본사회에서 파격과 기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초창기에 인재를 채용할 땐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큰 순서대로 뽑았던 일은 대표적인 파격에 속합니다. 언론이나 다른 기업에서는 비웃었지만, 나가모리 회장은 채용방식의 파격만으로 지속적인 열정을 불러올 수는 없다는 것을 차가운 머리로 이미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펙이 부족한 사원들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인재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하나하나 매뉴얼을 만들어 정착시키며 개혁을 이루어냈습니다. ‘개인의 능력 차이는 5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의 격차를 낳는다’는 창업자의 열정적인 경영철학에 집념과 끈기가 더해지면서, 이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치밀하게 인재 경영에 반영함으로서 범재(凡才)를 천재(天才)로 바꾼 것입니다.
또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해서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 200여 개 회사를 거느린 영국 버진그룹의 경영자 리처드 브랜슨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재미있는 일에 도전하고 장난기 가득한 그의 행동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라기보다는 ‘괴짜’나 ‘악동’의 이미지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좀 더 들어가서 보면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도전적인 성향을 자신의 기업에 정확하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버진은 즐거움을 파는 회사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거움을 파는 아이디어를 들고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는 브랜드 벤처캐피털 업체다’라고 강조하는 것처럼 즐거움을 파는 회사의 수장답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고객들에게 즐거운 ‘꺼리’를 만들어줍니다. 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광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괴짜 행동은 열정이자 동시에 냉정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있어온 난독증으로 재무제표를 잘 읽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은 인정하고 경영은 각사의 전문경영인에게 절대적으로 위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몫은 따로 있다는 냉정한 현실인식과 자기인식은 결론적으로 회사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성공을 보면, 사실 기업의 머리와 가슴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냉정과 열정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다보니 이것을 굳이 구분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열정이 진정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힘이 되려면 지속성이 아주 중요한 조건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더불어 성공하는 기업의 안정적인 체온은 열정의 온도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아포가토’는 쌉싸름하고 뜨거운 에스프레소 커피에 달콤하고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살짝 빠져있는 커피입니다. 기업 활동의 가속페달에 더 큰 힘이 가해지려면 이 아포가토처럼 열정의 힘에 냉정의 화룡정점이 필요할 것입니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삼성&U> 삼성그룹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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