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라고 꼭 이래야 하나요?

입력 2011-04-14 09:31 수정 2011-04-14 09:31
뭐 라이벌이 꼭 나쁘지만 않다고 나도 생각하고 있다. 업무적인 면에서나 일상의 성취에서 오히려 상사보다 나를 더 긴장하게 한다. 좀 안일해지려고 하는 자세를 바로 잡게도 만들고 목표를 잃어버릴 염려 없이 늘 정신 바짝 차리게 만드는 것도 라이벌이니까. 좋다. 선의의 경쟁이라면 내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피로감이 느껴진다. 나의 라이벌이여! 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그대여! 꼭 이렇게 하셔야 합니까?


# 선배가 제 아이디어로 기획서를 보고해서 칭찬까지 받았어요!

Q. 라이벌이라뇨? 저는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저는 지금 완전히 패닉 상태입니다. 선배가 제 아이디어를 훔쳐 자기 것처럼 여기 저기 기획서를 조금 손봐서 상사에게 보고해버렸습니다. 상사가 공개적으로 칭찬해서 저는 완전 패닉 상태입니다. 평소 그래도 제일 친하고 편해서 그 선배의 의견을 좀 들으려고 이틀 전에 저의 기획서를 보여준 것이 제 잘못이라면 잘못입니다. 그렇다고 후배의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파렴치함이 용서되나요? 저는 선배와 단 둘이 있을 때 어쩌면 그럴 수 있냐고 제가 따졌죠. 근데 자기도 말은 안했지만 진즉 만들고 있던 기획서라나요? 내 것이 자기 거랑 너무 비슷해서 제가 아이디어를 도용한 거 아닌가 의심했더랍니다. 내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난리를 했더니, 저랑 더 이상 할 말 없다고 쌩 가버리네요. 그리고 그 이후 내내 저와 눈도 안 마주칩니다. 이 사태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습니다. 상사한테 보고해서 이 일의 공정한 심판을 받아볼까요?

J코치 -> 아, 정말 속된 말로 ‘뚜껑이 열리는’ 일을 당하셨네요. 거기다 상사의 칭찬까지 받았다니, 아이디어를 뺏긴 것보다 님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게 더 분하실 겁니다. 그러나 이제 여기 상담실 문을 두드리셨으면 일단 열을 좀 가라앉히시고 따져보세요. 상사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생각은 자칫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게 본래 내 아이디어였다고 말해서 그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평소 상사가 나보다 동료를 더 좋게 보아왔다면 패배하기 쉽니다. 나를 나쁘게 보지 않았는데 나쁘게 볼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감정적 대응은 절대 자제하고 당장 일어난 일보다 미래에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일단 님이 하는 일을 선배가 전혀 모르게 할 수 없지만 님이 먼저 적당히 거리를 두세요. 내 업무의 공적을 가로채는 회수가 많아진다면 차라리 선배를 추켜 세워보시구요. “모든 것은 선배 덕이며 나는 그저 선배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거죠. 나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때 님의 공을 가로채지 않고 님께 협력할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님에게 애정이 싹터 오르게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처와는 별개로 사실 아이디어가 공개적으로 칭찬받았다 해도 그 자체로는 완벽하지가 못합니다. 제대로 상품으로 개발되어 이윤을 남기기 전에는 큰 가치가 없는 거죠. 하나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이윤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까지는 한 사람의 탁월한 재능이 아닌 여러 사람의 참여와 노력을 통해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면 처음 아이디어와 전혀 다른 상품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칭찬 받느냐, 선배가 칭찬 받느냐 따지며 스스로 피곤해지기보다 조직의 목표, 조직의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통 큰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훨씬 편안해실 것입니다.


# 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그녀가 부담스러워요~

Q. 여자의 적은 여자! 뭐 이런 소리 제 입으론 정말 안 하고 싶습니다. 근데 사사건건 경쟁하려고 드는 동료 때문에 피곤합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이 동료는 제가 새로 산 물건도 맘에 들면 며칠 후 같은 걸로 구입할 정도입니다. 근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때때로 경쟁해야 될 때도 있지만 지나치게 뭐든 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그녀가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옴짝달싹을 못하겠어요.

J코치 -> 이런 분들 의외로 많습니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 성적도 우수한 ‘1등 중독자’ 중에 많은 유형인데, 한 번도 떨어지거나 져본 적이 없는 이런 유형은 사회생활을 ‘경쟁’이란 단어 하나로 인식하지요. 상사 입장에선 치열한 의식을 가진 직원이 진취적으로 보이고 팀 내에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나쁠 것 없는 부하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사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모닝타임, 점심시간, 오후 티타임, 야근시간 등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님을 알려주세요. 일부러 져주기도 하세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나를 이기게 해주세요. 그러면 곧 경쟁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틈틈이 ‘당신은 이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이고,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인지시키며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녀가 손을 잡아올 것입니다.


# 이런 찌질한 마음, 아아! 괴롭습니다~

Q. 저는 직장생활 4년차를 향해 달리는 샐러리맨입니다. 저희 부서에는 저와 같은 직급의 동료가 있는데, 저와 하는 업무도 비슷합니다.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업무죠. 기획서 쓰는 일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일의 처음과 끝을 사실상 경쟁하는 동료입니다. 비교 안하고 싶어도 안할 수 없는 구조이고, 라이벌이 되고 싶지 않아도 회사에서까지 은근히 라이벌로 부추겨 경쟁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경쟁의 끝을 보면 70% 가까이 저의 승리로 끝난 경우가 많습니다. 제 기획과 상품화가 회사 매출에 많이 기여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이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제가 꿀릴 것이 없는데 저는 이상하게 늘 그에게 뭔가 열등감 비슷한 걸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찌질한 마음을 누구에게 속 시원히 말할 수도 없어 괴롭습니다.
J코치 -> 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두 가지 작품이 생각납니다. 먼저 사극 <동이>가 생각났습니다.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는 장희빈이, 훗날 숙빈 최씨가 되는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해 불타는 질투심을 느끼지요. 객관적으로 자기보다 하나도 좋은 조건이 없는 여자아이를 경계하고 미워하고 질투합니다. 내면에서 무한대로 뿜어내는 동이의 자체발광 매력에 홀딱 빠진 숙종의 사랑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결국 음모와 계략을 세우죠. 그 다음에는 영화 <아마데우스>가 생각났습니다. 경박하고 겸손할 줄 모르는 모차르트에게 그 모든 천재적 재능을 준 신을 원망하고 질투하는 살리에리가 결국 모차르트를 파멸로 몰아가는 그런 내용이죠. 라이벌 때문에 괴로운 건 라이벌보다 내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스토리를 생각하면 대부분 라이벌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저 둘 중에 하나에 들기 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툭 터놓고 그 동료에게 대화를 요청한다면 아마 그 동료는 당신을 모차르트처럼 여기며 괴로워하는 중일지 모릅니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높습니다. “나, 너 때문에 괴롭다. 그냥 질투난다”고 하면, 그 사람은 깜짝 놀라서 “고맙다. 근데 나 역시도 괴로웠다”고 말하며 서로의 칭찬에 다름없는 고백에 둘 다 기분 좋아지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려면 피해의식에 따른 자존심과 자기애부터 먼저 좀 버리셔야 가능할 겁니다. 계속 괴로운 것보다 그걸 버리고 가벼워지면 훨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지 않습니다.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삶을 꾸려가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가진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고민이 있고 부족함이 있는 보통 사람일 뿐입니다. 모차르트를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며 신부에게 긴 고백을 끝낸 살리에리는 영화 맨 끝에 이렇게 말하며 웃습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의 대변자다!”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고 동료와 자주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동료와 통하는 면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 라이벌을 좋은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관계, 라이벌 관계를 뛰어넘어 진실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의 소통의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건 평등의식 속에만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내가 저 친구보다 더 잘났고, 더 똑똑하고, 더 높고 낮고 하는 생각을 가지거나 열등의식을 가져서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오직 겸손하고 존중하는 가운데에서 평등의식을 가져야 친구가 되고, 또 친구를 얻을 수도 있다. 룰을 지키는 공정한 경쟁, 비방을 삼가는 겸손함, 어떤 결과에 졌을 때 깨끗이 인정하는 자세 등이 지켜져야 한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품질경영> 잡지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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