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마무리엔 대부분 회식이 있다.  제2라운드 업무시간 회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뉴스를 듣고 정보를 얻고 점수를 따고 혹은 점수를 잃는다. 갖가지 술자리나 모임이 잦은 시기라 체력 안배까지 생각하면 긴장을 풀 수 없다. 지나치게 ‘업무의 연장’ 개념을 갖고 오버한다면 그것도 꼴불견, 지리멸렬한 회식문화에 염증이 난다고 피하기 신공만 발휘하는 것도 밉상이다. 이왕 참석하는 회식, 어차피 꼭 참석해야 할 회식자리라면 그 시간만큼은 즐기는 것이 남는 것! 내 이미지와 능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후회 없이 즐거운 회식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 회식 분위기는 상사가 좌우한다
회식에선 가장 연장자이며 직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배려해야 할 일이 많다. “여기선 내가 제일 높고 간섭하는 사람도 없는 뭐 어떠랴?” 하는 태도가 직원이 회식을 싫어하게 만드는 원인. 요즘은 아랫사람이 더 무섭다. 부하들 앞에서 긴장을 잃고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는 부하들에게 신망을 잃고 구설수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면 업무 중에  권위가 서지 않게 된다. 내 이야기를 지루해하지 않는지 조금 말이 길어질 때 주변을 살피고, 여직원들은 길게 잡지 않고 빨리 귀가하도록 배려하는 상사도 환영받는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입장이라면 직원들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는 회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술을 권할 때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평소의 주량을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더욱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배려해주고, 술을 어느 정도 마셨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상대방의 의향을 알아보고 술을 권하는 것이 좋다. 노골적으로 거절은 못하고 있지만 사양의 눈치가 보이면 더 이상 권하지 말아야 한다.

# 처음부터 끝까지 예의다
아무리 술이 취했고 화기애애하고 허심탄회한 자리가 되었어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회사 비판, 동료나 타인에 대한 험담, 사내 애정문제나 인사문제 등이다. 상식적인 상사라면 이런 부하를 신뢰하기 쉽지 않다. 술김에 남의 약점을 비난한다거나 조롱하는 일은 아주 치명적이다. 그리고 받은 잔은 마시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이고 건강상 치명적인 사유가 있을 때나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특히 첫잔은 사양해선 안 된다. 첫잔부터 술잔받기를 거절하면 술자리의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 신입사원은 본인의 의지 여하에 관계없이 회식의 ‘분위기up 담당자’로 임명되는데, ‘젊은 그대’가 젊은 기를 골고루 나누어주고 분위기 북돋아주길 기대하는 건 당연한 순서. 그러나 분위기 업은 분위기 봐가면서 해야 한다. 오버도 이쁘게 봐줄 수 있는 선이 있고 정말 집에 가고 싶게 만드는 오버도 있다. 상사가 ‘콜~’한다고 미친 듯이 놀아서는 곤란하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단 한 번으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정신을 잃지 않게 주량을 끝까지 조절하면서 지나치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하고 너무 여기서 인기를 좀 따야지 하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 먹고 마시는 모습이 그대로 나를 말해준다
회식할 때 되면 그 사람 때문에 뭐 먹고 마시는 자리에 함께 하기 싫다는 경우가 있다. 맛있는 것만 쏙쏙 잽싸게 골라 먹는 사람, 젓가락 한 번에 회 한 줄 잡는 사람, 한 가지 메뉴로 통일하는데 유일하게 프리미엄 메뉴를 고집하는 사람,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먹기만 하는 사람, 상사가 말하는 동안 혼자 다 먹어버리는 사람, 소리 내며 먹거나 찌개국물 연신 뚝뚝 떨어뜨리며 주변을 유난히 어지럽히는 사람, 계속 술만 권하는 사람 등이다. 어떤 회사는 신입사원 면접을 식당에서 하는데 이유가 먹고 마시는 모습이 그대로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님의 밥상머리 교육이 의심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에티켓이 없어 회식 때 눈총을 받으면서도 눈치가 없는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 술 약한 사람이 가져야 할 센스
술을 권하고 싶을 땐 가급적이면 주량이 센 사람에게는 권하지 말고 술을 잘 못하는 사람한테 권한다. 주량이 센 사람한테 권하면 자신한테 술잔이 되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자신의 술잔을 비워두지 않는다. 술잔의 3/1의 양은 늘 남겨놓고 다른 사람이 권할 때 비로소 비우고 돌린다. 술잔이 비면 자꾸만 돌려야 하고 잔이 없는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높아진다. 입에 술잔을 대지 않으면 강요를 받으므로 늘 3분의 1은 남겨야 한다. 차라리 술에 관해서 적극적이 되는 것도 방법이다. 새롭게 술 마시는 법도 알아두었다가 소개하기도 하고, 아예 누가 나한테 술 따라주지 못하게 술병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한다. 아예 안 마실 수는 없지만 자신은 그래도 적게 마실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오히려 많이 먹일 수 있다.
# 회식문화에 새 옷을 입혀보자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식문화는 곧 음주문화와 일맥상통한다. 강압적인 술 권유, 폭탄주, 잔 돌리기, 2.3차로 이어지는 회식자리 등은 개선되어야 할 직장문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이미 회식문화를 산뜻하게 변화시킨 기업들이 많아졌다. 곧 술에 절어 흥청망청하는 회식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문화가 될 전망이다. 먹고 마시는 회식에서 좀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대체회식, 유사회식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나 애사심, 업무 능률이 몰라보게 좋아지게 할 방법이 많다.

▲많이 웃고 대화하고 가볍게 마시는 파티형 회식 : ‘회식은 뭐니뭐니 해도 먹고 마셔야 기분나지’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얘기하는 ‘미식가형’ 회식이나, 음주회식이라도 가벼운 칵테일 파티나 와인 파티에 여러 가지 문화 이벤트를 결합한 회식은 남녀직원 모두가 좋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들이 진행하는 ‘호프데이’는 직급·부서를 막론하고 한 자리에 모여 스트레스를 풀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간단한 맥주 한잔만 허락하는 회식을 즐긴다. 직원들은 친목을 꾀할 수 있는 좋은 회식문화라고 환영한다.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문화형 회식 : 영화 또는 연극, 뮤지컬, 스테이지 마술 등을 관람하는 문화형 회식은 대부분 직원들이 호응하는 인기 많은 대체회식이다. 문화형 회식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조직이나 팀의 화합에 도움을 준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많다.
▲건강한 기운을 살려주는 스포츠형 회식 : 야구장, 농구장, 배구장 같은 스포츠경기장을 찾는 스포츠형 회식이나 등산이나 볼링, 스키 같은 참여형 회식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스포츠를 관람하든 직접 참여하든 끝난 후 취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맥주 한 잔 하는 정도의 마무리는 필수다.
▲몸과 마음의 피로회복 웰빙형 회식 : 연말에든 1년을 마무리하고 애썼다는 위로와 축하를 위해 헤어숍·네일아트숍·마사지숍을 찾게 하는 ‘이색회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내 돈 내고 가는 일은 어렵지만 한번쯤 그런 서비스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풀어보는 일은 충분히 환영받는다. 특히 여직원이 많은 회사의 경우 더욱 환영받겠지만 피로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사지는 환영할 것이다.
▲땀과 보람을 남기는 자원봉사형 회식 : 회식 대신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마음을 다잡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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