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똑똑한 사람들에게 일을 맡겼고 힘든 일은 힘센 사람에게 맡겼다.” ‘경영의 신(神)’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의 말이다.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맡겨 일하다보니 마쓰시다가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다는 말이다. 기업이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기업의 리더는 남다르게 인재를 보는 매서운 눈과 그를 잘 조련하고 코치하여 키우는 일이 중요한 사명이다. 엘리트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엘리트는 성적으로 뽑을 수는 있지만 인재는 성적표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참모에게 감사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쿠데타 세력이 핵미사일 기지를 장악하고, 미국을 향해 핵(核)을 사용할 가능성을 간파하고 초대형 핵잠수함을 러시아로 급파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령부로부터 “러시아의 핵 기지로 핵미사일을 조준하고 발사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런데 10초의 카운트다운을 준비하고 대기 중이던 잠수함에 갑자기 본부와의 교신이 두절된다.

이때 함장은 본부의 지시가 없어도 바로 발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젊은 장교는 본부의 분명한 명령 없이 함부로 핵을 발사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반대한다. 잠수함 승무원들은 함장과 젊은 장교를 지지하는 두 파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는데, 결국 통신이 재개되자 젊은 장교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잠수함은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 함장과 젊은 장교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결국 조직을 살렸다.

이 영화는 아무리 훌륭한 인격과 능력을 가진 리더라 해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보완하고 도와줄 소신 있는 참모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냥 조직도 아니다. 군 조직에서 지휘관의 명령이나 판단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읽어낸 젊은 장교가 그야말로 군복을 벗을 각오를 하고 명령을 거스르는 일은 다분히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런 부하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도 가져보게 한다.

리더는 어떻게든 부하의 생각을 꺾을 수는 있다. 부하보다는 분명한 권위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호하게 브레이크 장치가 되어줄 수 있는 ‘팔로어십(followership)’이 절실히 요구된다. 성숙한 리더라면 그런 참모들이 가까이 있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前)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자멸한 원인은 자기 주변을 ‘예스맨’으로 채웠다는 데 있다. 상사의 의견에 문제가 있을 때는 과감히 지적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건강한 긴장관계가 조직도 살리고 사람도 능력을 꽃피우게 한다. 부하들은 이런 분위기를 ‘꿈같은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리더가 먼저 행동하면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 전문분야를 빛나게 해주는 컨버전스형 인재
과거 산업사회는 한두 명 똑똑한 사람의 지시와 명령에 의해 조직을 이끌어갔지만 정보화 시대인 지금은 상호협력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창출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 결과 서비스나 산업이 컨버전스된다고 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만 잘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을 섞거나 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지식통합형 인재, 어떤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 타 분야의 경험 혹은 지식도 갖춘 컨버전스형 인재가 필요하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는 사회탐구영역의 스타강사였다. 그의 유창한 언변과 친근한 교수법은 스타강사가 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국사, 세계사, 사회 등의 과목을 서로 넘나들며 했던 열정적인 강의가 결정적이었다. 그의 강의만 들으면 역사적인 사실, 국내외 사회현상 등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되면서 머릿속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문제를 풀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컨버전스형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다. 대표적인 컨버전스형 인간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가이자 건축가였고 다양한 미술작품을 남긴 미술가였다. 자연과학에도 조예가 깊어 해부학, 기체역학 등 과학 쪽 업적도 상당하다.

사실 이런 인재는 찾아보면 드물지 않다. 특히 남다른 면에 보이는 뛰어난 사람에겐 이런 면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한 가지 이상의 액세서리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분야가 있고 그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비전공 특기가 다수 있는 인재, 자기분야를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독서력이나 관심사만큼은 전방위로 뻗어 있고 생각이 열려 있는 인재, 한 가지 문제를 수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가는 인재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빨리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길이 조직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 제대로 잘 노는 인재는 이름값을 한다
길에서 광고용 전단지를 나누어줄 때 받는 사람이 읽어보지도 않고 받자마자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꼭 한번쯤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큰소리로 인사하며 준다? 가는 길을 방해하지 말고 길 가장자리에서 건네며 꼭 한번 읽어달라고 읍소한다? ‘안 읽어보면 손해’라고 협박한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아예 구겨서 나누어 준다.”
상식을 뒤집는 창의적인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구겨서 주면 이거 뭐야? 하며 분명 본능적으로 펴서 볼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직관력과 시장 흐름을 꿰뚫는 판단력과 상상력을 갖춘 인재 한 명이 조직과 집단의 앞날을 좌우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옆에 있어도 경영자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면 그 기업은 잘 될 수가 없다. ‘구겨서 준다’는 말을 듣고 ‘무슨 헛소리야? 장난해?’ 하면서 정색한다면 창의적 인재는 남아나지 않는다. 설령 황당하거나 설익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밖으로 표현하게 해야 한다. “위험해도 괜찮으니 한번 도전하라.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큰소리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마음을 가지고 직원의 생각부터 지원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인재는 걸러진다. 경영자는 인재를 통해 돈보다 중요한 다른 가치를 찾을 때, 기업의 경제적 이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부하직원들이 일에만 전념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숨어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반대로 기업이나 경영자가 잘 쉬고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경영자나 상사의 가장 큰 병은 부하가 쉬거나 노는 ‘꼴’을 편안하게 못 본다는 점인데, 일에 묻혀 사는 일이 곧 능률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업무를 큰 틀에서 보는 힘도 부족하다.

세계의 기업들은 일도 철저히 하고 자기관리도 철저한 인재를 원한다.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업무 이후엔 또 열심히 여가를 즐기고 쉬는 가운데 업무능률도 오른다고 믿는다. 직원들이 휴일이나 휴가에 뭘 할지 모르거나 뭘 할 계획이 없거나 뭘 하기 귀찮아하는 듯한 사람은 사람 자체가 게으른 경우도 있지만, 주중에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생각조차 귀찮은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업무시간 중에 웹서핑을 하는 것은 뭐라고 하면서, 직원들의 휴일을 방해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중성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주중에 일을 조금 일찍 시작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퇴근시간을 확실히 보장해주어, 주말과 휴일에 묵은 피로 풀려고 잠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비생산적인 여가생활을 하게 하는 건 기업으로서도 손해다. 잘 놀고 잘 쉬어 에너지가 충만한 인재는 진짜 능력을 발휘해야 할 업무시간에 누구보다 집중력도 높다. 인재로서 이름값을 한다.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길은 인센티브 같은 제도보다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에 있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대단한 성공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어떤 느낌들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행복한 직원이 회사를 이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직원의 업무 외 시간에 관심과 배려를 가져야 한다. 잘 노는 친구를 못 마땅한 눈으로 보지 말고 그의 잠재력을 꾹 믿어보는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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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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