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본능이 있다. ‘햐~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했지?’ ‘이런 물건 첨이야. 생각은 했는데 이런 게 실제 상품화되다니…’ ‘어떻게 저런 음악을 만들 생각을 했지? 낯선데도 너무 좋아’ ‘저 광고는 누가 생각해냈을까. 너무 특이해서 한번 봤는데 머릿속에 콕 박혀’…. 그리고 이렇게 감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람이든, 상품이든, 서비스든, 작품이든 그게 바로 시쳇말로 대박이 난다. 히트했거나 대박이 난 것들 중에 창조적이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 상상도 못했던 혁신적인 것이든,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은 했지만 생각에서 머문 일을 그대로 현실에서 탄생시킨 일이든 상상력은 그 모든 것의 처음이자 끝이다.

# 세상은 상상하는 사람의 것이다
백남준, 안철수, 서태지, 아이리버, 스팀청소기, 남이섬, SHOW… 한때, 아니 지금도 우리들이 열광하는 사람이나 물건이나 광고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안철수, 발라드와 트롯이 대세였던 1990년대의 대중가요계에 10대 취향의 댄스음악을 처음 들고 나온 아이돌 원조 서태지, 세계를 이끈 MP3 선발주자 아이리버, 엎드려 닦던 손걸레를 버리게 한 뜨거운 김 나오는 물걸레 스팀청소기, 소주병이 굴러다니는 쇠락한 유원지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은 꿈의 섬 남이섬, 그 해 광고계와 이동통신업계를 평정했던 SHOW.

대중이 이들에게 환호하고 열광하고 감동받은 코드는 ‘새로움과 낯설음’ ‘상상력과 창조성’이다. 이전에 누군가가 했던, 이전에 어디선가 본, 이전에 누군가가 만든 것 같은 익숙함을 완전히 벗어나 낯선 것을 창조했다. ‘세상은 상상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준 산 증인들이다. 이제 가상을 상상해 일상화, 구체화할 수 있는 힘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필수능력이 되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도 구직자가 상상하는 힘이 있는가,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린 신선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인가, 도전하고 모험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인물인가를 눈여겨본다.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창조성은 최근 더 중요한 생존의 코드가 되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다.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대다. 지식을 얻는 일은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식을 재가공하는 능력, 지식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능력은 또 다르다. 물론 이런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우리가, 이제라도 그 능력을 좀 더 키우고 배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일은 중요하다.

# 남들도 다 하는 것을 거부하라
우리는 자주 기시감(旣視感)에 시달린다. 저 음악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애, 저 그림 누구 작품이랑 좀 닮았어. 저 장면 어디선가 본 것 같애, 하는 말들을 수시로 한다. 상상력의 개가라고 평가받으며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 <아바타>도 부분적으로 표절의 논란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않다. 대중가요도 그 모든 멜로디의 경우의 수가 다 나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노래들이 익숙한 리듬과 멜로디를 구사한다.

그래서일 것이다. ‘예능 늦둥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구가하는 음악인 김태원씨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음악을 표절하거나 표절하고 싶어질 것 같아서 20년 간 거의 다른 음악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백야행>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고수도 작품의 원작이었던 일본소설과 일본드라마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요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는 게 그 이유다.

우리는 남다른 삶을 동경하면서도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두려움과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는 편안한 환경에서 많이 뛰어놀고 책을 많이 읽고 이것저것 경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들 다 보내는 학원에 안 보내면 내 아이만 뒤쳐질 것 같은 강박증에 자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지식과 상식은 많지만 그냥 그게 다인 사회인으로 성장해 그때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시키는 것은 잘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재가공하거나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저조하여 도태되는 것이다. 창조성이 발휘될 상상력 훈련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상상력도 훈련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걱정과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뒤집어 보고 거꾸로 보고 새롭게 보는 버릇을 들이는 것, 남들이 다 하는 것 말고 그 반대쯤에 있는 일을 해보는 것, 늘 하던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는 것, 늘 가던 길을 바꿔 다른 길로 가보는 것, 이 모든 시도들이 습관처럼 일상에 자리잡을 때 당신 안에서 잠자던 창조성은 서서히 눈을 뜰 것이다.

# 바보 같은 여유를 버리지 말라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상상경영’에 대해 관심이 높다. 기업들이 상상력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갈구하며 들이는 노력은 눈물겹다. 이미 적당히 해서는 현상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고 경영에 적용하고 개성하고 새로운 것을 다시 창출하는 과정에 노력을 기울인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BMW는 한 달에 한 번 ‘이달의 창의적인 실수상’을 수여한다. 반면 창의적인 실수를 조롱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이달 최고의 바보 같은 행동’으로 선정해서 징계를 한다. 3M은 ‘15% 룰’이라는 것이 있다. 업무시간의 15%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 딴 짓을 해도 좋다는 것.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되고 심지어 잠을 자도 된다. 회사 소속 연구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상상력까지도 끌어다가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 상을 받고 그 바보 같은 생각을 조롱한 행동은 징계를 받는 상식 밖의 제도는, 창조적인 생각이 적당히 여유롭고 즐거운 가운데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은 여유와 즐거움 속에서 크게 발휘된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매사 진지하고 심각한 생활습관에서 조금 자신을 풀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 안에서 상상력은 자라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상상의 힘은 무한하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은 인류 역사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온 진화의 흔적이다. 80년대가 끝나가도록 보통 사람들은 인터넷혁명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어느 누가 이런 것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상의 싹이 결국 세상을 바꾸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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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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