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요구되는 여러 자질 중 단연 으뜸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리더란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기에 조직 구성원이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는 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인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의회의 지지를 얻고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련 속에서 영국인들을 하나로 규합할 수 있었다. 처칠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에 대해 알아보자.

정치적 수사(修辭)는 정치철학과 별개로 정치가의 의도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능력으로 ‘스킬’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왜냐하면 정치가의 ‘말’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비수가 되어 듣는 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어머니의 손길이 되어 위로를 줄 수도 있고 때로는 태풍처럼 온 세상을 뒤집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수사에 능했던 인물이 바로 윈스턴 처칠이다. 그는 권한이나 권력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연설할 때 어떤 표현을 써야 더 효과적일까 고민하고 자신의 말이나 지시가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다양한 연구를 시도했다. “생각한 일을 정확한 양으로 종합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게으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만큼 말하는 방법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했다.

그러한 처칠이 선택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폼 잡지 않고 간결하게, 평이하지만 정확하게 말하기였다. 보통 리더들이 말하기나 연설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남다른 표현이나 권위가 느껴지는 말을 사용고자 애쓰기 때문이다. 청중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문 용어나 어려운 말을 사용하여 자신의 연설을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처칠이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을 보면 ‘뭔가 있어 보이는’ 표현을 찾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위대한 연설로 찬사 받고 있는 “Never give up! Never, never, never, never, never, never give up!”은 특별한 표현이 없을뿐더러 단순하기까지 한 문장으로, 처칠은 쉬운 말로 중요한 표현을 강조함으로써 청중의 뇌리에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메시지를 남기는 연설을 했다. 대부분의 청중은 여럿을 대상으로 하는 연설을 들을 때 그다지 적극적으로 경청하지 않고 제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한 달이 지나면 80% 이상을 잊어버린다. 이를 감안하여 처칠이 했던 것처럼 중요한 이야기는 그 중요도만큼 반복해서 말하거나 짧지만 명쾌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웃음은 소통의 가장 효과적인 코드
처칠은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보니 걸핏하면 논쟁을 벌였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거칠게 느껴지고 폭군처럼 비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익살과 유머를 통해 말끔하게 해소함으로서 ‘처칠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냈다. 상대방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포함되어 있는 유머는 처칠 유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대서양헌장을 둘러싸고 처칠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처칠이 묵고 있던 방에 갔다가 목욕 중이던 처칠의 알몸을 보고 말았다. 이때 처칠은 당황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시다시피 영국의 수상은 미국의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던졌고 이로 인해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한다. 처칠은 이렇게 유머를 최상급의 소통 도구로 이용함으로써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이 될 수 있는 거침없는 말이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날개를 달았으니 유머 감각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유머는 어떤 정형화된 기술을 익힌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자신 있고 여유가 넘칠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구사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처칠은 오늘날의 리더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팁을 한 가지 더 알려준다. 바로 상대를 인정하고 내 페이스대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자신이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를 말해두는 방법으로 심리학에서 ‘레테르 효과’라 부르는 것이다. 히틀러에게 영국 상륙을 단념시킨 일도 이 레테르 효과를 잘 활용한 처칠의 힘이었다.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자네는 참 침착하고 치밀하게 일을 처리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식으로 상대에게 어떤 장점을 지니게 하고 싶다면 그 장점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새로 만난 사람과 좋은 친분을 유지하고 싶다면 “오랜만에 품이 넉넉하고 큰 스타일을 가진 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겠다. 처칠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여 “카리스마 있고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라는 평가를 얻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결국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처칠은 말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실행에 옮김으로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가이자 리더로 남을 수 있었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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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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