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편안함은 기업에 위기를 가져오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되기 쉽다. 낯선 것에 대해 ‘새로워’ ‘도전적이네’라는 긍정적인 자세를 갖기보다는 우선 ‘아, 불편해’ 하는 생각부터 하며 눈앞에 위기를 보고도 움직이는 일에 주저한다. 기존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쉽게 놓고 싶지 않으려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본능은 바꿀 수도 있다. 내 몸이 새로운 습관에 젖게 만드는 일과 같다. 훈련하고 단련하면 된다. 다만 그러한 도전과 변화, 혁신이 신바람 나는 일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게끔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위기일수록 고정관념 밖으로 나와라
명품은 전통을 중시한다. 그래서 명품을 갖는 일은 문화와 가치를 함께 사는 일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번 명품이 영원한 명품은 아니다. 명품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체크 무늬가 트레이드 마크인 전통과 관록의 브랜드 ‘버버리’는 언제부터인가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노인들이나 입는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브랜드로 전락한 적이 있다. 이 위기 앞에 버버리는 누가 봐도 ‘맡겨도 될까’라는 불안감을 주는 30대 초반의 젊은 디자이너를 파격적으로 기용한다. 버버리의 전통을 생각하면 젊기보다 어린 편에 가까울 이 디자이너는 그러나 ‘명품도 변해야 산다’는 생각을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150년 전통의 근엄한 할아버지와 같은 버버리를 ‘젊은 오빠’ 느낌의 버버리로 재탄생했다. 고유의 버버리 체크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개성을 살린 체크무늬를 선보였고, 허리선을 살린 트렌치코트를 만들고 가죽 등 새로운 소재를 함께 사용했다. 이 ‘프로섬’ 라인은 젊은 패션 마니아들을 버버리 매장으로 다시 끌어들인 것은 당연하다.

역발상이 기업을 살려낸 사례는 또 있다. 업계 1위였던 시장점유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진 위기의 일본 아사히맥주는 맥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은행원 출신을 사장에 앉혔다. 맥주에 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 반대로 객관적으로 또 새로운 시각으로 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전례가 없으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전례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회사를 살려냈다.

대부분 성공한 역발상도 처음엔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생각’은 문제를 한 가지 방식으로 푸는데서 오는 한계를 해소해줄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거꾸로 생각하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자. 있는 현상 그대로를 수긍하지 말고 ‘이렇게 하면 안 돼?’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꼭 밥그릇과 국그릇은 따로 따로 있어야 해? 피아노 건반이 좀 컬러풀하면 안 돼? 왜 이런 방법으로만 영업해야 돼? 등등 뒤집어 질문을 해보자. 그건 ‘삐딱한 시선’이라고 해도 좋고 ‘남다른 창조적 시선’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한번 해보자. 실패하면 어떤가. 남는 것이 분명 있다. 개인도 기업도 이런 시선과 실행 과정은 꼭 필요하다. 위기는 편안함에 안주할 때 스멀스멀 찾아온다.

#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기업문화
중국 광저우의 한 양복점은 와이셔츠 왼쪽 소매를 오른쪽보다 1인치 짧게, 이른바 짝짝이 셔츠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세계적인 명품시계인 롤렉스시계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셔츠가 대인기를 몰고 와 양복점은 사상 초유의 ‘대박집’으로 소문이 파다했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사람의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한 성공 케이스다.

짝짝이 셔츠는 역시 문득 하루아침에 나온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의외성, 거꾸로 읽는 자세, 늘 열려 있는 자세로 타인의 생각을 읽는 예리함이 만든 성공이다. 하지만 생각을 아무리 한들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면 소용없다. “그래도 그렇지 진짜 팔리겠어? 누가 시계자랑하자고 짝짝이 셔츠를 입겠어? 잘난척쟁이들에게 한두 개나 팔면 다행이지. 하나마나 괜한 시간낭비야” 이렇게 하고 말았다면 ‘대박 셔츠’는 없다.

모든 가치의 변화를 실현시키는 과정엔 어떤 대가, 혹은 비용이 필요하다. 실제 금전적 비용이 발생하고 그것을 그대로 버리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도전할 수 없다. 세계적인 기업 ‘디즈니’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디즈니는 ‘실패한 아이디어는 없다’고 못 박는다. 당장 현실화하기가 어려운 아이디어라도 ‘실패한 아이디어’로 속단하지 않고 ‘나중에 실현할 아이디어’로 여겨 별도의 아이디어 창고에 보관한다. 이 창고엔 각종 아이디어 스케치북과 미완성 캐릭터, 플라스틱 모형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이디어 개발이 벽에 부딪힐 때면 누구라도 얼마든지 이 아이디어 창고를 참고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이 중 일부는 많은 시간이 흘러 현실화되기도 한다. 결국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계속 기업을 성장시키며 위기가 발을 못 붙이게 한다.

#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혁신이 성공한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말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전통적 기업들이 위기를 만나는 경우는 많다. 닌텐도 게임에 정신이 팔려 게임에 몰두하게 되면 집밖에 운동을 즐기러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나이키의 제품이 덜 팔린다는 고민은 나이키의 문제만 아니다. 세계적인 장난감회사 레고 역시 디지털 게임기에 고객을 빼앗기는 위기를 맞았다. 1994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등장한 이후 5년도 채 안 되어 적자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당시 레고는 비디오 게임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지 못했다. 레고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덴마크의 대표적인 족벌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조조정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 기업이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레고는 ‘디지털’을 또 하나의 핵심 비즈니스로 키우기로 했다. 테마파크와 의류 등 전형적인 오프라인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자원을 디지털 환경으로 바꿨다. 웹사이트에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용자가 자신만의 3D 모델을 가상으로 만들 수 있게 하고, 좋은 작품은 레고 본사에서 채택해 실제 완구 상품으로 출시했다. 자신이 개발한 레고가 상점에서 팔린다는 것은 고객에게 대단한 기쁨을 선사하면서 레고는 서서히 회생했다.

보통 혁신안에는 과거의 부정적인 관습, 관행, 정례화된 어떤 것 등이 모두 폐기처분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사원들은 그것이 잘 된 일이라고 하면서도 익숙한 것들을 속절없이 버려야 하는 상실감과 박탈감을 크게 느낀다. 이때 이런 상실감을 대체할 비전을 제시하여 사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필수적이다. 단순히 한두 개의 아이디어와 좋은 발상을 두고 ‘따라오라’는 식으로는 실패한다. 그 아이디어와 좋은 발상이 상품이 되게 하고 서비스가 되게 하려면 조직원들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긴 시간 집중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협업해야 한다. 비전은 그런 과정에 사원들을 끝까지 한데 묶는 일을 한다. 비전을 공유해야 아이디어도 조직도 성공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조직에 맞든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위기의 극복이나 성공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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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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