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본전 이상 건질 수 없다면 화내지 말라

“제 담당도 아닌데 이거 꼭 제가 해야 하나요?”
아무리 내 앞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이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직장생활 해왔는데 어느날 입사한 지 오래되지 않은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정말 화난다. 급한 성질 참지 못하고 욱해서 뱉어버린 한마디가 또 못내 목에 걸린다.
“이것밖에 못해?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모를 줄 몰랐네.”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선배는 어떤가. 설마,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제법 있다. 목구멍으로 ‘그럼 니가 하세요’라는 말이 치밀어 오르는 걸 간신히 참고 돌아서면 스트레스로 뒷목까지 뻣뻣하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화낼 일이 생긴다. 어떤 일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도통’했거나 의욕이 없거나 둘 중에 하나이기 쉽다. 화가 날 땐 화를 내야 한다. 때마다 화를 참거나 삭이면서 술이나 담배, 폭식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이 화를 내서 약간의 손해가 생기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

화를 내자. 다만 감정에만 충실해서 불같이 화를 냈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상황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양날을 가진 컬처럼 화를 잘못 내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목표를 이루는 데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화를 잘 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직장생활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그러려면 화가 났을 땐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화가 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상대에게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객관적인 상황, 이런 당신의 말투 때문에 지금 내 감정이 어떠하다 하는 것을 표현해야 나도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고 상대방도 그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과할 수 있다.

하지만 화가 욱하고 올라올 때 이렇게 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 10초, 아니, 5초만 참아 화를 바로 옮기기 전에 틈을 주자. 결국 후회할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언사,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로 되갚아주려는 실수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빠져 화난 감정을 풀기만 하기보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결국 공동의 이익이자 목표라는 것을 상대에게 알려야 그 화가 정당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며, 상대의 사과나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럴 때는 성마른 분노가 담긴 말투보다 약간은 낮은 목소리로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러 번 참고 참다가 이제는 한번쯤 쓴 소리를 해주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좀더 이성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여유가 있다. 내용은 눈물이 찔끔 나고 얼굴이 화끈거릴 내용이라도 말투는 우아하고 보들보들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라도 직설적으로 말해서 상대방에게 상처와 되고 적을 만들 것이 아니라 살짝 포장지를 바꾸는 센스가 필요하다. ‘할 수 없다’라는 말 대신 ‘노력해보겠다’라고 하고 , ‘그럴 리가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대신 ‘이건 착오나 오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순화해서 말해본다. 또, ‘이러이러한 것이 당신의 문제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건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로,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대신 ‘그런 건 안 할수록 당신에게 이익이다’ 하는 말로 바꾼다면 상대는 반감이나 저항 없이 마음을 움직여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도 직장 후배나 동료, 부하 직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당신은 구제불능이야’ ‘그래도 좀 어쩌나 보려 했는데 역시나구먼’ ‘내가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하는 말들은 욕설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괘씸한 말이다. 사과를 해도 앙금처럼 남아 있기 쉽고 오래 가지고 가다가 또 다른 갈등의 순간에 다시 불거지는 경우도 흔하다.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지나치게 자주 화가 나고 그 때문에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정도라면 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상대방과 대화를 못할 정도로 화가 났다면 차라리 잠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낫다.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화를 내면 분명 후회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무실 건물 밖으로 나가 잠시 바깥바람이라도 쐰다면 훨씬 효과적이다. 또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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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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