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때때로 가까운 사람이 더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남편이나 아내, 내가 낳고 기른 자식,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는 가장 절친한 동료. 그러나 이 사람이 내가 알고 지내던 그 사람인가 싶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시적으로 서로 피곤하거나 예민한 감정 상태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본질적인 차이였는데 몰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상대의 급격한 정신적, 심리적 변화에 내가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갈등의 시작이다. 소통은 되지 않고 상대에게 다다라야 할 말은 정체되었다가 돌아온다. 커뮤니케이션의 매듭은 어디서 풀어야 할까.

자신의 내면과 먼저 소통하라
삶은 종종 나를 잊게 한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뭘 하고 사는 걸까?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당황할 때가 있으니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값진 일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삼색공감>이라는 책에서 “사람은 고독의 공간에서 진짜 자기를 본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사람은 공상적 욕구와 꿈도 맛보지만 좌절된 욕구가 켜켜이 쌓인 삶의 두터운 퇴적층을 만난다. 이것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로부터 자기만의 결론을 이끌어낸 사람만이 무의식적인 불안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야만 현실적인 일에서도 집중력이 높아져서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지점도 여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자신의 내면을 안다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올바르게, 오해 없이 드러낼 수 있다. 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내면을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나를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살아왔다지만 정작 ‘나’를 위로하고 쓰다듬고 돌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시간을 내자. 진정한 휴식과 평화, 소통의 오솔길이 열릴 것이다. 한 가지, 종교적 수행법에서 시작한 요가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오쇼의 <비움>이라는 책에서 ‘요가는 꿈 없는 마음으로 가는 방법’이며, ‘존재의 체험과 실험의 길’이라고 했다.
타인의 내면을 들으려 노력하라
사람은 자라면서, 혹은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가 있다. 결혼이나 출산, 사망 같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계된 환경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고, 그야말로 나이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가 정신적인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겪는 혹독한 정신의 파도인 사춘기, 남자 나이 40대를 기점으로 온다는 사추기(思秋期), 품엣 자식을 다 기르고 난 여성들의 빈둥지증후군, 혹은 갱년기 등은 누구나 다 아는 급격한 변화기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이런 시기를 맞는 가족과 현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갈등만 더하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면 책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심리적 변화를 겪는 가까운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우리를 돕는다.

블로그, 미니홈피와 같은 1인 미디어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인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사람의 취미나 성향, 사생활, 스케줄, 대인관계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떠한 사상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쉽게 소통의 길이 막힐 수 있다. 좀 더 공감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들으려고 경청하게 되면 ‘배고프다’는 말이 ‘외롭다’는 의미로 다가오고, ‘피곤하다’는 말이 ‘괴롭다’라는 의미로 금방 다가온다. 진정으로 들으려고 노력하면 안 들리던 것들도 어느 날 들리게 된다. 이해의 통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먼저 섬기는 가운데 소통한다
헤르만 헤세 소설 중 <동방으로의 여행>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허드렛일을 해주는 ‘레오’라는 사람이다. 레오는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중 돌연 사라졌다. 레오가 사라지기 전까지 모든 일은 순조로웠지만 막상 보잘것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 그가 사라지자 일행은 혼돈에 빠지고 흩어지게 돼 급기야 여행이 중단된다. 사람들은 레오가 없어진 뒤에서야 레오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일행 중 한 사람은 몇 년을 찾아 헤맨 끝에 레오를 만나 여행을 후원한 교단으로 함께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그저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심부름꾼으로만 알았던 레오가 그 교단 책임자인 동시에 정신적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상대를 먼저 섬기고 희생과 헌신 속에서 진정한 권위가 흘러나온다. 지식사회는 나이와 근속연수만으로도 위계가 생겼던 산업사회와는 다르다. 조직 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구분도 없어지며 지시와 감독이 점점 더 통하지 않게 된다. 부하들을 위해 헌신하며 부하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십으로 바뀌어가야 한다. 소비적인 갈등을 줄이고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 조직과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추고 조직 구성원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 남자, 여자, 남편, 아내, 자식, 직장동료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책 >  
『수호천사 이야기』 / 김범
『부모와 십대 사이』 / 하임 기너트
『남자 대 남자』 / 정혜신
『최강팀 만들기 - 팀워크 에니어그램』 / 진저 래피드, 보그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존 그레이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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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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