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대공황에 견주는, 아니 그 이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최악의 세계경제 위기 앞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온 기업들마저도 살얼음판을 걷는다. 최고경영자와 조직구성원의 역량이 무엇보다 가파른 시험대에 오른 기업들에게 이 불황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조직의 능력이 어려운 난관을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니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줄은 몰랐지만 지금 실행중일지도 모르고, 머리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실행하는 것이 한 박자 늦었을 뿐이다. 그것은 ‘소통’이다.

신뢰는 모든 소통의 처음과 끝이다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불황이 얼마나 오래갈 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위축된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조직원은 조직원대로 이 불황의 긴 터널에서 이런저런 눈치를 더 보게 되고 예민하게 몸을 사리고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한다. 회사에서 내 이름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지 않을까 싶어 밤잠을 설치며 회사의 눈치를 보는 직원들, 회사는 경영상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싶지만 이 일도 쉽지 않다. 서로 입장이 다르고 서로 처해 있는 환경도 다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의 크기도 다르다.

하지만 신뢰는 모든 소통의 처음과 끝이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하고 아름다운 옷차림에 신경 쓰고,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하고 헌신한다. NBA최고의 감독으로 칭송받는 시카고불스의 필 잭슨 감독은 악동으로 소문난 제니스 로드맨을 영입하여 그가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선수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질책하기에 앞서 기다려주었다. 감독의 신뢰로 로드맨은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 비주전 선수도 똑같이 믿어주는 김성근 감독
2006년 2007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SK와이번즈의 김성근 감독은 ‘자율야구’라는 별명이 그의 스타일을 말해준다. 그는 보물급 선수를 잘 이용하기보다 비주전 선수를 잘 살려 승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지연, 학연 등으로 선수를 편애하지 않고 노력하는 선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줌으로서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더욱 분발하게 만들며 주전과 비주전 선수 사이의 기량 차이를 최대한 없앰으로써 팀 전체의 기량을 크게 끌어올린다. 모두 누군가에게 뒤질세라 열심히 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비주전 선수에게도 주전선수와 똑같은 믿음을 보여주고 비주전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한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가 보다 ‘왜’ 야구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무조건 끌고 가기보다 스스로 분발하게 하는 자율성을 부여한다. 목표와 동기가 분명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감독의 지옥훈련도 이겨내게 된다. 감독과 선수의 목표와 동기가 일치하고 상호신뢰하기 때문에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낸다


서로의 ‘니즈’를 파악하면 막혔던 것도 뚫린다
상대방의 입장을 늘 생각하고 상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베푸는 자세야말로 조직과 개인, 개인과 개인의 소통의 문제에서 가장 실질적인 핵심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고 빨리 변해가더라도 ‘베푸는 대로 받는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풀기도 상대가 필요 없는 것을 베푸는 것은 소용없다. 나는 너무나 갈증이 나서 물이 먹고 싶은데 배고프지 않냐며 자꾸 빵을 권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회사는 직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모니터하여 그것에 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욕구와 니즈는 정확히 구별하여 니즈 부분을 확실하게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또한 조직의 리더들은 권위와 나이만 가지고 젊은 직원들을 이끌고자 하면 생각 밖의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신세대들은 자기들만의 고유 특성을 이해해줄 때 상사에 대해 신뢰를 가진다. 직원 모두를 획일적으로 똑같이 대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이나 처지를 살펴 칭찬하고 격려하고 이해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또 젊은 사람들에겐 그들이 해야 할 일,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 같은 것을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객관적이며 구체적인 방식으로 말해야 잘 받아들인다.

*** ‘지금’ 필요한 것을 알았던 여자축구연맹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운동한다고 사내처럼 머리를 자르고 무지막지한 체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1등을 위한 성적으로 지치게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여자축구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연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놀랍게도 ‘국제대회 성적포기’였다.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일단 접고 선수들이 즐겁게 공을 찰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예쁘고 똑똑한 선수가 공도 잘 차더라는 점을 랭킹 1위의 미국대표팀을 보고 깨달은 관계자들은 ‘예쁜 선수’로 기르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사내처럼 짧은 헤어스타일과 체벌을 금지하고 많은 딸 가진 부모들이 ‘내 딸을 여자축구선수로 기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고, 남자친구가 내 애인이 여자축구선수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 한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학습지를 지원하고, 체벌을 일절 금지시켰으며 하루 훈련시간도 2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눈앞의 성적보다 많은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연맹의 생각은 주효했고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를 하겠다는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부터 여자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안익수 감독은 대대적인 세대 교체로 선수 평균 연령을 확 낮추면서 실력과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의미 있게 변화시키고 있다.


섬기는 자세는 관계를 역전시킨다
우리들의 생활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사람들과의 상호 협력에 의해서 순조롭게 이어진다. 그런데 자칫 이런 협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고 자신의 현재 모습이 무조건 혼자의 힘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인간관계에 독이 된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그 지위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동료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겸손한 생각이 동료와의 관계를 바르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세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소통의 공간이 넓어진다. 어떤 일에 있어서 평균만큼만 기대하면서 이 평균이 생각보다 낮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훨씬 수월해진다. 소통은 쌍방향의 문제이지만, 섬김은 다소 일방적이어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최상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조금 서먹한 관계에 놓여있다고 해도 너그러운 마음과 용기만 있다면, 단 한 번의 행동으로도 그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직원을 섬기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말한다. 우리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지금은 경영성적이 안좋지만 이 스타벅스의 성공신화는 커피를 서빙하는 사람에 투자함으로써 그 바탕이 되었다. 최고경영자인 하워드 슐츠는 “회사의 최우선 순위는 직원들이다. 그 다음 순위는 고객만족이다. 1990년대 중반, 점포 관리자가 강도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슐츠 회장은 그날 밤 바로 전세 비행기를 타고 텍사스로 갔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현장에 머무르면서 가족들과 종업원을 위로했고 죽은 관리자의 가족을 위해 기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텍사스 점포를 판 돈을 사망자의 가족 부양과 아이들 교육을 위해 헌납했다. 이러한 최고경영자의 모습이 ‘스타벅스 로열티’를 끌어냈다. 직원들의 로열티는 고객들의 로열티로 이어졌다.

긍정적인 사고하기와 말하기의 씨앗을 뿌려라
소통이 잘 되는 사람, 소통이 잘 되는 기업 문화의 바탕엔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다. 늘 ‘내가 다니는 회사는 훌륭한 회사다!’라는 믿음은 자기 조직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표현되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열정이 배어나온다. 열정을 끓어오르게 하는 가장 큰 씨앗은 즐거움이다. 열정을 일으킬 수 있는 수단 가운데 즐거움보다 더 큰 경쟁력은 없기 때문이다. 즐겁기만 하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고, 일을 찾아서 하게 되고 성과에 집착하지 않아도 성과는 오른다.
즐거움은 회사일도 내가 오너처럼 일하는 자세에서 생긴다. 상사에게 어떤 지시를 받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스스로 한번 진행해보겠다는 의견을 낸다. 고용된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라 책임지는 리더의 자세로 사고하자. 일은 저절로 즐겁고 재미있기란 힘들기 때문에 내 사업, 내 일처럼 해나가는 습관이 점점 즐거움과 열정을 부른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강력한 믿음은 바꿔 말하면 나에 대한 강한 긍정과 믿음이기도 하다. 이것이 주인의식을 낳는다. 이것은 개인이 조직과 소통하는 최고의 기술이다.

*** 모든 생각이 존중되는 구글
구글의 기업문화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보다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위트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에는 유난히 하얀색 칠판이 많이 걸려 있다. 방문객을 맞는 로비나, 회의실, 복도 등에서 다양한 모양의 칠판을 만날 수 있다. 그 화이트보드에는 사소한 낙서부터 수학 공식, 제품 관련 아이디어 등이 가득하다. 칠판에 내용이 가득 차면 그냥 지우지 않고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그 메모를 다시 일정한 웹사이트에 올려놓는다. 구글의 직원들은 어떤 생각이든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할 수 있고, 칠판관리는 회사가 이를 잘 존중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슬로건이다. ‘다른 의견에 대해 끝없이 포용력을 가지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내 의견을 고집하고 집착하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건전한 비판을 감수하는 것은 구글인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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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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