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는 글도 잘 쓸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것이 먼저일까, 말을 잘하는 것이 먼저일까. 글이나 말은 한 가지 생각이 다른 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다. 생각을 표현하는데 글보다는 말이 빠르다. 그래서 말을 글로 잘 옮기는 일은 가장 수월한 습작이 될 수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말을 잘 하면 그것을 글로 옮길 수도 있고 잘 쓴 글을 토대로 말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텔러는 글쓰기도 유리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만 잘 전해도 사람들은 알아듣는다. 거기에 주석과 해석을 이야기보다 더 길게 늘어놓는 일은 불필요하다. 아무리 길게 인용을 해도 결국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본편뿐이다. 스토리가 애초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끌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러가 되는 일은 크게 다른 기술이 없이도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혹은 재미있게, 인상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리더들 중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혹은 누군가 설득하고자 할 때, 가능한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 자신감이 없거나 자신의 배경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거나 내용보다는 형식에 힘쓰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 그래야 상대방이 날 무시하지 않고 자신을 우러러 보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는 헛된 생각 때문이다. 말을 너무 쉽게 하면 생각도 짧고 진지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든 연설이든 상대방을 붙잡는 분명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어떤 에피소드나 사례를 들어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대화 방법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 강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귀를 저절로 기울이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많이 배웠든 못 배웠든 이해가 빠른 사람이든 좀 느린 사람이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쉽고 재밌는 우화 하나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우회적으로 보이지만 확고한 의사전달이 될 수 있다. 추상적인 관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결국 한 생각 속에서 나온 형제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스토리텔러는 맥아더를 꼽을 수 있는데, 맥아더는 자신의 말에 대단한 무게를 싣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부하나 언론 앞에서 아주 드물게 연설하는 지휘관이었지만 한번 연설을 하면 최상급으로 했다. 놀라운 건 시간은 15분을 넘긴 적이 없고 보통 5분 안에서 할 말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현은 군더더기 없이 적절하고 최고 수준이었다.

2차대전 때 한 전투에서 죽은 병사에게 “나는 그의 탄생이 존엄했음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의 죽음이 영광스럽다는 건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말이나, “조국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자야말로 삶의 자격이 있다”는 표현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그 유명한 말과 함께 그의 어록에서 빠질 수 없는 말이다.

그는 많지 않은 연설을 위해 글을 쓰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말을 듣는 청중에게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고 실패한 적이 없었다. 특히 그는 많은 독서를 통해 말의 소재, 혹은 이야깃거리를 찾았다. 그의 연설과 글을 살피면 나폴레옹에게서 인용한 말, 연극에나 드라마에서 가져온 말들, 링컨의 연설에서 발취한 글, 플라톤의 이야기와 성경에서 인용한 구절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야깃거리를 찾았던 맥아더의 노력을 볼 수 있다. 그냥 전투력을 키우자, 용기를 내자, 두려워하지 말자, 앞으로 전진하라, 나라를 위해서 이 한 목숨 기꺼이 바치자, 하는 직설적인 말로는 부하들을 감동시켜 두려움 없이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글과 말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도처에 널린 이야기를 기억하거나 메모하라

훌륭한 리더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꾼이다. 쉽고 재미있는 언어적 그림을 그리고, 은유와 비유로 이야기에 색칠을 하고, 상상을 자극하고, 욕구를 꿈틀거리게 한다. 하지만 재담가는 말을 재미있게 실감나게 구사하는 능력은 타고났을지 모르지만, 재미있게 할 이야기의 밑천이 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밑천이 떨어지기 전에 마련해야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잘하는 연예인이나 방송인 중에는 대단한 독서가들이 많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읽고 모으고 수집하고 써먹는다.
맥아더가 그랬던 것처럼 링컨 역시 이야기꾼적인 기질이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야기의 소재를 꾸준히 수집하고 가공했다. 다만 링컨은 이야기를 의견충돌과 고민을 줄이는 완충제로 사용하는 것이지 이야기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장황해질 뿐 중심을 잃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상대의 말을 부인하거나 비난할 때 날카로운 감정도 줄일 수 있고 듣는 사람의 감정을 다치지 않으면서 내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을 충실히 이용했던 것이다. 

사실 이야기를 얻을 수 있는 소재는 주변에 무궁무진하다. 중요한 정보제공자로는 책을 꼽을 수 있지만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읽었던 조간신문의 미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들은 것, 본 것, 읽은 것, 경험한 것 등등 대화 시작의 소재로 적합할 경우 메모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라. 힐러리 클린턴이 탁월하게 연설을 잘 하는 이유는 인용문, 속담, 격언, 성경구절 들이 적힌 수첩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재미있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스토리텔러가 되자. 당신의 말하기는 물론 글쓰기에도 역시 파란 불이 깜빡거릴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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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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