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데도 어퍼컷을 날려라

에너지 절약은 유가 불안과 지구 온난화의 문제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은 당장 다음 달에 나올 청구서 부담으로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말하는 데도 에너지는 든다. 말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기름이 들지 않지만 회사에서 핵심인재로 커나가고 싶다면 분명하게 절약해주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에너지 쓰고 인심까지 잃는다면 얼마나 과소비인가. 무엇을 어떻게 절약해야 할까.

 

상사의 말을 절약해주는 부하직원

상사는 어떤 부하직원이 가장 좋을까. 자신의 의중을 빨리 파악해서 일하는 부하, 상사의 취향을 잘 알아서 어떤 경우든 불편 없이 보좌해주는 부하, 다들 하기 싫어하는 귀찮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부하, 모두 상사가 좋아할 만한 부하직원이다. 그런데 묻기 전에 미리미리 보고를 잘하거나 재촉하지 않아도 일찌감치 업무 마감을 하는 직원만큼 예쁜 직원이 따로 있을까. 상사가 잔소리와 재촉, 확인을 할 필요가 없게 깔끔한 일처리를 하는 부하직원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직원이다.

아무리 자기 입안의 혀처럼 잘하는 부하직원이라도 업무적인 면에서 자꾸 말을 많이 하게 하는 부하는 신뢰하지 않는다. 또 아무리 일을 잘해도 중간보고 같은 것을 좀체 하지 않는 부하보다는 업무 능력이 크게 뛰어나지 않아도 사소한 일도 보고해주고 상의하는 부하는 마음 가는 부피감이 다르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서는 자신보다 일도 못하는 사람이 상사의 신뢰를 받는 것이 못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는 잘하고 있으니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보고를 하겠다는 직원보다, 서너 시간의 외출일지라도 “어떤 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드는 외출이며, 교통상황에 따라 좀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까지 깔끔하게 말해주고 사무실을 나서는 직원에 대한 신뢰는 차원이 다르다. 일일이 물어봐야 대답하는 부하직원을 보는 상사는 자신의 유능한 부하직원이 못 미더워 자꾸 확인하려드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기분이 찜찜하다. 일 돌아가는 상황의 전체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상사의 주된 업무가 아닌가. 그것을 부하직원은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직원이 신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상사도 잔소리 하고 싶지 않다. 채근하고 재촉하고 확인하는 일 안 하게 해주는 직원이 제일 고맙다. 상사의 말을 절약해주는 직원은 조직에서 크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상사가 나한테만 뭔가 확인하려 들고 보고 받으려 들고 재촉하는가? 그건 상사가 나만 미워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보고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부터 찬찬히 돌아보고 신뢰받는 직원의 업무습관으로 나를 길들이자.


사족의 수도꼭지를 틀어 막아라

때로 그럴 때가 있다. 말을 다해놓고 돌아서서 자기 혼자 있게 되면 “내가 왜 그런 말까지 했지? 쓸데없이… 핵심만 딱 말하면 될 걸 별 소리를 다 했네” 이런 후회가 은근히 밀려드는 때. 구질구질한 변명이나 사족 때문에 정작 핵심은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말하지 않은 것만 못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된다.

한 자리, 한 부서에 너무 오래 머물러 진짜 자신을 긴장시키고 새로운 변화에 자신을 맡기고 싶을 때 “OO부서로 가서 제일 하찮은 일부터라도 그쪽 일을 배우고 싶다”는 말만 하면 되는 걸, “나이도 있고, 집에 들어가야 할 비용도 많아지고, 늦기 전에 연봉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비전 있어 보이는 OO부서에 가고 싶다”고 구구절절 그 이유를 다 말할 필요는 없다. 직장에서 중요한 공적 의논을 하는 데 있어서 사적인 이야기는 사족이다. 사족은 중요한 문제를 풀어 가는데 방해가 되고 가벼운 담소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좋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는 것인데, 상대방은 내 사족에 신경을 쓰면서 ‘집안 사정이 어렵냐’ ‘자녀가 몇 살이냐’ 등등의 화제로 이끌 수 있다.

불필요한 말은 중요한 핵심을 가리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정말 원하는 일이고 중요한 일일수록 공적인 대화에서는 불필요한 사족을 달지 않아야 말에 힘과 무게가 실린다. 잘못한 일이면 바로 사과하고 실수한 일이면 사과하고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 없도록 하겠다는 말만 하면 된다. 무엇 때문에 잘못됐고, 잘못되기 전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었다는 긴 말은 필요 없다. 듣는 사람에겐 모두 다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잽’은 아끼고 ‘어퍼컷’을 날려라

직장생활을 하면 다른 사람의 배설기관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입 바른 소리’ 잘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못하고 누군가가 잘못했을 땐 바른 말로 꼭꼭 집어서 알게 해준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시원하다 못해, 그에게 의지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대신 이야기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하지만 ‘입 바른 소리’ 더 나아가 ‘독설’은 당장은 시원한 기분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큰 마이너스다. 자신의 공을 입으로 다 까먹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가 없어도 비판하거나 지적해야 할 일에 대해 즉시 말하고 싶은 기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자제해야 한다. 특히 팀장이나 관리자급 이상의 상사들이 자신에게 이런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철저히 절제해야 한다.
사람도 말을 통해 맷집이라는 것이 생긴다. 자주 입 바른 소리를 하거나 독설을 퍼붓는 사람에게 듣는 말은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또 시작이다’ 하는 의미로 동료들끼리 안 보는데서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 때가 있다. 자주 잽을 날리다보면 피하는 능력도 생기고 그러려니 한다. 말의 무게는 얼마나 자주 하느냐에 따라 대단히 가벼워지는 특성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여과 없이 자주 하는 것이 권투에서 ‘잽’이라면, 꾹 참았다가 제대로 예의를 갖추어서 정색을 하면서 한 마디 해주는 것은 ‘어퍼컷’이다. 기회는 자신이 만들기도 하고 상대방이 만들기도 한다. 평소 비난을 삼가라. 나중의 큰 한 마디를 위해 평소의 말을 아끼는 것은 자기수양이며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는 방법이다. 직장이란 타인의 협조로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어퍼컷’만이 그걸 맞을 필요가 있는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으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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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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