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도 설득하라!

입력 2008-05-06 00:00 수정 2008-05-16 16:10
살다보면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무수히 많다. 세일즈맨이 고객을, 사장이 사원을, 사원이 사장을,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살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내 가까운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고 그것을 설득하는 일을 한다. 단번에 설득하기도 하지만 몇 번에 걸쳐 계속 설득해도 쉽지 않을 때도 많다. 설득은 어떤 때 완성될까. 어떤 때 알면서도 설득당하고 싶어질까.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 문을 열 수 있을까.

표시 안 나게 문 여는 기술
누군가에게 ‘설득 당한다’는 일은 사실 별로 유쾌하지 않다. 상대의 논리에 내가 ‘패배하거나 넘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지 않고서야 쉽게 남의 말에 ‘오케이!’ 하고 속없이 남이 하자는 대로 다 하지 않는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나름대로 자기 고집대로 살아오면서도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설득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면 가진 것은 ‘몸뚱이 하나’로 자수성가한 사람, 수많은 직업을 경험하면서 세상의 쓴맛단맛 다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 제대로 실패해보지 않고 절반 이상의 성공은 꾸준히 거두어온 사람들을 대표로 꼽을 수 있다. 속으로는 설득하는 사람 말이 ‘맞다’ 하면서도 겉으로는 좀체 그것을 수긍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에겐 그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설득의 절반은 성공한다. 어떻게 내 말을 듣게 할까. 그들의 견고한 자부심과 두려움 없음에 어떻게 내 말이 끼어들 수 있을까. 어떻게 그 빗장을 열 수 있을까. 이들은 표시 나게 하면 더 빗장을 안 연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스르르 열리게 해야 한다. 가장 최고의 방법은 ‘경청’이다. 사람들은 말하고 싶어한다. 내가 얼마나 힘든 삶을 걸어왔는지, 내가 얼마나 고난을 극복하고 이만큼 성공했는지, 내가 얼마나 대단하지, 이런 것들을 늘상 말하고 싶어한다. 거기엔 나이도 성별도 구분 없다.

들어주라. 그들이 자랑하고 싶어하면 찬사를 보내면서 들어주고, 힘든 때를 이야기할 땐 안타까워하며 들어주고, 성공한 이야기를 할 땐 내 일처럼 기뻐하며 들어주라. 그런데 이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설득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자 부작용 없는 최고의 테크닉이기 때문이다. 경청은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그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자 다른 사람의 관점을 통해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경청의 대가가 설득의 대가다
징기스칸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려 했고, 참모들과 의논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는 말을 남긴 그는 대황제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든 무슨 말을 하든 거침없었을 사람이지만, 적에게도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가 명확한 갈림길에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그 선택을 존중함으로써 피정복민을 설득하여 자신의 백성으로 편입하였으니 진정한 설득의 제왕이었다.

우리 역사의 최고 성군 세종대왕도 집현전 학자들의 말을 작은 것,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들었던 인물이다. 신하들이 아무리 꽉 막힌 소리를 해도 끝까지 듣고 나서 설득했고,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를 하는 일이 있어도 노여워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그들의 말을 들었다. 노여워하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은 말함으로써 절반은 자기정리가 되고 노여움의 수위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세종대왕은 그 후 말을 시작했던 것이다. 설득의 첫 단추를 잘 꿰는 비결이다.

공감하며 들을 때 마음을 연다
사람들은 남을 설득하고 남에게 뭔가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에는 ‘말하기’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중요한 순서대로 늘어놓자면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순이라고 하니 말하기가 사실 가장 끝에 있다.
그런데 듣긴 들어도 내가 다음에 할 말만 생각하느라 제대로 듣는 일이 어렵다면 실패다. 공감하면서 듣는 일은 귀로 말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눈과 가슴으로도 듣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누구보다도 앞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잘 느낀다. 열심히 귀 기울이지 않고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라면 그는 말을 멈추거나 자기 마음을 계속 닫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조금 적게 하고,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는 모습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면 어렵게 생각했던 의사소통 문제나 설득의 문제는 생각 외로 쉽게 풀린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경청하면 그도 내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한다.

말이 좀체 없는 사람의 말은 어떻게 들을 것인가. 그때는 소크라테스에게 배우자. 그는 말하기보다 질문하기의 선수였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라고 스스로의 지식에 관해 겸손하여 자신의 지식을 내세우기보다는 언제나 자신의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며 동료 시민들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각성시키는 한편 지식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잘 듣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질문도 수준 있어진다. 상대방은 당신의 대답을 듣고 당신을 판단하기보다는 당신이 던지는 훌륭한 질문으로 당신을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질문 유형에 따라 적당한 모범 답변이 많기 때문에 사실 답변엔 대단한 창의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큰 차이가 없다. 그것을 통해 상대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고 설득할 틈을 찾아낼 수 있다. 좋은 질문을 찾아 준비하고 노력해보자.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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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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