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노후 주택 재생 디자인 프로젝트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두 가지 형태의 집이 있다. 하나는 집합 주택이요, 또 하나는 단독 주택이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상자를 세워 놓은 듯한 아파트에 산다. 하지만 그 나머지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집에 거주한다. 으리으리하게 크고 넓은 집도 있지만, 누추하고 낡은 집에 사는 이들도 많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집도 으레 나이가 들어 늙어지고 원래의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돈이 있어 새집을 신축하여 짓지 않는 이상, 거의 모든 사람들은 헌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재개발 구역에라도 포함되어 마을 전체가 집합 주택 촌으로 탈바꿈하는 획기적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헌집을 어찌할 방도가 없다. 부분적으로 고쳐보거나 부품을 바꿔 끼워보기도 하지만 고작 2년을 못 넘기고 또 다시 탈이 난다. 당장 이런 문제를 참고 살려고 해도 집 구조가 옛날 방식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영 입맛에 맞질 않다.

가족 단란의 여러 행태가 벌어지는 거실이라는 개념이 1970-80년대에 지어진 집장사 집들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집을 쪼개어 이래저래 세를 놓아 지내려 했던 구조는 쓸모없는 공간을 많이 남겨 두었다. 애매하게 버려진 채 활용이 안 되는 마당 또한 웬만해서는 해결이 어려운 공간이 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접근해서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과제이다.

벌써 1년하고도 이제 3개월이 되어 간다. 도심지 내의 노후 주택을 리노베이션 해보자고 의기투합(이승헌+이종민)한 프로젝트는 열두 번째 주택을 진행 중에 있다.

일차적으로 서민들의 경제력을 감안하여 그다지 과하지는 않게, 하지만 디자이너의 감각을 최대한 살려 노후 주택이 다시 살아나게끔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고 있다. 각종 환경 설비적인 문제의 해결은 기본 전제로 하고, 각 거주자의 라이프 사이클과 니즈를 반영하여 공간을 크게 재구성한다. 주방이나 화장실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없던 거실이나 다용도실이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서재나 게임 룸과 같은 특별한 주문도 가능한 한 들어준다. 데크나 잔디를 깔아 활용도가 높아진 마당은 ‘도심 속 전원생활’이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완공 후 입주한 집주인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주말이면 친구나 친지를 모시고 단독 주택이 주는 낭만을 자랑하기 바쁘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큰 의미는 이들 집에 실제 거주자들이 30-40대의 젊은 부부들이라는 점이다. 땅을 밟고, 하늘이 열려 있는 집. 위 아랫집 눈치를 봐야 하는 획일화된 아파트 생활을 버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는 집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마을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밝은 표정으로 바뀐 이 집들은 지나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선망이 대상이 된다. 이렇게 밝아진 집들이 마을에 하나둘 보석처럼 박혀 가기 시작한다면, 마을 전체도 곧 밝아질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지지하며, 보호하며, 의식하며 살아갈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했던 공동체 정신이 마을에서 다시 재생되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된 집에 대한 가치 인식이 점차 번져나가 불일 듯 일어나는 그날이 오면, 아마 아파트는 가치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글 : 이승헌)

현재 인테리어 설계.감리.교육 전문 업체인 인테리어아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인테리어 아트 연구소와 부산 경매 교육 센터 등에서 홈스테이징(Home Staging)과 인테리어 실무 강사를 역임하고 있다. 국립 부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으며, 인테리어 연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부동산과 리모델링 융합 기술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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