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유머는 냉장고가 아니라 난로에서 끄집어내라!

춘천의 한 공공기관에서 강연을 마치고 수강생들과 식사를 하는데 한 여성 수강생이 흥분하며 말문을 연다. 그녀는 얼마 전 몸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의사를 만났고 곧바로 자신의 통증에 대해 호소했다.
“선생님, 무릎 관절이 너무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랍니다.”

그러자 의사가 이렇게 말하더란다.
“흠, 주민등록번호를 보니… 뭐, 관절염이 와도 벌써 왔어야 할 나이가 됐군요, 뭐 나이 탓이네요.”

의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녀는 순간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그냥 병원을 뛰쳐 나왔다는 것이다. 빈말이라도 진찰후에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아직 한창인 나이이신데 무릎이 아프니 속상하시죠? 관절은 젊었을 때부터 잘 관리하셔야 합니다.”

말 한마디가 그 쓰임에 따라 칼이 되기도 하고 보약이 되기도 한다. 유머 또한 마찬가지다. 그 쓰임에 따라 사람을 곁에 불러 모으기도 하고, 곁에 있은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신은 혀를 조심하라고 우리 입속에 치아라는 단단한 벽돌을 쌓았고, 벽돌 밖에 입술을 만들어 조심 또 조심할 것을 주문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말을 틀어막을 수 있는 손까지 주셨지 않은가!

상대의 상처를 찌르는 칼과 같은 유머는 순간적인 쾌감을 주지만 결국 그 칼끝은 당신 자신을 향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칼을 쓰면 칼을 돌려 받고 위안을 쓰면 위안을 돌려받는다.

언젠가 한 모임의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마침 한 레크레이션 강사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을 무대로 불러내 물었다. 그러고는 쾌활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선생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하하, 마흔두 살입니다.”
“우와! 정말이요? 그런데 누가 봐도 40대로는 안 보이세요.(잠시 멈춘 후) 50대 같으세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에 터졌지만, 나는 정말이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유머코치가 영락없이 유머의 제물이 된 것이다. 억지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 강사가 이번엔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로 옆의 한 여성에게 말을 건넸다.
“남자친구 있으세요?”
“아뇨, 아직 없습니다…”
“믿기지가 않군요. 아직, 왜 없나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잘 모르시겠다고요? 얼굴 보니 저는 딱 알 것 같은데.”
그 여성 또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모멸감과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기발한 유머가 떠올랐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절대로 입도 벙긋해서는 안 된다. 법정스님은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 유머는 도끼다. 사람의 아픔을 잘라내기도 하지만 아픔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머 하나를 하더라도 철저하게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유머를 즐길 수 있다. 가는 유머가 고우면 기분이 고와지지만, 가는 유머가 꼬우면 기분도 꼬이게 된다. 어쨌든 유머는 냉장고가 아니라 난로에서 끄집어내어야 한다.

(한국유머전략연구소 최규상 소장: www.humorpower.co.kr )

현재 한국유머전략연구소 소장과 웃음행복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웃음과 유머를 통해 다양한 기업적용 사례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머경영을 전파하고 있다. 휴넷 골드클래스 전문가 칼럼니스트와 월간 "삶과 꿈" 전문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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