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뵙고 가야지”
<아니요, 그냥 가겠습니다.>
“그러면 쓰나? 언제 또 올지도 모르지 않는가? 제발 만나고 가시게”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아들은 단호했다.
뉴욕에서 의과대학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삶과 인연을 정리(?)하기 위해 귀국한 아들은 『어머니』란 말만 듣고도 소태 씹어 먹은 인상이 됐다.

아들은, 부모는 물론 친척, 동네 등에서 세상에 둘도 없다는 칭찬을 들을 만큼 대단했다.
공부, 노래, 운동은 거의 천재급이라 할 만 했고 너그럽기는 태평양 바다에 비견될 만 하다는게 주위의 평이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의사였으므로 아들의 진로는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의사로 정해졌었다.
뉴욕에서 의대 졸업 후 병원을 지어 개업하기로 했던 아들은 재학 중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아들의 인생은 순풍에 돛 단 듯 했다.

아들은 자라면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어머니라며 온 천지에 틈만 나면 자랑을 하곤 했었다.
어머니는 어려서 불구가 된 뒤 억측스레 공부에 매달려 의과대학을 마쳤고 전공의가 돼 성공한 삶을 일궈냈다.

아들이 대학2학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병원건물, 빌딩, 부동산 등 막대한 재산은 모두 어머니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그런 와중에 아들은 삼촌, 고모, 외삼촌 등 가까운 친,인척의 빚보증을 섰다.
결국 이 일로 모자지간에는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들은 어머니를, 어머니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재산보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 했건만...
돈을 없애버린 사람이 모두 부모와는 형제였으므로 어머니가 길길이 날뛰며 미친 듯이 화를  내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신이 불구의 몸으로 지독하게 열심히 돈을 모아온 것을 아들이 아주 쉽게 없애버린 것이 너무너무 억울했다.
더욱이 아들은 자신을 벌레 보듯하며 마음대로 결혼해 버렸고 의사를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어머니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돈은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너는 내 자식도 아니니 연락하지 말라> 고 극단적인 화풀이를 해버렸다.
아들은 <그래, 좋아요, 돈으로 행복하게 사실 수 있으면 그렇게 사세요> 하곤 가족, 특히 어머니가 그렇게 원했던 의사의 길을 팽개쳐 버렸다.
아들은 셰프로 변신, 혼자의 힘으로 식당을 차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고 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사가 돼 아픈 사람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짓은 결코 하지 않은 테야>
사실 아들은 <의사란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을 돕는 것이 본질> 이라고 여겨왔으므로 돈에 집착.
전깃줄에 매달린 참새처럼 돈에 매달려 사는 어머니의 태도에 진저리를 쳐 왔던 것이다.

모자 지간이 원수처럼 변해 버린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운명탓임을 어찌 알 수 있었으리오.
어머니는 일시(日時)가 모두 경진(庚辰)이고 아들은 일시가 모두 갑술(甲戌)이며 천극지충이다.
일.시의 천극지충은 어려서는 견딜 수 있으나 어른이 돼 나이들어 갈수록 마찰은 심해지는 것이다.
어머니의 운명 쌍 경진은 괴강이다.
여왕에 비유할 만큼 강한기운이므로 불구가 됐고 일찍 부부사별을 했고, 어려움을 뚫고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쌍 갑술로 스님적 운명,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를 닮은 운명이라 돈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다.

모자지간의 화해는 운명을 알고 자신만의 생각을 버리고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 설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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