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의 원칙

입력 2013-11-25 16:36 수정 2013-11-25 16:36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운전면허 강사에게 우회전의 원칙을 배웠습니다.‘우회전은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게 요령껏 할 것!’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원칙이 통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지요.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우회적인 지원을 한다는 게, 뜻하지 않은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소통의 부재나 사소한 오해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하지요. 
이럴 때마다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업무 매뉴얼이나 규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에선 그 흔한 가이드라인 조차 찾아보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결국, 관행이나 의사 결정권자의 입김에 의해 해결이 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요. 이렇게 업무상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하는 심정으로 도망치고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차라리 운전처럼 ‘우회전 금지’ 라는 표지판이라도 있으면 어찌어찌 교통정리가 될 텐데, 회사 업무의 대내외 처리는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최근에 농담처럼 들리는 말에 대기업 같이 큰 조직일수록 회의주의자(?)가 점점 더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저성장에 어려운 경제, 구조조정의 시류에 편승해 회의를 좀 더 많이, 더 자주 하는 임원들이 늘었다는 말이지요. (직장 후배들은 이런 분들을 ‘회의주의자’라고 부른다지요?) 소통을 위해서 파트너 및 고객과의 회의를 더 자주, 더 오래하면 만사형통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기대만큼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Dialogue’가 아닌 ‘monologue’에 가까울 정도로 혼자서 대사를 독점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최악이겠지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은 역시 소통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 방법과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고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라는 말이 있지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의 대화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가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제 적절한 전달 방식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우리만의 우회전 원칙을 세울 때입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아찔한 도로 위에서 상대에게 정중히 우회전 신호를 보낸다면 원하지 않는 접촉사고를 미리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부에서 IT벤처닷컴 열풍으로 시작하여 2007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서 리먼금융위기를 지내고,2010년 리딩투자증권 2011년 대신증권 2013년 NH농협증권까지 약 15년간 증권사 IB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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