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축구의 그림 같은 골

축구 경기에서 대단한 골을 모아서 소개하는 동영상을 가끔 본다. 그런 골을 보면,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슛을 날려 골을 만들고, 매우 먼 거리에서 슛을 날리기도 한다. 어떤 선수는 발뒤꿈치로 공을 차서 골을 만들기도 한다. 동영상을 보다 보면, 정말로 그림 같은 골들이다. 그런데, 그런 골 모음에는 한국 선수의 골은 잘 볼 수 없다. 또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축구에서는 그런 그림 같은 골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개인적인 기량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차이에 더 큰 원인이 있을 거 같다. 왜냐하면,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신중하고 완벽한 찬스를 요구하는 리더나 조직의 문화에서는 앞에서 말한 대단한 골이 나오기는 힘들 거 같기 때문이다.

 

대단한 골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슛을 날려서 골을 만들고, 장난치듯 발뒤꿈치로 툭 차서 골을 만든다. 이런 플레이는 팀플레이도 아니고 신중한 플레이도 아니다. 더 좋은 찬스를 만들기 위해 동료에게 패스를 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이기적인 플레이나 신중하지 못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가끔은 팀플레이로 만들어지는 정말 멋진 골도 본다. 하지만, 상대의 수비가 강력하다면 상대편의 팀플레이를 예측하고 대비할 것이기 때문에, 수비가 잘 갖춰진 팀을 상대로는 멋진 팀플레이 공격이 어렵다.

 

 

몇 일전 손흥민 선수에 관한 기사를 봤다. 손흥민 선수는 2월 6일 국가대표팀의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는 단 한번의 슈팅만을 기록하며 경기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못했다. 결국 한국 축구대표팀은 0-4로 크게 패했다. 그런데, 손흥민은 4일 후인 2월 10일 독일의 분데스리가의 경기에서는 2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 원인은 뭘까? 내가 본 기사에서는 기자가 이런 질문으로 그것을 인상적으로 분석했다.

 

[질문] 1-1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 45분,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다. 반대편에서 노마크로 우리 편 선수가 손을 들며 뛰어오고 있다. 당신이라면 직접 슈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할 것인가?

 

 

한국 선수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패스’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팀 플레이가 중요하다. 그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팀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더 좋은 기회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유럽의 공격수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슈팅’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들의 생각은 이렇다. 공격수는 팀에서 최종적으로 직접 골을 넣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이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팀 플레이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와 같은 선수를 보면, 한 경기에서 수십 번의 슈팅을 날린다. 가령, 20번의 슈팅을 날려서 1골을 넣었다면, 19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플레이를 이기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칭찬한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사람들은 호날두와 많이 비교한다. 그가 한국에서 축구를 경험하지 않고 바로 독일에서 축구를 배웠기 때문에 그의 생각 자체도 한국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스타일이고 해결을 잘하며 현재 독일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그에게 팀 플레이를 강조하며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더 좋은 찬스를 만들라고 요구한다는 거다. 그래서 대표팀 경기에서 그는 고작 1번의 슈팅밖에 날리지 못했다.

 

 

팀 플레이를 통하여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맞고, 의지를 갖고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맞다. 신중하게 플레이 해야 하는 것도 맞고, 감각적으로 즐기면서 플레이 하는 것도 맞다. 어쩌면, 팀플레이를 하는 것과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신중하게 플레이 하는 것과 감각적으로 개성 넘치는 플레이 하는 것도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 2가지를 모두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인간적인 믿음을 갖고 실력을 인정하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 의지를 갖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플레이를 이기적인 플레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하면 2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들의 팀원들을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 팀원들은 모두 진지하고 신중하다. 그들은 이기적이지 않고 팀의 승리가 바로 자신의 승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경기를 즐기며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