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천재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하여 보여주는 인물이 고흐와 피카소다. 미술의 역사에 가장 위대한 천재 화가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흐와 피카소를 꼽는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도 고흐와 피카소의 그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그 둘의 인생은 너무나도 달랐다. 극과 극이었다. 고흐는 철저하게 가난했고 고독했다. 밑바닥의 인생을 살면서 평생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37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삶을 마쳤다. 반면, 피카소는 젊어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20대에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 어울렸고 현대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백만장자로 살다가 92세에 억만장자로 죽었다.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과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다. 고흐가 죽은지 100년 되던 해인 1990년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은 8250만 달러에 거래가 되었고, 피카소가 24살 때 그린 '파이프를 든 소년'은 2004년 1억 416만 8000 달러에 거래가 되었다.)




두 명의 창의적인 천재 화가 고흐와 피카소의 삶은 왜 이렇게 달랐을까? 그들의 삶이 달랐던 가장 큰 원인은 세상과의 소통능력에 있었다. 고흐와 피카소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매우 독창적인 창의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것과 다른 방식을 세상에 제시하면 초기 저항을 받는다.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정 받을 수 없다. 오히려 비난과 야유의 대상이 된다. 그때가 중요한 순간이다. 기존의 것과 다른 나의 독창성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상과 소통하며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나의 독창성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세일즈해야 한다. 그러나, 고흐는 극도로 폐쇄적인 인물이었다. 가까운 사람들과도 쉽게 소통하지 못하며 철저하게 자신만의 세상을 살았다. 그도 인정받고 싶었고, 자신의 그림을 돈 받고 팔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남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도 소통이 어려웠던 고흐와 달리 피카소는 매우 사교적이었다. 젊어서부터 영향력 있는 미술계의 인물들과 어울렸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했다. 피카소 역시 독창적으로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지만 피카소는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매우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그의 그림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피카소는 적극적으로 세일즈했다. 그것이 고흐와 피카소의 인생에 가장 큰 차이였다.

 

 

평범한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성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학원을 열었었다. 대단한 학원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학원이었다. 그 친구는 고흐처럼 폐쇄적이지는 않았지만, 사교적이지는 못했다.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학생들을 늘리지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했기 때문에 많지는 않아도 일정한 정도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 친구는 학원을 운영하며 생기는 고민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제는 다른 일을 하는 그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학원 운영비 꽤 많이 들어갔어. 여름이면 전기요금만 200만원이 넘었어”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 남았다. 여름이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마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줘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만 한 달에 200만원이 넘었다는 거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과 자주 전기요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전기용량을 높이는 공사를 안 하셨군요. 상업용으로 전기용량을 높이시면 한 20만원 정도 밖에 안 나왔을 거 같은데요”

 

학원을 운영하던 내 친구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이 고민되었지만, 아무에게도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다.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거였다.

 

 

뉴욕의 천재 예술가들과 가장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조사한 최근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가장 뛰어난 창의력을 가장 왕성하게 발휘하고 있는 뉴욕의 예술가들과 가장 비슷한 성향을 보였던 사람들은 월 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들이었다고 한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독특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선택하거나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단절되어야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할 것처럼 느껴진다. 성격적으로도 약간은 모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독창적인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이 소통하며 정보를 얻고 자신이 투자한 것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세일즈하는 것처럼, 예술가들도 자신의 작품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세상과 소통하며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창의성이 인정받는 것이다.
 

이것은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들이 대부분은 일은 팀 워크로 이루어지고 공유와 협력으로 진행된다. 같은 분야만이 아닌 이종결합이 이루어지며 창의성이 발휘되고 있다. 휴대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공학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드웨어만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생각하거나 디자인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런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방적인 성향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기술이다. 창의력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자. 우리는 고흐와 같은 인생이 아닌 피카소와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창의력 컨설턴트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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