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경험하며, 배우며

입력 2012-02-10 09:34 수정 2012-02-10 09:34
 

“고등학생 중에 수학공부가 의미가 있는 학생은 몇 퍼센트 정도되냐?”

 

연말에 대학 동창들과 만났다. 우리 동창들 중 반 정도는 학교나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이제 20년 가까이 교육현장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인 친구들은 말한다. 수학을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수학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학을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공부를 해도 공부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시험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부가 의미 없다는 거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왠지 모르게 걱정이 돼서 물었다.

 

“상위 몇 퍼센트의 학생들에게 수학공부가 의미가 있는데?”

“대략 10% 정도”

“내 생각에는 20% 정도”

 

상위 10%에서 20% 정도의 학생이 아니면 수학공부는 의미가 없다는 거다. 왜냐하면, 공부를 해도 성적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성적을 올리려고 어떤 학생들은 수학을 아예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집중 공부한다. 그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왜 수학공부는 의미가 없는가?”

“왜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수학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그 원인은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경험하고 체험하려 하지 않는데 있다고 한다. 단지 시험성적을 목적으로 급하게 공부하려고만 하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를 다양하게 생각하고 깊이 있게 생각할 틈을 갖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학교의 교육과정이 수학자체를 경험하고 체험하게 해주기보다는 수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기 때문이 그런 현상이 더욱더 깊어진다는 거다. 한마디로, 수학을 학문으로 배우기보다는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 학교나 학원에서는 그것이 잘 안되고 있다는 거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학문으로서의 수학은 관심이 있는 학생이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수학이란 것 자체를 경험하고 배웠으면 좋겠다. 학문으로 배우는 것과 그것 자체를 경험하며 배우는 것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요리를 배운다고 해보자. 요리를 학문으로 배우고 연구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리 자체를 경험하고 자신의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은 걸 거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독특하고 특별한 요리를 해주고 싶다면 그런 것을 경험하며 배우고, 혼자 있어도 밖에서 밥 사먹지 않고 자신이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 몇 가지를 배울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요리는 재미있고 즐거운 거다. 하지만, 요리를 학문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면, 특히 어려운 시험을 봐야 한다면 그것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수학은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수학이 중요한 이유는 사고력을 키워주고 생각하는 연습을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도 과정도 모르면서 공식을 암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게 외운 공식으로는 시험문제를 풀 수 없다. 시간만 낭비하는 길이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한 줄 한 줄 공식도 유도해보고 의미도 생각해봐야 한다. 내용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응용된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는 길이다.

 

시간을 갖고 경험하며 다양한 각도로 이해하며 배우는 것은 수학만이 아니다. 우리가 배우고 싶어하는 리더십, 소통, 설득, 마케팅, 창의성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 믿음, 배려, 나눔, 긍정과 같은 대부분의 것들도 경험하고 느끼며 배워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학문적으로 배우려고 한다면 아무리 공부해도 수학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처럼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사랑을 글로 배웠어요.”

 

언젠가 재미있게 봤던 시트콤의 대사다. 너무 재미있는 표현이다. 남녀가 키스를 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키스를 글로 배웠고 자신이 배웠던 방법으로 키스를 하려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리는 사랑을 학문으로 배운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지는 않을 거다. 같이 사랑을 경험하고 느끼며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같이 배워가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을 거다. 처음에는 서툴고 어눌하더라도 말이다.

 

글로 배우는 것보다는 경험하고 느끼며 배우는 것이 진짜 내 것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것들을 더 다양하게 경험하고 충분히 느끼며 배워보자.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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