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이 사진은 꼭 넣어야 합니다

 

 

“선생님, 이 사진은 빼죠. 점잖으신 선생님의 이미지에 안 맞아요”

“아뇨. 이 사진은 꼭 넣어야 합니다”

 

 

새로 나온 책 “틀을 깨라”에 삽입한 리바이스 청바지 광고다. 여자의 벗은 엉덩이에 선명하게 리바이스 로고가 보인다. 실제 청바지는 보이지 않고, 단지 주머니와 로고가 엉덩이에 그려져 있다.

“Miss Levi’s”

영어로 Miss는 젊은 여성을 뜻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는 동사로 ‘그립다’는 뜻도 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갖고 싶은 젊은 여성이 자신의 엉덩이에 주머니와 로고를 그린 것이다. 리바이스 청바지가 얼마나 멋지길래, 섹시한 몸을 가진 여성이 그렇게 그리워하고 갖고 싶어하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실제 청바지는 보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끄는 방법 중 하나는 ‘Miss Levi’s’처럼 하나로 2가지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명쾌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단순하고 명쾌한 것은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재미가 떨어진다. 애매하고 모호하지만 무엇인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더 좋아한다.

 

 

출판사에서 책의 편집을 담당하던 분들은 이 사진을 빼자고 했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설명은 굳이 ‘Miss Levi’s’가 아니라도 다른 사례로 설명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Miss Levi’s’의 사례를 꼭 넣어야 한다고 고집해서 넣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고 설득했다.

 

사람들은 생각의 틀이 있는 것처럼, 자신이 지키는 생활의 틀도 있고, 행동양식의 틀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 그 틀의 경계를 걸으면 환호한다. 자신도 그 경계를 넘어가고 싶지만 넘지는 못하는 어떤 틀의 경계를 누군가 대신 걸어준다면 그것에 환호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사회의 틀에서 너무 벗어나면 감옥에 가겠지만 말이다.

 

내가 틀의 경계를 걷고 있으면 누군가가 나를 말리게 된다. “이 광고 사진은 너무 야하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에는 그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한다. 나는 “너무 야하다”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지적에 “이 광고는 1971년에 만들어졌어요”라고 말하며 설득했다.

 

 

창의력 컨설턴트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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