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의 조건

입력 2011-09-05 10:45 수정 2011-09-05 10:57
 

금년 3월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있었다. 여태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만들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당시 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어부들에게 긴급한 연락이 왔다.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으니 신속히 대피하라는 것이었다. 많은 어부들이 신속히 대피했다. 그런데, 어떤 어부들은 육지로 대피하지 않고 오히려 수심이 깊은 바다로 나갔다고 한다. 수심이 깊은 바다에선 해일이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항구로 가는 것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엄청난 쓰나미는 항구까지 모두 덮쳤고, 마을의 흔적까지 지웠다. 항구로 피했던 배들은 엄청난 쓰나미의 위력에 장난감처럼 나뒹굴었다. 반면, 바다로 향해 수 킬로미터를 나아간 어부들은 멀리서 높은 해일이 항구와 마을을 집어삼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후에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 ‘수심이 깊은 바다로 나가면 쓰나미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거대하게 몰려오는 쓰나미를 보았을 때에는 그것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상식이다. 쓰나미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쓰나미가 오는 방향으로 돌진하는 것은 어쩌면 역발상과 같은 거다. 이렇게 상식과 반대로 가는 역발상이 때때로는 매우 효과적이다. 쓰나미가 오고 있을 때 오히려 먼 바다로 나갔던 어부들이 더 안전했던 것처럼 말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상식과 반대편에 있는 것을 선택하는 역발상에 주목하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당신이 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어부라고 상상해보라.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소식이 왔을 때, 당신은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실제로 바다로 나갈 수 있겠는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항구로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먼 바다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것은 머리를 쓰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무엇인가 일반적인 상황과 반대의 행동을 할 때에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자기 선택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 단지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가끔 역발상으로 성공한 누군가의 스토리를 듣는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디어가 좋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는 어쩌면 아주 작은 것이다. 그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마음의 힘이 더 큰 것이다.

 

 

쓰나미를 피해 바다로 나간 어부들과 비슷한 선택을 한 건설회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회사는 울산지역에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었는데,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미분양사태를 맞았다고 한다. 미분양 문제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이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다.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회사들은 너도나도 덤핑수준의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남들과 반대로 생각했다고 한다.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대신 수십억원을 추가로 들여 아파트 시설을 개선하고 입주민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역발상 마케팅’을 추진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가장 좋은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그들은 할인판매를 통하여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 차별화된 주거공간의 창출과 입주민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며 오히려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이 건설회사가 할인판매가 아닌 아파트 가치의 상승을 선택한 것은 기존의 입주민 때문이었다고 한다. 할인판매로 미분양분을 처리하면 자신들의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그것은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려 기존의 입주민들에게 손해가 가는 것이다. 그 회사는 처음부터 자신들을 믿고 최초 분양을 받은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고민의 결과 그들은 할인판매가 아닌 아파트 가치 상승이라는 다른 건설회사들과 반대의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파격적인 할인판매를 내세운 다른 건설회사들이 여전히 미분양 아파트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가치가 상승한 아파트를 기존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메리트에 주목한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의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건설회사의 이야기에서도 당신이 건설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은 더 많은 돈을 추가로 투자하여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선택을 하겠나? 만약, 더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미분양분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 건설회사의 상황에서도 앞에서 바다로 향한 어부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아이디어만의 문제가 아닌 또 다른 요소들이 있는 것이다. 이 건설회사의 경우에는 ‘최초에 입주한 고객에게 손해를 줄 수 없다’는 고객을 향한 마음과 철학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의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다.

 

 

남들이 하는 것과 반대로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어쩌면 반대로 생각하고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남들이 하는 것과 반대로만 하면 아이디어는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자신감 있게 추진하며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력을 위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때로는 배짱으로 남과 다른 것을 선택하고, 자신의 철학으로 그것을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들과 같은 것을 선택해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선택, 상식의 반대편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 선택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만이 아닌, 마음의 힘이 더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것 자체만으로 불안하고 불편하다. 마음의 편안함을 위해서는 그 길이 죽는 길이든 사는 길이든 상관없이 남들과 같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혼자 동떨어진 길을 가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겨내야 역발상을 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역발상의 조건은 마음의 힘인 것이다.



 
창의력 컨설턴트
박종하
mathian@daum.net

오랜만에 책이 나왔습니다. 앞으로는 칼럼도 많이 쓰고, 책도 꾸준히 쓰겠습니다 :-)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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