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이지아 그리고 의처증

입력 2011-04-25 16:27 수정 2011-04-25 16:27
지난 주 사람들의 최대뉴스는 단연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소송이었다. 우연히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가 두 사람의 이혼소송을 특종이라고 보도하는 기사를 봤다. 두 사람을 연결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둘의 결혼도 아닌 이혼이라는 기사는 매우 황당하고 자극적이었다. 특종이라는 기사를 봤기 때문에 내가 최신 뉴스를 접했다고 생각했다. 그날 강의를 하다 교육생들에게 오늘 특종을 봤냐고 물었다. 반 정도는 뉴스를 봤다고 했고 반은 정말이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나보다 더 빨리 뉴스를 접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강사님. 그거요, 정우성이 터뜨린 거에요. 이미 연예인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정우성이 이지아와 사귀고 싶어서 터뜨린 거죠.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래요.”

 

그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주목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에서 사주했겠죠. BBK 사건이 오늘 공표되는 날인데, 빅뉴스를 하나 가지고 있다가 타이밍에 맞춰서 터뜨린 거에요. 그래야 대통령에게 안 좋은 뉴스가 가려지잖아요. 원래 그러는 거에요.” 

 

서태지와 이지아에 관한 뉴스가 처음 터진 날은 너무 흥미로워서 강의를 하다 쉬는 시간마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기사를 검색해봤다. 기사 중에는 정우성에 관한 기사도 많았다. 처음에는 “정우성이 과연 서태지와 이지아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을까?”하는 의문성의 기사가 떴었다. 그러다 정우성과 연락을 취한 기자들이나 소속사의 발표는 ‘정우성은 이지아의 과거나 심지어 본명도 모르고 있다가, 뉴스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사건은 정우성이 터뜨린 것이다’고 주장했던 교육생에게 말했다.

 

“정우성은 이지아와 서태지의 관계를 몰랐다고 하던데요?”

“정우성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해야죠. 자기가 알고도 만났다고 하면 불륜이 되는데요. 생각을 좀 해보세요, 강사님!”

 

나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BBK 사건 때문에 청와대에서 터뜨린 것이라고 주장하시던 분은 나에게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발휘해보라고도 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해석으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자신만의 논리와 분석으로 세상을 편집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객관적이지 않고 내가 해석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고, 역사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우리의 주관적인 스토리인 것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편집한다는 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편집을 아주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편집을 아주 심하게 한다. 그렇게 심한 편집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 그런 편집을 해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편집하는 편집증의 대표적인 사례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다.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아내의 일상생활을 편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건을 연결한다. 그렇게 그는 아내의 불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내가 불륜에 빠져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진 의처증 환자가 일상의 편집을 통하여 아내의 불륜 스토리를 만드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일상을 편집하며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객관적인 사실 몇 가지를 무시하거나, 특정한 사건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기만 하면 우리는 어떠한 스토리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특정한 사람만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편집증을 앓고 있다.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자신이 해석하는 데로 세상을 보고, 자신이 편집해서 만들어낸 스토리를 기억한다. 때로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다. 얼마 전 가수 김완선이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예전에 한참 이야기가 되었던 ‘닥’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 본인은 증거가 있으면 보여달라고 말하며, 자신이 닭띠인데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이름은 한자로 쓰는 것처럼 자신은 닭을 ‘닦’이라고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인터넷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내가 분명히 그 프로그램을 봤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사건을 당시 TV에서 진행했던 이계진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김완선이 아닌 다른 가수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완선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끝까지 자신이 분명이 똑똑히 봤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는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기억까지도 때때로 의처증 환자처럼 편집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영화를 보면 같은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의 기억이 전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내가 지금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왜곡하여 해석하고 더욱이 삐뚤어지게 편집하며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의처증과 비슷한 질병이다. 그것은 내가 분석력이 뛰어나고 남다른 센스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고쳐야 하는 질병인 것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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