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아들이 수학문제를 물었다.

“아빠, 이 문제 좀 풀어줘”

“음, 네가 3분만 더 생각해봐. 3분 동안 생각했는데도 모르겠으면, 그때 풀어줄게”

 

아들이 시험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다며 물었다. 아들이 풀어달라고 했던 문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풀어줄 수도 있었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라고 했다. 아들은 내 옆에 앉아서 문제를 풀더니 1분도 되기 전에 “아, 쉬운 문제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자기 방으로 갔다. 자기 방에 들어가 시험공부를 하는 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 옆에 아빠가 있으니까 오히려 그 문제가 안 풀렸구나”

 

 

의지할 아빠가 있다는 것이 자기 스스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푸는 것을 방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빠가 오히려 아들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는 샘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나에게 문제를 하나 물었다. 창의력 수학문제라는 것이었는데, 내가 친절하게 문제를 설명해주고 풀어줬다. 그 여학생의 기대이상으로 내가 친절하게 문제를 풀어줬던 것 같다. 그랬더니, 그 여학생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하고 바로 가방에서 비슷한 문제 30개를 꺼냈다. “이것들도 좀 다 풀어주세요!” 내가 문제를 하나 풀어줬더니, 나보고 자기 숙제를 대신해달라는 것이었다. 정말 어의가 없었는데, 가끔 어른들한테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다. 질문이 아닌 숙제를 대신해달라는.

 

 

우리는 질문의 힘을 강조한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힘이다.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 유대인들이 많은 것은 그들이 질문을 하는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법이나 지식을 듣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는 질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으면 앞에서 아들에게 느꼈던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굳이 묻지 않아도 자신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질문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남은 알 수 없고 자신만이 답을 알 수 있는 문제를 남에게 묻는 사람도 있다.

 

왜 남에게 물을까? 자신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나, 또는 자신이 훨씬 더 잘 알 수 있는 문제를 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이건 점쟁이에게 찾아가서 점을 보는 것과 매우 비슷한 거다. 우리가 질문하는 많은 문제들은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정답이 명확하지는 않아도 가장 확실한 답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생각을 따르면 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을 믿는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남에게 묻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묻고 질문하는 것도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나의 간접 경험을 넓혀주는 참고사항일 뿐, 그것이 내 문제에 정답이어서는 안 된다. 생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의견을 구하라.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많이 들어라. 그것이 생각을 넓히는 길이다. 그런데, 그렇게 넓혀진 생각을 정리하며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는 정답을 만드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닌 나 자신이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답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닌 나 자신의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한정되어 있습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결과로 자신을 가두고 거짓된 삶을 살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를 잠재우게 하기 마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를 가지고 나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겁니다. 벌써 당신은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박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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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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