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화는 이렇게 끝난다.

“그 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까?

 

영화나 동화는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동화 속 이야기의 모든 어려움과 갈등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모두 해결되고, 이제는 행복한 날만 남는다. 그런데, 정말 모든 어려움과 갈등이 모두 해결되는 날이 있을까?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 그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아무런 슬픔 없이 계속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 후로 그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면, 그 후로 몇 년을 더 살았을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주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너 하나만 있으면 돼.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해도 너 하나만 내게 있으면 되는 거야.” 이렇게 남녀가 포옹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만약 드라마가 더 전개되어 결혼했다면, 그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았을까? 드라마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성격으로는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을 거 같은 이야기들도 많다. 하지만, 드라마는 적당한 시점에서 마무리가 되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거다.

 

영화가 끝나고 만든 사람들을 소개하며 올라가는 클로징 장면을 엔딩크리딧이라고 한다. 연극이 끝나면 커튼이 처지고, 영화가 끝나면 엔딩크리딧이 올라간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는 이 엔딩크리딧을 어디에서 올리느냐에 따라 해피엔딩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되기도 한다. 성공 스토리가 되기도 하고, 실패한 인생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을 생각해보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대학도 못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어렵게 살던 시절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그건 비극까지는 아니어도 해피엔딩은 될 수 없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하고 후에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까지 당선이 되는 걸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이건 정말 대단한 해피엔딩이다. 감동적인 인생이다. 하지만, 대통령에서 퇴임한 후 자살로 삶을 마친 이야기는 다시 비극이 된다.

 

우리들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우리 집이 잘 살았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부도 맞으시고 기울어서 나는 공부도 계속 못하고 중학교 졸업해서 바로 일식 집에 취직했는데, 청소부터 시작해서 일을 배우고 후에 조그만 가게를 열어서 성공하고, 크게 확장하여 강남에서 제일 큰 일식 집 주인이 되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하여 승승장구하다, 갑자기 생선회에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며 사업이 계속 어려워져서 결국은 파산하여 알거지가 되고…." 

 

 

내 인생이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 영화는 어떤 스토리였으면 좋겠는가? 나는 어렸을 적에 성룡이 나오는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눈을 사로잡는 액션이 있고, 코믹하고 재미있어서 성룡이 나오는 영화는 앞뒤 안 가리고 보고 싶어했다. 그러다 이연걸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성룡과 이연걸의 차이를 알게 됐다. 성룡은 무지하게 맞는다. 힘든 고통을 당한다. 어려움에 빠진다. 하지만 그런 모든 어려움은 2시간 안에 해결한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산다. 반면, 이연걸은 처음부터 한대도 맞지 않는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한대도 맞지 않고 어려움도 그때그때 모두 해결한다. 나쁜 놈은 그 자리에서 혼내준다. 자신은 한대도 맞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달콤한 해피엔딩을 맞는 스토리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하지만, 나는 성룡보다는 이연걸처럼 살고 싶다. 마지막에 좋은 결과 하나를 위해 모든 시간을 희생하기보다는 모든 과정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우리의 삶이 영화라면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 앤딩크리딧이 올라가도 아쉽지 않은 시간을 만들면서 살면 좋겠다. 무엇을 위해 고생하며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즐기며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그 후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가 아니라, 지금부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박종하

페이스북: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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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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