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철학과 전략

“저는 어머니에게 한대도 안 맞고 자랐어요. 우리 어머니는 저를 한대도 때리지 않고 키우셨죠. 그래서 저도 우리 아이들을 한대도 때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안 때리고 키울 거에요.”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해줬다. 나의 이야기에 같이 대화하던 운전 기사는 놀라움과 깊은 느낌 그리고 약간의 아쉬운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는 아직도 며칠 전 아들을 심하게 때렸던 날을 머리 속에 떠올리는 것 같았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경주에서 열린 울산에 있는 한 대기업의 워크숍에 갔었다. 나는 특강을 하기 위해 KTX를 타고 동대구에서 내렸고 회사의 운전 기사가 나를 데리러 왔다. 대구에서 경주까지 약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면서 운전 기사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회사 동료들 이야기와 며칠 전 결혼한 여동생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그가 먼저 이렇게 말했다.

 

“저희 아들이 네 살인데, 저는 평소에 자상하고 잘 놀아주는 아빠예요. 하지만, 한번 혼낼 때는 아주 엄하게 혼을 냅니다. 그렇게 해야 교육이 되죠. 며칠 전에는 제가 아이를 아주 심하게 때린 적이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싶을 정도로 때렸어요. 제가 마음이 아파서 아들과 같이 있지 못하고 건너 방에 가서 있었는데,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묻더라고요. ‘아빠 밉지?’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냐, 나는 그래도 아빠 좋아.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 건너 방에서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덩치는 산만한 사람인데 매우 감성이 풍부한 사람인 거 같았다. 어쩌면 며칠 전 아들을 때린 일이 아직도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가 왜 네 살짜리 아들을 때렸는지 알 것 같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듯,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교육이고 아들을 잘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를 때린 것이다. 버릇 나빠지지 말라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라고.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줬다.

 

“저는 어머니에게 한대도 안 맞고 자랐어요. 우리 어머니는 저를 한대도 때리지 않고 키우셨죠. 그래서 저도 우리 아이들을 한대도 때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안 때리고 키울 거에요.”

 

나의 말에 그는 매우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믿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하며 나의 말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나의 이야기는 사실이다. 나는 정말 어머니에게 한대도 맞지 않고 자랐다.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증언한다. 그리고, 이제 중학교에 진학하는 우리 아들과 만으로 10살이 넘는 우리 딸을 나 역시 한번도 때리지 않았다.

 

 

그에게 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나를 소중하게 키워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나를 대해주셨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것을 기억했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나를 위해 고생하시고 나를 위해 희생하셨다. 그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마찬가지일거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기억한다. 그 기억의 상징이 나에게는 한번도 매를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두들겨 패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을 거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번도 나를 때리신 적이 없다. 그 사실은 나에게 ‘유산’과도 같은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유산은 APT, 땅, 금…… 이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대도 어머니에게 맞지 않고 자란 것을 내가 어머니에게 받은 문화적인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유산이 10억짜리 APT보다 몇 만평 땅보다 더 좋다. 그것을 나는 우리 아들과 딸에게도 주고 싶다. 보이는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너무 좋은 것들이 많다. 유산도 그렇다. 나는 보이지는 않지만 평생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유산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나의 이야기에 운전기사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는 말했다. 

 

“철학이 있으시네요!”

 

그는 철학이라는 단어로 말했지만, 사실 그건 철학보다는 전략이 더 어울린다. 그것은 어떤 소중한 믿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니까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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