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물에 있는 물건은 (         )처럼 사용한다. 빈칸에 적당한 말을 다음 중에서 고르시오.

 

1.       내 것          2. 남의 것

 

 

울산에 갔었다. 울산의 교장선생님들 연수에 특강을 맡아 <창의성과 창의적인 인재육성>에 대한 강의를 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었지만, 젊은 신입사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진지하게 그리고 즐겁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강의가 끝나고, 교장선생님 중 한 분이 직접 공항까지 데려다 주셨다. 공항까지 나오는 길에 그 교장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위의 질문은 그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이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새로운 선생님을 뽑을 때, 딱 한가지만 질문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인간적인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 질문에 1번과 2번 중 몇 번을 선택했나? 사실 그 교장선생님은 이 질문을 나에게 하지는 않았다. 말씀하시던 중에 본인이 그런 질문으로 신임 선생님을 채용한다는 말씀을 하신 거다. 나에게 직접 하신 질문이 아니었어도, 나는 마음 속으로 정답을 생각해보았다. 이 질문에는 공공시설물을 아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린 것이다. 소중한 것을 다룬다면 당연히 ‘내 것처럼’ 다뤄야 한다. 나는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1번을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그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제가 이 질문을 해보면, 나이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집니다. 나이가 조금 있고 사회적인 경험이 조금 쌓이신 분들은 대부분 2번(남의 것처럼)을 답이라고 말씀하시고, 아직 어리고 사회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대부분 1번(내 것처럼)을 답이라고 말하더군요. 내 것보다 남의 것을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걸 너무 모르는 거 같아요.”

 

 

나도 모르게 심장 박동수가 빨라졌다. 1번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말하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가? 30분 전까지 내 강의를 들으시고, ‘정말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공감이 팍팍 되는군요. 제가 공항 근처로 가니까 제 차로 같이 가면 되겠군요’라고 나에게 아주 호의적으로 말씀하신 교장선생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도, 서울에 와서도 계속 기억에 남았다. 내 것처럼 소중하게 쓰는 것과 남의 것처럼 소중하게 쓰는 것의 차이가 머리 속에 계속 맴 돌았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기에 내 것이 남의 것보다 당연히 더 소중하다. 그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이 내 것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일 거다. 그리고 상대를 인식하고 상대를 배려한다면, 내 것은 조금 험하게 사용해도 되지만, 남의 것은 절대 험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예전에 들었던 다음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다음의 빈칸도 채워보라.

 

미국: 남에게 (   ) 해라.

일본: 남에게 (   ) 주지 마라.

한국: 남에게 (   ) 말아라.

 

 

이 말들은 미국, 일본,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빈칸을 채워보면 이렇다. 미국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남에게 봉사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남에게 지지 말아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단다. 이것이 미국, 일본, 한국 사람 전체에 해당하는 말도 아니고 사실이 아니더라도,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와 같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일 수는 있는 것 같다.

 

 

‘애국자가 되고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왠지 든다. 역사적으로 과거에는 민족끼리 싸우고 나라끼리 싸우며 서로의 생존을 위협하며 살았다면, 지금은 서로의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물건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며 우리는 살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촌이 되어버렸다. 피부색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사람들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서로 같은 인간임을 느끼며 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필요한 애국심이 바로 남을 위한 배려이고 남을 위한 봉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어려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살라는 교육을 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배웠다.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며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것도 그분들의 삶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런 훌륭한 분들의 생각을 이어받는 것은 바로 내 주위의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항상 실천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그런 생각으로 나 자신을 채우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제가 좋아하는 퍼즐에 대해 쓴 글을 묶어서 이번에 <수학의 재미> 라는 책을 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고 전공하게 만들었던 재미있는 퍼즐과 풀리지 않아서 답을 찾느라 며칠동안 끙끙거리게 했던 문제, 때론 신기하고 아름답기까지한 수학의 새로운 얼굴을 담은 책입니다.
요즘의 재미는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이지만, 수학의 재미는 문제와 답 사이의 차이를 메워나가면서 얻어지는 느린 재미, 어느 한 순간 더 넓은 생각의 차원을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경이로움입니다.  
수학의 재미를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