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가?



이 질문에 “나는 마음이 열려있고, 포용력이 있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언제나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다. 특히, 그것이 정치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면 더 더욱이 그렇다. 작년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때, 친한 친구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등지는 일을 나는 많이 봤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사건을 두고도 많은 사람들이 상대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을 두려워하며 서로 눈치만보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잘 인정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고 정치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등을 돌린다. 때로는 자신이 욕하는 사람을 같이 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사실 많은 것들이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상황이 파악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도 말이다. 내 기억에는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달랐던 최초의 사건이 있다. 아마 5살이나 6살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나에게 5원이 생겼다. 70년대 중반쯤, 5원으로 나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뽀빠이라는 과자와 막대 풍선을 살 수 있었다. 뽀빠이는 라면부스러기 같이 생긴 과자였고, 막대 풍선은 말 그대로 동그랗게 불어지지 않고 길쭉하게 불어져서 묶으면 막대기모양이 만들어지는 풍선이었다. 나는 5원으로 구멍가게에 가서 막대 풍선을 샀다. 막대 풍선을 사오는 나를 보며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먹을 걸 사지, 먹지도 못하는 그런 걸 왜 사냐?”
 

할머니는 먹지도 못하는 걸 사왔다며 나에게 다시는 그런 쓸 때 없는 것에 돈을 쓰면 안 된다고 단단히 충고를 하셨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뽀빠이는 맛있는 과자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먹는 것은 그걸로 끝이다. 먹는 것은 금방 없어진다. 반면, 막대 풍선이 있으면 나는 그걸 가지고 하루 종일 놀 수가 있었다. 특히 당시에 나는 혼자 노는 아이였는데, 막대 풍선은 혼자 놀기를 즐길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도구였다. 풍선의 바람이 빠져서 그 다음날이면 허무하게 없어지는 것이 당시의 막대풍선이었다. 그렇더라도 시간적으로 먹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뽀빠이와 그래도 저녁까지는 가지고 놀 수 있는 막대풍선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날 할머니께서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고, 나는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의견 차이를 뽀빠이를 사먹으라고 하신 할머니와 막대풍선을 샀던 손자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겠다. 배고팠던 시절을 경험하신 실용주의자 할머니는 먹는 것이 아닌 물건에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고, 하루 종일 혼자서 놀았던 손자는 친구나 다름없는 막대풍선을 쓸 데 없는 물건이라고 치부하시던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정도로만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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