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그거 시험에 안 나와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 아들이 풀던 문제인데, 이 문제 한번 풀어보세요.”

 

[문제] 2의 배수도 아니고, 3의 배수도 아닌 수 중에 2001번째 숫자는 무슨 수인가?

 

 

몇 사람과 어울려 저녁을 먹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는 얼마 전 아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같이 풀어줬던 문제를 사람들에게 생각해보라고 소개했다. 수학 문제라는 것에 처음부터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도, 초등학교 5학년 문제라는 말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문제라면 자신이 아무리 수학에서 손을 땐지 오래됐더라도,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람들은 문제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더니, 2001번째 숫자를 찾으라는 말에 몇 사람이 “이게 초등학생 문제 맞아?” 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먼저 이 문제의 풀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의 배수도 아니고 3의 배수도 아닌 숫자를 찾기 위해서 1부터 시작하여 몇 개의 숫자를 써보며, 해당하는 숫자를 찾아보자.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숫자들을 3개씩 묶어서 생각해보면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개씩 묶인 묶음의 마지막 숫자는 3의 배수다. 따라서 묶음에서 마지막 숫자는 우리가 원하는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묶음의 앞 2개의 숫자는 연속되는 숫자이기 때문에 짝수가 하나씩 있다. 따라서 둘 중 하나는 우리가 원하는 숫자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3개씩 묶은 묶음 안에는 3의 배수도 아니고, 2의 배수도 아닌 수가 딱 하나씩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찾는 2000번째 숫자는 3개씩 묶은 것의 2000번째 묶음에 있다. 3개씩 묶은 것의 2000번째 묶음은 (5998, 5999, 6000)이다. 따라서 2001번째 묶음은 (6001, 6002, 6003)이고, 2001번째 숫자는 6001이다.

 

 

나는 가끔 사람들과 수학문제를 이야기 한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수학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거다. 문제해결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관찰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며 생각을 모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에 익숙하지 않다. 우리가 익숙한 문제는 이런 문제다.

 

(Q)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어디인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정답이 머리 속에 맴도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의 시간일 뿐 생각하는 시간은 아니다. 사람들은 생각의 힘이 필요하고, 스마트하게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건 생각의 능력이 아니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능력은 그 다음 문제이며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수학문제만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나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특별한 생각의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간을 요구할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태도다. 수학문제를 듣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2가지다. 어떤 사람은 흥미를 갖고 재미있는 꺼리가 하나 생겼다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골치 아픈 문제를 왜 내가 생각해야 하냐는 얼굴로 문제를 그냥 외면 한다.

 

수학문제를 외면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내가 문제를 풀려고 했다가 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풀려고 하다가 못 푸느니 처음부터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수학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일상의 많은 일들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다는 열정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끈기를 갖고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 태도라면, 비슷한 태도가 수학문제를 푸는 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필요한 것이 계산능력이다. 앞의 문제에서는 3*2000 = 6000 이라는 계산능력이 필요하다. 이 정도는 계산 능력이라고 표현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수준 낮은 계산이지만 많은 수학문제들이 요구하는 계산 능력은 대부분 그렇게 높은 수준의 계산이 없다. 그래서 수학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같이 저녁을 먹던 사람 중에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어서 나는 즉흥적으로 말했다.

“이런 문제 100개를 소개하는 책을 만들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아빠가 같이 푼 100문제. 잘 될 꺼 같지 않아요?”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같이 푸셔야 해요. 그래야 팔려요.”

 

그의 말은 ‘이 문제는 시험에 안 나와요’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 문제는 시험에 나온다. 아직 안 나왔을 뿐이다. 이미 시험에 나온 문제만을 푸는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80점은 맞아도 엄마가 원하는 90점 이상을 받지는 못한다. 무슨 일이든 기본이 있고 차이를 만드는 것이 있다. 차이를 만드는 부분을 제대로 했을 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사회적인 일도 마찬가지다. 항상 남들이 하는 것, 일반적인 것, 유행하는 것만 따라다니다 보면 항상 비슷비슷,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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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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