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리바운드와 리바이스

예전에 현대그룹에서 처음 농구팀을 만들었을 때, 당시 정주영 회장께서 처음으로 농구 경기를 관전했다고 한다. 그 때, 정주영 회장은 처음 보는 농구 경기를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바구니에 들어가지 않고 튀어나오는 공을 잘 잡는 게 중요하겠어. 그걸 잘하면 이길 거 같아.”

 

그는 리바운드라는 말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농구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리바운드를 장악해야 한다는 핵심을 파악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의 통찰력에 매우 놀랬었다. 농구는 상대 바스켓에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이긴다. 당연히 슛을 가장 많이 넣는 선수가 위대한 선수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리바운드를 장악하는 팀이 게임을 장악한다.

 

 

예전에 내가 농구를 열심히 보며 따라 했을 때, 마이클 조던은 농구의 신이었다. 최고의 농구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은 어느 날 아버지가 광적인 팬의 총에 죽자 은퇴한다. 골프와 야구로 시간을 몇 년 보내다 어느 날 “I’m Back”이라는 한마디로 그는 다시 나타났다. 당시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는 최고의 팀이었고 지지 않는 팀이었다.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에서 스커티 피펜과 데니스 로드맨과 삼각편대를 이루며 연승에 연승을 더해갔다. 그런데, 그 시카고 불스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가 바로 데니스 로드맨이었다. 그는 슛을 안 하는 농구 선수다. 그가 하는 단 한가지는 리바운드. 그는 시카고 불스에 오기 전에도 NBA 최고의 리바운드 왕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리바운드 머신’이라고 불렀고, 그는 리바운드만 했다. 그렇게 리바운드만 했던 그에 의해 그의 팀들은 항상 경기를 장악했다.

 

데니스 로드맨은 일본의 만화가에게도 영감을 줬다. 90년대 초 슬램덩크라는 농구만화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선풍적인 인기였다. 특히 나는 ‘단순, 무식, 과감’의 캐릭터인 강백호를 좋아했었는데, 주인공인 강백호의 모델이 바로 데니스 로드맨이다. 만화가는 최고의 슈터였던 서태웅이 아닌 리바운드 밖에는 할 줄 몰랐던 강백호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만화를 이끌어가기에 강백호가 더 주인공으로 적당했겠지만, 농구 경기를 지배하는 데에도 리바운드 밖에 할 줄 모르는 강백호는 주인공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많은 일에는 핵심이 있다. 어쩌면 바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뒤에 더 중요한 핵심이 있다. 코스닥이 열풍이고 IT 기술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 때, 사람들이 기술을 가진 회사들에 투자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의 생활 패턴은 책상 위에 PC를 기본적으로 올려놓는 것이 당연하게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등장하며 주목 받았을 때,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이 나에게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IT, PC, 인터넷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기본적으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유망한 거 아닐까?”

 

그의 말은 사실 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도 무엇인가 핵심을 발견한 것이었다. 벤처가 붐이고, 코스닥이 열풍이었을 때는 아무 말도 안 하던 사람들이 그 열풍이 사그라들고 거품이 꺼질 때, 코스닥 열풍을 서부 개척기의 금광과 비유했다. 금맥을 발견하는 사람보다는 결국 청바지를 만들어서 파는 사람들이 돈을 벌더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테헤란 벨리에 많은 벤처 기업들이 생겼을 때, 결국은 가구 장사들과 인테리어 회사들만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후와 같은 기술주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나스닥의 열풍이 불었던 2000년경에 투자의 귀재인 워랜 버핏은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주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카페트 회사에 투자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아마 버핏이 투자하지 않았던 많은 벤처기업들이 다른 사람에게 투자 받은 돈을 버핏이 투자한 회사의 카페트를 사서 인테리어를 했을 거다.

 

 

“농구에는 리바운드가 중요하다. 금광을 캐던 사람들은 돈을 못 벌었고, 청바지를 팔던 리바이스는 돈을 벌었다.”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뒤통수를 치며 주변을 보라고 나에게 충고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나에게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게 된다. 어떻게 나의 일에 ‘리바운드’나 ‘리바이스’와 같은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한가지 중요한 것은 봐야 한다는 거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 나의 인생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거다. 우리는 내 주변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건 어쩌면 아주 쉬운 일이면서도 우리가 좀처럼 생각지 못하는 일이다.

 

 

또, 볼 때에는 기본 가정이나 조건을 갖지 말고 봐야 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선입견 없이 보는 거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예전에 2002년 월드컵을 위해 히딩크 감독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히딩크는 한국 축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기술이 아주 좋다. 하지만, 체력이 약하다.”

 

그의 분석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 축구에 대해서, 기술은 떨어지지만 근성으로 악으로 깡으로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비디오를 보여주며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사용하는 선수는 국제적으로 그렇게 많지가 않은데, 한국 선수들은 양쪽 발을 모두 사용하고 개인적인 기본기가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체력이 약해서 아무리 악으로 뛰어도 후반 30분이 넘어가면 모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기술이 떨어진다고 봤던 것을 그는 축구를 즐기지 않고 단지 열심히 하기 때문에 축구의 센스가 없고 영리한 축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애국심으로는 16강에 갈 수 없다.”

“축구를 즐기면 경기를 지배하게 되고 결국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특별한 통찰력을 발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선입견 없이 내 주변을 보자. 특별한 무엇을 발견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사실을 그냥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주위를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단지 주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경쟁력이 된다. 중요한 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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