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어느 증권회사 지점장과의 대화

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증권회사의 한 지점장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본사의 업무태도에 문제가 많다고 하며 자신이 최근에 겪은 일을 흥분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고객 중에 20억 정도를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VIP인 그 고객이 30억 정도를 추가로 투자하고 싶다고 하며, 자신이 이미 많은 돈을 투자했고 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상황이니 자신의 거래 수수료를 좀 낮춰달라고 제안했단다. 그 고객은 수수료를 낮춰주면 투자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투자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 지점장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회사의 입장에서도 이런 자산가 고객을 놓치면 안 된다 싶어 본사에 특별 케이스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우리 회사는 누구에게도 수수료를 낮춰주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라는 짧은 답변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답답하고 화가 나서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습니까? 수수료를 낮춰주지 않으면 이 고객의 돈을 유치할 수 없습니다.” 라며 열을 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 “원칙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라는 짧은 답변뿐이었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부자인 고객이 당신에게 특별대우를 요구한다. 원칙에 어긋나지만 그 고객의 요구에 응해주면 당신의 회사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하겠나?

 

 

나는 그 지점장과 이야기하면서 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본점에서는 융통성 있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본점에서는 지점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탁상행정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나는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가 옳다. 그의 말대로 제도를 실용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융통성 있게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자율적인 권한을 최대한 줘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본점에서는 과연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르기 때문에 그랬을까?”

“그런 상황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칙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닐까?”

“우리 회사는 원칙을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특별 케이스를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보다 더 크다는 어떤 결론을 본사에서는 이미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융통성을 포기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이익을 얻는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사에서 특별 케이스를 많이 만들면 관리하기 불편해서 행정의 편의상 지점의 요구를 묵살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믿을 수 있는 회사이며 한번 정한 원칙을 어떠한 유혹이 있어도 지키는 신뢰를 소중하게 여기는 회사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브랜드를 키워가기 위해 눈 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더 큰 이익을 만들려고 했다면 그것은 어쩌면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장사꾼이 있고 큰 장사꾼이 있다면 큰 장사꾼의 모습은 분명 작은 장사꾼의 모습과는 다를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점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던 나 자신이 좀 어수룩하게 생각됐다. 어쩌면 지점이 본사를 믿고 신뢰한다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큰 뜻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원칙을 이야기 할 때에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를 덧붙여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일 거다.

 

아무튼 그 지점장과의 짧은 대화는 나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대부분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 일들일 거다. 그래서 문제는 생각보다 어렵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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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옳다’라는 제목으로 또 하나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좋은 책이 되기를 바라며 소개합니다.



나는 옳다
박종하 저

‘성공’과 ‘행복’은 스스로 자신감을 곧추세울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늘 주저하고 망설이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긍정의 힘’을 부여함으로써 지지부진한 생각과 행동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책. 저자는 창의력 컨설팅을 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사람을 통해, 사람들이 겪는 실패의 원인,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 기존 생각과 고정관념의 오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긍정의 힘, 즉 ‘나는 옳다’는 믿음을 갖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모든 변화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달려 …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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