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호 아시아나 그룹에 강의를 갔었다. 연수원에서 하루를 보내며 쉬는 시간에 금호 그룹의 박물관과 같이 꾸며 놓은 전시실에 들어가 창업자에 대한 이야기와 그룹의 성장에 관한 홍보자료들을 둘러봤다. 그런데, 창업자에 대한 소개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금호 그룹의 창업자는 광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시다가 택시 2대를 마련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1946년 택시 2대로 시작한 운수회사가 그룹의 시초인데, 그것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창업 회장님은 당시에는 은퇴할 나이인 40대에 기업을 창업하시고...'

 

당시에는 은퇴할 나이인 40대라는 문구가 나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당시에는 은퇴할 나이인 40대. 나는 나이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말은 사실이다. 1946년 대한민국은 40대에 은퇴하고 60살이 되면 오래 살았다고 잔치했던 시대다. 당시에는 40살이 넘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죽었을 것이고, 60세까지 살았던 사람도 많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2008년 대한민국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40대에 강제로 은퇴하게 될까 걱정하고, 60살이 되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이 지나며, 70살이 되면 이제부터 인생을 즐겁게 즐기자며 9988(99세까지 팔팔하게)를 외친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상한다. 앞으로 20년 안에 바이오 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평균 수명은 120살이 될 거라고 말이다.

 

 

‘당시에는 은퇴할 나이인 40대에...’라는 말이 나에게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에 내가...’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에 주눅들기도 하고 나이를 핑계 삼기도 하며, ‘이 나이에 내가 ...’라는 말로 많은 것을 포기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나이를 의식하며

"내 나이를 생각해야지."

"이 나이에 바보 같지 않아?"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라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고 자신을 가로막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이렇게 남을 의식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인 것이다.

 

 

나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망설여질 때면 나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내가 박사과정 학생일 때 만났던 어떤 할머니 수학자가 바로 그분이다. 우리 학교에 어떤 여성 수학자가 초청강사로 오신 적이 있었다. 연세도 있어 보이는 여성 수학자가 자신의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하러 미국에서 한국까지 와서 며칠동안 세미나에 참석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들려준 그분의 인생은 더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40대에 처음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녀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고 아들 둘을 뒷바라지하며 생활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모두 고등학생이 되어서 기숙사로 가면서 아이들 뒷바라지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녀는 가까운 대학교에 가서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40대에 처음 수학을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어서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흔히 수학은 10대의 학문이라고 한다. 10대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유명한 수학자의 대열에는 낄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적어도 젊었을 때 하는 공부가 수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는 40대에 처음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때 나는 우리 지도교수님과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교수님은 그 여성 수학자는 천재라고 평가하셨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좋은 결과를 많이 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시면서 그녀는 천재라고 선생님께서는 평가하셨다. 하지만, 나중에 나는 선생님의 계산 중 일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께서는 외모로 그녀가 60대 후반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실제로 그녀는 80대였다. 사실 나는 그녀가 80대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더 더욱 그녀를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40대에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할 수 있을까?"

"그것을 80대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80대가 되어도 새로운 연구를 하며 나의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하러 멀리 다른 나라까지 가서 세미나를 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2008년을 시작한지 엊그제인데 벌써 1월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은 이렇게 빨리 가고 우리의 나이는 하나씩 늘어간다. 그렇게 늘어가는 나이를 느끼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축되기도 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포기하기도 하고, 이유 없는 괴로움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이 나이에...’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나이에 그런 것을 한다는 것이 바보 같지 않아?"

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그렇게 나이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모른다. 오히려,

"이 나이에 못할게 뭐 있냐?"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해보자. 나이는 자랑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