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보이지 않는 것의 힘

Demonstrations of love are small,

compared with the great thing that is back of them.

(Khalil Gibran from Mary Haskell’s Journal. April, 28, 1922.)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1922년 4월 28일 칼릴 지브란

 

 

아주 오래 전에 좋아하던 친구에게 칼릴 지브란의 시를 들은 적이 있다. 친구는 사랑하는 연인사이에서 일명 연애편지를 이렇게 시로 주고 받는다는 것이 놀랍지 않냐며 칼릴 지브란의 시 몇 편을 보여줬다.

 

하지만 나는 시를 읽어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도무지 이해도 되지 않고, 어떤 감정의 이입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기억 나는 것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나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에는 약간 기분이 나빠진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그런 기분만 남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칼릴 지브란의 시집 몇 권을 샀다. 한번 봐서 모르는 것도 여러 번 보면 알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로 시집을 사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기분만 더 나빠졌던 것도 같다. 그리고 칼릴 지브란의 시집은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있었다. 몇 일전, 우연히 눈에 들어온 칼릴 지브란의 시집을 읽었다. 이성적인 이해도 감성적인 느낌도 여전히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정도만 이해하고 자신의 최근 감정상태와 교감이 되는 것만 느끼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의 위대함’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랬는지 다른 많은 시들은 그저 난해하기만 할뿐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위의 한편의 시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정답이 없는 일들을 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고, 정답이 없는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특정한 기술이나 작은 재주보다는 마음의 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있고, 정답이 없는 문제가 있다. 선생님이 시험을 보는 문제들은 항상 정답이 있다. 객관식문제가 아니라, 논술과 같은 문제도 정답이 있다. 당신은 정답이 있는 문제들의 정답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정답이 있는 문제들의 정답은 바로 선생님의 생각을 맞추는 거다.

 

평가를 위한 모든 문제는 평가의 기준이 객관적으로 마련되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평가를 하는 문제에 정답이 없다면 오히려 객관성이 떨어져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채점하는 사람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거나 또는 채점하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좋은 평가가 아니다. 그래서 평가를 하는 모든 문제는 정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정답이 있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들은 ‘선생님의 생각 맞추기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출제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출제자를 만족시킬 수 있나를 생각해보면 정답이 있는 문제는 잘 풀 수 있다. 

 

 

학교에서 우리는 정답이 있는 문제만을 푼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풀어야 할 대부분의 문제들은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정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이 아니라, 정답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이렇게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경험해보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힘이라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

 

만약 당신이 신상품을 만들고 팔아야 한다고 해보자. 당신은 과학적인 분석기법으로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조사는 과거의 데이터를 얻을 뿐이다. 어제의 시장조사로 내일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시장조사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판단하여 진실된 마음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이 더 큰 대박 상품을 창출하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나 리더십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협상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실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여 그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갖는 것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정말 아주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눈에 보이는 것만 채우려고 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힘’인데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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