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스토리는 사실보다 힘세다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는 고야(Goya)가 그린 <옷 입은 마야>와 <옷 벗은 마야>가 같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스페인의 궁정화가 였던 고야는 같은 모델을 상대로 옷을 입은 그림과 옷을 벗은 그림을 남겼다. 그가 1800년 경에 그린 <옷 벗은 마야>는 당시 사회윤리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것이어서 1815년 그는 종교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재판 후 이 그림은 폐쇄된 저장실로 옮겨졌고 100년이 지난 1900년에야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1901년 프라도 미술관으로 옮겨져 두 그림이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일이고, 종교재판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점잖지 못한 일인 관계로 이 작품 속의 여인이 누구인지, 화가인 고야와는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고야가 의도적으로 2편의 그림을 남겼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어떤 상황에서 2편의 그림이 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추측과 다양한 상상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풍부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는 이 2편의 고야 작품의 가치를 계속 상승시키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한 논란이 더 많이 일수록 이 작품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작품도 스토리가 있을 때 가치는 높아진다. 작품의 가치는 단지 예술적인 완성도만이 전부가 아니다. 예술적인 완성도는 오히려 사람마다 가치평가가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거다. 그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고야가 2편의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화가라면 자신이 그린 그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술성이 아닌 어떤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고야의 작품처럼 스토리가 만들어질 여지를 남기던지 말이다. 

 

 

신화가 역사보다 인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똑 같은 것에도 스토리를 부여할 때 그것의 가치는 높아진다. 그것은 예술작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것들의 가치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이 엄격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무엇인가 플러스 요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객관적인 가치 기준에 집착하고 있다면 당신은 <객관이란 상호 주관이다>라는 말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객관적인 그 어떤 것도 기본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의 교집합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잡는 것이 출발점인 거다.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그래서 가치를 플러스 시키는 방법으로 스토리를 만들거나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가령, 같은 바이올린이라도 <유명 음악가 누가 쓰던 바이올린이다>라고 하면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이야기하는 브랜드의 효과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다. 90년 대 초반에 일본의 어떤 제과점에서는 베토벤 빵이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빵 한 덩어리에 우리 돈으로 2만원에서 3만원이나 받았지만, 베토벤 빵은 매우 잘 팔렸다. 베토벤 빵이란 빵을 만들 때 빵에게 베토벤 음악을 들려준 빵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은 빵은 맛과 영향과 알지 못하는 어떤 요소까지 다르다고 빵 주인은 선전했고 일본에서는 크게 유행했다. 아이들이 록(Rock) 음악에 빠져있는 것이 못 마땅했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만들어진 빵을 사다 줬다고 한다.

 

가끔 외국의 기업들에는 있는데, 우리 국내 기업들에게 없다고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다. 외국의 잘 나가는 기업들에는 스토리가 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하버드라는 명문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을 시작했고,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빈민가 출신으로 신화를 이루었다.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창업자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명 회사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들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자신들의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의 스토리는 그 기업의 가치를 기본적으로 높이는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매년 광고 홍보비로 엄청난 돈을 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쉬운 일 아닌가?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도 스토리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예술 작품이나 상품 또는 기업에만 스토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나 혼자만이 나누는 이야기라도 이야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단순한 삶이 아닌 어떤 스토리를 갖는 것이 내 인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면 내 인생의 스토리는 정말 필요한 것 아닐까? 내 인생의 스토리를 생각해보자.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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