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9%의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을 줄 알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높은 노동 강도로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국민소득은 1,000달러 정도다.

아프리카의 모로코 국민 가운데 44%의 사람들만이 글을 쓰고 읽는다. 국민들은 게으르게 하루하루를 커피나 마시면서 먹고 놀며 가끔 관광객들에게 양탄자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 그들의 일과다. 하지만, 그들의 국민소득은 3,000달러가 넘는다.

 

 

내가 아침에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회자는 어떤 경제학자가 지적한 북한과 모로코의 현재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어떤 나라는 국민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데도 생계가 어렵고, 왜 어떤 나라는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몇 명의 견해를 사회자는 전했다. 아마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약간씩 다를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차이가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거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는 예전에 들었던 특강이 생각났다. 그 강좌의 주제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잘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거 같다. 특강의 강사는 빅맥 지수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맥도널드 햄버거는 거의 전세계에 진출해있다. 그러다 보니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사람들이 맥도널드 햄버거를 하나 사먹기 위해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가’로 판단이 가능하다는 거다. 가령, 당시 가나 사람들은 맥도널드의 빅맥 하나를 사먹기 위해 3시간을 일해야 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8분을 일하면 빅맥 하나를 먹을 수 있었다. 당시가 90년대 후반이었지만, 지금도 비슷한 상황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사의 말을 듣고 마음의 강한 동요를 느꼈다. 아마, 가장이 되고 어린 아들이 태어나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던 때라서 나 개인의 문제보다는 가정과 조직 그리고 크게는 사회를 처음 현실적으로 생각했던 때라서 더 더욱이 그랬던 거 같다.

 

 

나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걸 보면서, 이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자주 생각하게 되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게 되고, 정치적인 문제를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 거 같다.

 

가끔 혼자 수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산에 들어가서 세상을 잊고 소위 도를 깨우치며 사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다. 멋진 말을 하고 높은 이상을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회의 현실에 참여하는 거다.

 

주위를 보면 문제들은 언제나 항상 복합적이다. 단순한 건 이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들은 이렇게 생긴다. 가령,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으면 1년에 100억원의 경제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터널 공사를 하자는 사람과 산에 터널을 뚫으면 환경이 파괴되고 문화적인 유적지가 훼손될 수가 있기 때문에 터널 공사는 안 된다는 사람이 대치한다. 경제 방정식을 풀면서 경제효과를 계산하는 것이나, 환경 운동이나 문화 유적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터널 공사 문제를 현실에서 의사결정하고 처리하는 일이다. 정말 어려운 일은 계산을 하거나 책을 읽는 일보다 현실에 참여하는 일이다.

 

 

가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나 사회 선동가들을 보면 무지 신경질이 난다. 책임질 줄도 모르고 아예 책임이라는 것의 개념조차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때로는 관여하는 것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 우리는 부정부패를 싫어하고 양심과 도덕이 바로선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부도덕이나 비리만큼이나 나쁜 건 무책임하고 무능하게 현실의 일들을 망치는 거다.
 

우리 사회가 어떤 철학으로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지금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당장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보다 더 크게 다음 세대의 삶을 결정한다. 삶의 질이란 단지 경제적인 풍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며 서로 감사하고 행복한 삶을 공유하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몇 시간을 일해야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 수 있을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삼성 핸드폰을 사기위해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가는 나라마다 다르다. 앞으로도 다를 거다. 나는 우리 사회가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치관을 공유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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