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전에는 유럽 프로축구를 볼일도 없었고,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돼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 출전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가끔 챙겨서 본다. 시차가 있어서 대개 밤 늦은 시간에 경기를 했지만, 시계를 보며 기다렸다가 경기를 봤다. 박지성 선수를 응원하면서 말이다.

 

영국의 프로축구는 전쟁터다. 축구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국내 축구 경기와 약간 다른 살벌함을 프리미어 리그에서 느꼈다. 매분 매초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약간이라도 느긋하게 경기를 보려고 할 때쯤이면, 갑자기 누군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진하고 몸을 던진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무엇인가 예고 없이 터지고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쉬지않고 받는다. 90분을 그렇게 집중하고 몰입하며 뛰는 선수들이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90분을 그렇게 긴장하면서 보는 것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나는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이 됐다. 오늘 하루 경기하고 축구인생을 그만 둘 것도 아닌데. 저렇게 돌진하다 몸이 부러지면 어쩌나. 무조건 열심히 뛰는 것이 현명한 건 아닌데. 강약을 조절하면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또는 오늘 경기만이 아니라 다음 경기를 생각하면서 체력을 안배한다거나 부상을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쩌면 이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에 친구들과 당구장에서 당구를 칠 때보면 옆 테이블에서 가끔 그 동네의 최고수들의 경기가 벌어진다. 고수들이 벌이는 게임에서는 한번의 찬스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고 실수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난다. 우리는 그렇게 잘치는 편이 아니라서 한두 번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가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 하지만, 고수들은 그렇지 않다.

 

바둑을 보면, 프로 기사들은 한 수를 어떻게 두느냐가 승패를 결정한다. 가령, 한명이 한 경기에서 바둑돌을 100번 놓는다고 하자. 우리처럼 바둑을 잘 두지 못하는 사람은 100번 중 몇 번을 아주 엉뚱하게 둬도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프로 바둑 기사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 수 한 수는 바로 승부를 결정짓는 수들이어서 그들은 한 수 한 수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영국 프로축구 선수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하며 뛰는 것처럼 말이다.

 

 

전에 내가 좋아하고 나와 잘 어울리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와 나는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선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삶에 대한 치열함이 없구나. 너는 왜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냐. 너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면 너는 좀 더 네 삶을 치열하게 살 거 같은데.>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고, 단지 놀기만 하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선배와 같이 놀기만 했던 사람이다. 사실 그 당시 나는 공부를 하거나 삶을 계획하며 준비하거나 하는 일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선배와 나의 차이는 이랬다. 우리가 같이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나는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잤다. 전날 술을 먹었기 때문에 술을 깨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잠을 자야만 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전날 술을 먹으면서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에 그 다음날은 더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보충하며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했다. 그의 표현대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거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도 프로의 삶이 있고 아마추어의 삶이 있을지 모르겠다. 프로 선수들처럼 하루하루를 전쟁터와 같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쯤은 그냥 보내도 아무런 느낌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인생이 전쟁터 같아서야 되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나도 내 인생이 전쟁터와 같이 매순간 긴장하며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나 그 사람의 현실은 과거의 그 사람이 만든 거다. 무엇인가를 희망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령, 가난한 남녀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서 이 자식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삶의 기회를 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부모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할거다. 그런 대가를 지불했을 때, 자식에게는 풍요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지는 거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우리는 그만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거다. 꿈을 크게 갖고 비전을 갖고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채우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스스로 물어야 할 거다.

<오늘은 뭐했지? 이번 달은 어떻게 보냈나?>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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