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수학과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수학과의 수업에는 기계공학과 학생들이나 전자공학과의 학생들처럼 다른 학과의 학생들이 몇 명씩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공부에 수학이 필요해서 관련된 세부 전공의 과목을 듣는 거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전공 공부를 남보다 잘하고 싶은데, 수학을 잘하는 것이 자기가 하고 있는 전공 공부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언젠가 한번은 기계공학과의 어떤 학생이 수학과 교수님께 수학을 1년만이라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상담을 하러 왔다. 그 학생은 석사과정의 학생이었던 거 같은데, 자신의 연구주제를 보니까 수학을 잘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그 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잠시 쉬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했다. 그때 교수님께서는 전공 공부를 쉬면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시면서 틈틈이 관련된 수학 공부를 하라고 충고하셨다. 그러면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세월이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


나는 사실 당시에 그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세월이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표현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도 의문이었고,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던 것을 잘 표현하신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왠지 모르게 그 상황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의미로 쓰였던 말 같았다. 하지만, 그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많은 일들에 나는 이 말이 생각난다.


어떤 부모님은 자식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아라. 너는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해라>라고 말씀하신다. 부모님은 자식이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자신들이 뒷바라지를 해주시겠다는 의지로 말씀하시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달린 자식들은 대부분 돈을 모르고 현실을 모르는 매우 무능한 사람이 된다. 그런 무능한 사람은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회사에서도 비슷하다. 공부를 해야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부만 하고 일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공부에 집착하느라 일할 능력을 상실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이 배워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스스로 적용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령, 리더십을 잘 배우고 그 다음에 훌륭한 리더가 되겠다는 생각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한 생각이다. 훌륭한 리더는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을 꾸준하게 배워가는 사람일 거다.


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할 거라고 말한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돈을 많이 벌어서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할 건가? 정말인가? 만약 정말이라면 바로 오늘부터 당신은 자신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가난한 사람을 위해 나누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다.

 

<지금은 내가 형편이 안 된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나는 꼭 불쌍한 사람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할 거다. 나는 가진 자의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이렇게 말하면서 아주 작은 기부의 실천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할 사람이라면 자신의 가진 정도와 상관없이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나눔을 이미 시작한다. 지금은 형편이 안 되지만,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기부를 많이 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부를 실천하지 못할 사람들이다. 그래서 뉴스를 보면서 <선진국의 부자들은 기부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가진 자의 의무를 못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남에게 미루지 말고 나부터 아주 작은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야 하는 거다.


먼저 할 일이 있고, 나중에 할 일이 있다. 그래서 큰 그림을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지 않는다.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을 구별하여 나누는 것이 일을 미루는 것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일들은 오늘 같이 해야 할 것들이다.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옳은 거 같다. 더구나 벌써 금년의 9월이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거 같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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