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어렸을 때에는 거의 매일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도 나이 먹으면서 생활의 반경이 달라지면 1년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같은 하늘 아래서 마음먹으면 1시간 이내에 만날 수 있게 살아도 말이다. 친구와 사는 이야기를 하며 옛날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인생에 진정한 스승은 없었던 거 같아. 나에게 진심으로 공부를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던 거 같고, 인생을 일깨워준 사람도 없었던 거 같고. 넌 어떠냐?>

 

 

진정한 스승이라. 나의 삶에 진정한 영향을 준 선생님이나 존경하는 교수님들을 한 분씩 한 분씩 생각해봤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어서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분들도 몇 분이 생각났고, 나에게 기회를 주셨던 분도 몇 분이 떠올랐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나를 믿고 나에게 기회를 주신 분들을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래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운이 아주 좋았다.

 

가끔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 학교만 가지 않았어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했을 거고, 어느 선생님만 만나지 않았어도 지금보다 영어를 훨씬 더 잘했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실패를 남에게 돌리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실패를 자신이 한번 실패한 것으로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변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학교나 선생님을 비난한다.

 

하지만, 내 친구는 그런 이유로 진정한 스승을 말한 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에는 약간씩 우울해지며 감상에 빠지는데, 그날 내 친구는 그런 기분에 많이 빠져있는 거 같았다. 나는 그날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의 삶에 영향을 준 고마우신 분들을 생각하다가 나는 문득 내가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러면서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소년과 자전거

어떤 아이가 자전거를 자랑하고 있었다. 지나던 아저씨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너, 이 자전거 어디서 났니?>

<저희 형이 줬어요>
 

그때, 옆에 있던 소년이 매우 슬픈 눈으로 자전거가 부러워서 보고 있었다. 그때, 아저씨가 말했다.

<너는 자전거를 줄 형이 없어서 슬프구나>

<아니요. 사실 전 동생에게 줄 자전거가 없어서 슬퍼요>

 

 

우리가 흔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나 잘하세요>라는 표현을 쓴다. 정말 어쩌면 다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일 수 있다. 나만 잘한다면 모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 그것을 내가 하면 된다.

 

내 인생에 고마웠던 사람들처럼, 나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고마운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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