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저녁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약간의 고민도 서로 털어놓으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술을 한잔이라도 마시면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며, 한 친구가 대리운전을 불렀다.

 

어려 보이는 대리 운전기사가 왔다. 깔끔한 차림에 웬지 모르게 술집 웨이터 분위기가 났지만, 인상은 좋아보였다. 대학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회 초년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리 운전을 하는 걸로 봐서는 직업 없이 대리 운전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성실한 대학생이 학비와 자기 용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같았다.

 


"지금은 어떻게 왔어요?"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대리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루 저녁에 몇 건을 뛰는지, 그렇게 뛰면 평균 어느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지 궁금했다. 그 친구는 저녁 시간에는 택시와 좌석버스를 이용하여 이동을 하고, 하루에 4건에서 5건 정도의 대리 운전을 하며, 평균 하루 5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나의 질문에 또박또박 모범생처럼 대꾸했다.

 

"그럼, 한 달에 대략 100만원 정도의 부수입이 생기는 거군요?"
"사실, 부수입이 아니라 수입의 전부입니다."
"대리 운전 말고는 직업이 없어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돈이 별로 생기지 않는 일이거든요."
"월급이 얼마인데요?"
"20만원 정도 받습니다."
"네?"

 


그 친구는 24살이고, 현재 공익근무를 한다고 했다. 낮에는 공익근무를 하고,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대리 운전을 하면 돈이 생겨서 좋지만, 공익근무에 소홀해진다며 진지하게 말했다.

 

"낮에는 공익근무하고, 밤에는 대리운전하면 힘들지 않아요?"
"피곤하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부양 가족이 있어요?"

나는 부양 가족이 있냐고 물었다. 부모님의 경제력이 없어서, 자식이 공익근무를 하면서도 돈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해서 물었던 거다.

 

 

"네. 부양 가족이 있습니다. 아내와 이제 18개월 된 아들이 있습니다."
"아, 결혼을 했군요?"
"네. 그렇습니다."
"음, 결혼해서 자식도 있는데, 공익근무를 해야 하나요?"
"군대는 기준이 엄격합니다. 저에게 부양가족이 있어도, 저희 부모님이 아주 작은 집이라도 있으면 군대에 가야 합니다. 부모님이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도 집이 있다면요."

 


24살의 가장. 군대에 가야 해서 공익근무를 하며, 부양가족을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그의 삶이 너무 피곤할 거 같았다. 그는 공익근무를 하기 전에는 택시 운전을 했고, 그 전에는 퀵 서비스를 했다고 했다. 일찍 결혼을 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고,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까지 생겨서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힘든 상황이 닥칠 걸 알면서도 왜 결혼을 했어요? 군대도 안가고 결혼 한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같은 나이의 친구들은 부모님한테 돈 받아서 생활할 나이인데."
"부럽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있는 거니까요. 저는 행복합니다."
 

그 친구는 행복해보였다. 그 친구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허세를 부리거나,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말하지도 않았다. 그는 진짜 행복해보였다. 힘들게 일하지만, 자신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그는 행복을 느끼는 거 같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에게 매우 친절했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아마, 다른 손님들에게도 그랬을 거다. 생활이 힘들지 않냐는 나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낮잠자는 게 꼭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지금 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풍요의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은 불행하다. 풍요롭지 못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난 행복한 대리운전기사를 소개하고 싶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