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과를 가도록 해라. 마치면 미국으로 유학 가서 경영학을 하도록 하고.”

<아빠, 나 영문과는 싫은데>

“무슨 과를 가고 싶은데?”

<그림 공부하고 싶어>

“안돼, 좋은 집안에 시집가고, 아버지가 사업하게 되면 물려 받아서 키워 내야지. 그럴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게 좋아”

 

아버지는 서울상대를 졸업했고 은행에 입사하여 14년을 근무한 뒤 대기업에 스카웃 됐다.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는 길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 딸.

<그래, 그림공부는 나중에 하지 뭐.>

일단은 영문과에 입학하고 볼 일이었다.

 

딸은 키가 1m 68cm에 잘록한 허리. 계란형의 얼굴, 공부는 반에서 3위 정도였고 아버지는 대기업 부사장이었으므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여고 2학년 때까지 공부를 잘해오던 딸은 3학년 올라와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3년만에 영문과에 합격했다.

아버지도 딸도, 가족 모두가 실망한 결과가 되고 말았지만 홀가분 했다.

재수, 3수를 거치면서 지쳤던 딸은 백화점가서 옷 사입고, 학교 근처의 아이스크림, 피자, 오징어, 튀김집 등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노는 것과 군것질이 일상의 전부라 할 만큼의 학창생활은 나름대로 행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발목이 시큰거렸다.

그 다음엔 이명이 왔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가 나왔다.

골다공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소염진통제를 주사 맞고 약을 먹기도 했다.

시일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점점 악화 돼 갔다.

 

결국엔 근무력증의 진단을 받고 뼈에 힘이 없어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밥도 잘 먹고 말도 잘 하고 의식은 너무나 또렷한데도 누워서 지내야 한다니...

 

딸의 명은 경술(庚戌)년, 기축(己丑)월, 기해(己亥)일, 을해(乙亥)시, 대운 3.

 

기토(己土) 일주가 비견. 겁재(토기)의 중첩해 있는데 화기(火氣)는 턱없이 부족하다.
초년 정해 대운 13세~18세는 좋으니 중학교~고2까지는 정화(丁火)가 지지 술(戌)에 뿌리를 내려 따뜻하다.

또 23세때부터 병술 대운 중 병화(丙火)는 생애 최고의 기운이라 할 수 있으니 행복한 시기가 된다.

28세 이후 30년은 비운(좋지 못한 기운)에 속하니 고통의 세월이 되고 말 것이다.

 

딸의 명으로 보면 겨울 흙이므로 수기(水氣)가 많아지면 썩게 된다.

수기는 재다.

돈이 많아지면 동토(凍土)는 못쓰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날 강도짓을 하여 돈을 모았다면 결과는 비참함과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의 재산은 평생 모은 월급의 수십배에 달했는데, 주식, 부동산 등의 별다른 재테크도 없었으니 이상하다. 아무래도 잔머리로 빼돌린 것이지 싶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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