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에 관하여

입력 2004-08-20 09:59 수정 2004-08-20 09:59
1.

놀러 가기로 했다. 동쪽으로 갈까? 서쪽으로 갈까? 사람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렇게 의견이 갈릴 때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다수결로 결정을 한다.





사람들은 다수결에 아무런 대꾸나 대항 없이 따른다. 자신이 동쪽으로 가고 싶었어도 서쪽으로 가자는 사람이 더 많으면 그냥 서쪽으로 가는 거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같은 수가 나오면 어떻게 할까? 예를 들어, 6명이 손을 들었는데 3명은 동쪽, 3명은 서쪽으로 가자고 한다면? 이런 상황에는 아주 공평하게 동전 던지기를 한다.







2.

다수결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의 아주 기본적인 약속이다. 더 많은 사람이 최대의 행복을 얻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다수결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다수결로 결정할 일과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의 최대 행복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걸 구별해야 한다.





3.

다수결로 결정되는 대표적인 일이 선거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다수결에 민감하다. 인기 연예인들처럼 그들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민감하게 행동한다. 그래서 어떤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은 필요한 말보다는 멋있는 말을 하고, 국가의 이익을 위한 말보다는 자신의 인기가 올라가는 말을 한다.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해보자. 가령, 행정수도의 이전을 생각해보자.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기는 것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다수결로 해야 할까? 국회 의원들의 다수결로 결정하나? 아니면 국민투표로 해야 하나?

행정수도의 이전에 대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국가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 옮기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하는 일인지, 옮기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하는 일인지. 하지만, 요즘처럼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고생하는 일반인이 어떻게 그걸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판단은 전문가 집단에서 식견을 가지고 내놔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절차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다시 말해서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해서 결정할 것이 아니지 않는가?





4.

다수결로 결정할 일보다 책임자가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리드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 그래서,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일에는 책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우리 사회에 봉사하는 진정한 리더는 책임자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책임자는 말 그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령, 경찰 말단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자. 그런데, 그 다음날 그 경찰서의 서장이 파면 당했다. 왜 그럴까? 비리는 말단 직원이 저질렀는데, 왜 서장이 파면을 당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서의 서장은 경찰서의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책임자의 가장 큰 일은 말 그대로 책임을 지는 거다.





5.

책임자는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책임에 대한 권위를 갖는 사람이다. 그 권위를 통하여 일을 하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거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쉬운 것일수록 사람들은 잘 지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른 거다. 가령, 아버지가 권위주의적으로 아들에게 진로를 강요하거나, 강압적인 집안분위기를 만들며 가족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모든 일을 결정한다면 그런 집의 모습은 옳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더욱 더 옳지 않은 거다. 권위주의는 버려야 하지만, 권위는 살려야 한다.





6.

다수결과 책임자의 권위에 관한 관계는 사회의 리더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리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비즈니스는 정치인이 다수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 대중에 영합하는 것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추어 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욕구를 발생시키는 거다. 비즈니스에는 필요(need)를 충족시키는 시장과 욕구(desire)를 불러일으키는 시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큰 비즈니스는 사람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에 필요를 채우는 시장보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시장이 더 크고, 선점하거나 독점하기가 더 유리하다.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처럼 비즈니스에도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번도 컴퓨터를 접한 적이 없는 소비자가 어떻게 컴퓨터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양질의 컴퓨터를 공급하는 것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7.

다수결의 원칙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치나 보며 대중의 비위를 맞춰가는 것이 권력자의 삶이라면 그런 인생은 너무나 불쌍한 삶이다. 우리는 그런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는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며 그것을 통하여 대중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



당신의 비즈니스도 대중의 비위를 맞추며 인기를 쫓아가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공급하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전문적 식견으로 소비자도 모르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그런 마켓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권위를 갖고 책임을 지는 우리 사회의 리더가 많이 나오기를 기도한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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