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목판화)는 에셔(M. C. Escher)의 평면의 규칙적인 분할이라는 작품이다. 그의 그림 속에는 새와 물고기로 평면을 모두 채우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사실, 어떤 모양의 반복으로 평면을 채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셔는 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새와 물고기가 평면을 채워나가는지의 방법을 12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예술가의 천재성으로 뚝딱 만들어졌을 것 같은 작품도 아주 체계적으로 단계단계 만들어짐을 보여주고 있는 거다.



다음 질문에 답을 직접 만들어보라.







[질문]

운동장에 1번부터 100번까지 100명의 학생들이 기합을 받고 있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한번 불면 모두 모자를 벗는다. 두 번째 호루라기를 불면 번호가 2의 배수인 학생들이 모자를 쓴다. 선생님이 세 번째 호루라기를 불면 번호가 3의 배수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모자를 쓰던지 벗던지 한다. 즉, 모자를 쓰고 있던 학생은 모자를 벗고, 모자를 벗고 있던 학생은 모자를 쓴다.

그러니까, 가령 번호가 17번인 학생은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17번째로 불 때까지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가 벗었던 모자를 써야 한다. 그렇게 선생님은 100번의 호루라기를 불고, 100번째 호루라기가 불리면 100번째 학생은 모자를 쓰든지 벗든지 한다.

학생들이 모두 정신을 집중하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제대로 모자를 쓰고 벗었다면, 100번째 호루라기가 불렸을 때, 모자를 벗고 있는 학생은 모두 몇 명인가?







이런 유형의 질문은 입사나 입학의 구술시험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다. 요즘은 4개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나 종이에 무엇을 쓰는 시험보다는, 구술시험이 더 일반적인 추세다. 사실, 종이 시험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순한 지식의 평가가 아니라, 종합적인 그 사람의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토익 시험 점수보다는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그 사람의 영어 능력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앞의 질문을 해결하는 방법을 2가지로 설명해보자.





1. 고상한 방법



앞의 상황에서 벌을 서던 학생이 모자를 벗든지 쓰든지 하는 일은 자신의 약수째에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면 일어난다. 즉, 6번 학생은 {1, 2, 3, 6}번째의 호루라기 소리에 모자를 벗던지 쓰면 된다. 일반적인 수들은 약수가 짝수 개이므로 모자를 벗었다가 결과적으로 마지막에는 모자를 쓰게 된다. 약수가 홀수 개인 수는 {1, 4, 9, 16, 25, 36, 49, 64, 81, 100}과 같이 제곱을 해서 만들어지는 수다. 따라서 모자를 벗고 있는 학생은 모두 10명이다.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앞의 고상한 방법으로 설명할거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의 해답에 대한 설명 방법이다. 문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실질적인 해결은 결코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이런 문제에 매우 익숙하거나 문제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앞의 방법대로 고상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처음 접해서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렇게 해결하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접근이 실질적인 접근이다.





2. 구차한 방법



먼저 대략 처음의 10명을 관찰해보자. 모자를 벗거나 쓰는 일이 발생했을 때를 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벗었을 때 O, 썼을 때 X로 표시해보자.



1번2번3번

4번5번6번

7번

8번9번

10번

O

O,X

O,X

O,X,O

O,X

O,X,O,X

O,X

O,X,O,X

O,X,O

O,X,O,X



10명을 관찰해보면, 1번, 4번, 9번의 학생들이 결과적으로 모자를 벗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해보면 모자를 쓸 때와 벗을 때가 자신의 약수에 해당하는 숫자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6번 학생은 {1, 2, 3, 6}번째의 호각에서 모자를 쓰거나 벗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모자를 벗고 있는 학생은 1번, 4번, 9번처럼 어떤 수의 제곱에 해당하는 번호를 가진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런가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홀수개의 약수를 갖는다는 거다. 즉, 어떤 수의 제곱이면 약수의 개수가 홀수 개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수의 제곱이 되는 {1, 4, 9, 16, 25, 36, 49, 64, 81, 100}번의 학생들이 모자를 벗게 되는 것이다. 답은 모두 10명이다.





어떤 오래된 수학문제가 풀렸다고 해보자. 가령, 10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처음 풀렸다면, 그 풀이는 전화번호부 두께만큼 길 거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그 풀이는 짧아진다. 그러다 5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면 교과서에 1페이지나 2페이지에 소개된다. 우리가 보는 짧고 아주 고상한 정리들의 증명들도 처음에는 아주 구차스럽고 길게 시작했던 것들이다.



대부분의 문제 해결의 설명들은 논리적이고 깔끔하다. 하지만, 그것은 과정이 아니라 설명일 뿐이다. 누구도 처음 접하는 문제를 고상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앞의 논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겪는 문제들은 더욱더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단순하게 어렵지 않게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결과를 보기 때문에 깔끔해 보이는 거다.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구차한 일들이 매우 많다.



문제의 해결뿐만이 아니라 목표의 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자신의 계획대로 자신의 전략대로 어떤 일을 추진해서 잘 이룬 것 같지만 그것 역시 결과만을 보기 때문에 고상해 보이는 거다. 인생은 생각보다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



영화 속의 남녀는 멋진 이별을 한다. 남녀관계를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멋진 이별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일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직장에서 겪는 일들도 그렇고, 친구들이나 사람관계에서 부딪히는 일들도 그렇고, 그리고 가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정답을 보면 모두 단순하고 논리적이고 깔끔해 보이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누구나 시행착오가 있고 약간은 어리숙하게 때로는 약간 멍청하게 그렇게 시작한다.



나는 가끔 우아한 인생을 꿈꾸며 계획했던 일들이 그렇게 척척 진행되지 않는 현실의 상황에서 낙담하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럴 땐 나 스스로에게 말한다. 어떤 일도 고상하게 생각대로 되는 것은 없다. 그렇게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어려운 일이나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은 그렇게 고상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구차하게 얻어지는 일이 더 가치 있는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얻어야 할 많은 일들이 우아한 백조 같다. 겉으로는 매우 우아하게 자신의 모습을 뽐내지만, 물 속으로는 방정맞게 마구 발길질을 해대는 우아한 백조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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