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만우절의 기억

오늘은 만우절이다. 어렸을 적에는 만우절이라고 해서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꾸미려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이제는 그런 것들에 재미가 없어진지 오래가 됐다.

사실 나에게는 만우절이면 항상 생각나는 일이 있다. 벌써 15년이나 된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한동한 그 일을 매년 만우절에 생각했었다. 최근 몇 년동안은 잊고 그냥 지나갔는데, 오늘은 왠지 그 일이 생각난다.

나와 어려서부터 같은 교회에서 오랫동안 친한 친구로 지내던 여학생이 있었다. 우리는 같이 영화도 보고, 수다도 많이 떨고 그랬는데, 그날도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평소와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만우절인거 알아? 내가 거짓말 한번 할까? 나 너를 사랑해”

그러고는 느닷없이 그 친구가 나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때 나는 20살이었다. 그 때까지 나는 여자와 손만 잡아도 그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은 아무 느낌 없이 누구와도 손을 잡지만, 20살 때는 그랬다.

그런 나에게 어줍잖은 키스를 하고, 그녀는 나에게서 떠났다.

나는 멍하니 앉아만 있었고, 어떤 행동을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에게 나중에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있었다.

그 후로 우리의 잘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는다. 그 때의 기억은 나를 따라 다녔다. 그리고 언제나 만우절이면 나에게 선명한 흑백 사진처럼 되살아났다. 최근 몇년 전까지 말이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일이 오늘 갑자기 생각나는 건 왜 일까?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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