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만들며 산다.

이 그림(석판화)는 에셔(M. C. Escher)의 이란 작품이다. 이 그림은 매우 재미있다. 두 손이 서로가 서로를 그리고 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 러셀의 패러독스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정리가 생각난다.

먼저 러셀의 패러독스를 소개하자. 다음 4가지 이야기를 보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보라.

1. 이 문장은 거짓이다.

2. 어떤 크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

3. A: 문장 B는 거짓이다.

B: 문장 A는 진실이다.

4. 어떤 이발사가 말했다.

위의 4가지 중 4번만 자세하게 따져보자. 세비야라는 곳에 한 이발사가 자신의 이발소 앞에 다음과 같이 써 붙였다.

그는 세비야의 모든 사람을 면도해주고 있었다. 이발사는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이 써 붙인 말에 매우 만족했지만, 지나가던 어떤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1. 만약, 이발사가 스스로 면도를 한다면, 그는 스스로 면도하는 사람에 속하기 때문에 그는 이발소 앞에 붙어 있는 말에 따라 자신이 면도할 수가 없다. 즉, 그는 면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2. 만약, 다른 사람이 이발사를 면도해준다면, 그는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에 속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이발사 자신이 면도해주겠다고 이발소 앞에 써 붙여놓았으니, 자신이 면도를 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이 면도할 수 없다.

도대체, 이발사는 어떻게 면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세비야의 이발사 이야기는 버트랜트 러셀이 자신이 만든 집합을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려고 만든 이야기다. 앞에서 소개한 앞뒤가 잘 맞지 않는 4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러셀의 집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러셀이 만든 집합은 다음과 같다.

S = {x| S 에 속하지 않는 모든 원소}

내가 에셔의 그림 을 보면서 러셀의 패러독스를 생각한 이유는 이러한 패러독스가 자기자신을 언급하면서 만들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 완전하지 않은 손이 다른 손을 그리고 있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자기가 그리는 손이 그리는 그림처럼 말이다. 자기자신의 문제를 언급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다.

– 노총각: 나는 나 같은 멍청이와 결혼하지 않을 현명한 여자를 만나서 결혼할 거다.

– 법칙: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 담 벽: 낙서 금지

– 작가의 변: 나는 지금 독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도대체 노총각은 어떻게 결혼을 할 것인가? 결혼할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

–> 는 법칙의 예외는 어떤 법칙일까?

–> 왜 남의 담 벽에 그런 낙서를 하는 건가?

–> 작가는 지금 독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참말을 하고 있는 건가?

이번에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정리를 생각해보자. 불확정성의 원리란, 원자 내부의 전자의 위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미경으로 빛이나 전파를 이용해 전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파동들이 전자에 닿으면 전자의 위치가 바뀌게 되어 전자의 처음 위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확률적인 가능성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것의 상태를 알려면, 그것을 관찰해야 하는데, 관찰을 하기 시작하면 관찰하는 것이 관찰 대상에게 영향을 줘서, 관찰 대상이 처음의 상태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는 거다. 그래서 원래의 모습은 관찰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불확정성의 원리다.

가령, 어떤 여인에게 사랑을 확인 받고 싶은 남자가 라고 그녀에게 물었는데, 그녀는 남자가 자신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사랑이 식어버리는 여자라서 라고 대답했다면 어색한 비유일까. 아무튼.

때로는 관찰이 원래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예측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인과 결과가 많은 경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내가 에셔의 그림 을 보며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떠올렸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셔의 그림 처럼, 우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만들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당신이 만나는 친구를 만들고 또 그 친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때로는 당신이 만든 요리, 당신이 만든 약속, 당신이 정한 규칙, 이런 것들이 당신을 만들기도 한다. 내가 썼던 많은 글들이 때로는 나를 만드는 걸 나는 가끔 본다. 어쩌면 그런 것이 우리 인생을 더욱 더 재미있는 것으로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보라. 요즘 당신은 무엇을 만들고 있나? 당신이 만드는 어떤 것이 당신을 만들고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만들고, 그것은 당신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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