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말하는 기술

이 그림(목판화)은 내가 좋아하는 에셔(M.C Escher)의 바벨탑이란 작품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 사람들은 죄를 많이 지었고, 타락했다. 하나님은 그들을 물로서 심판했다. 거대한 홍수가 세상을 뒤덮었고, 노아의 8명의 가족만이 살아 남았다. 그 후에 노아의 후손들은 바빌로니아 땅에 정착하여 도시를 건설하며 살았고, 그들의 사회가 번성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신에게 도전하고 싶어졌다. 인간이 신보다 못할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늘에 닿는 거대한 탑을 세우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바벨탑이다. 그 바벨탑이 완성되면 예전처럼 큰 홍수가 세상을 뒤덮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무지개를 약속의 징표로 주시면서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었는데, 사람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괘씸하게 생각하신 하나님은 사람들의 언어를 혼동시켜 탑의 건축이 중단되게 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인류는 같은 말을 사용하다가 그 때서부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 언어의 강력한 힘을 생각한다. 언어가 없었으면 인류의 문명은 없었을 것이다. 가끔은 언어가 불가사의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언어라는 도구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령, 내가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또는 애매한 감정들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언어를 사용하여 서로에게 전달한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끔은 놀랍기도 하고, 언어를 그만큼 잘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요즘 같은 정보화 사회에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느낄 것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도, 한국 사이트만 도는 사람과 영어 사이트를 우리 글을 검색하듯 검색하는 사람과는 정보의 차이가 매우 크다. 물론, 일본이나 프랑스 독일과 같은 나라의 웹 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더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언어를 약간 확장하여 생각하면, 다양한 언어가 있다. 가령, 컴퓨터를 생각해보자. 컴퓨터라는 기계는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하는 기계다. 컴퓨터는 반항하지 않고, 자신의 물리적인 상태가 소멸될 때까지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기계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대화를 하려면 그 컴퓨터의 말을 알아야 한다.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C언어나 java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아야 하고, 시스템을 움직이려면 시스템 언어를 알아야 한다. 작은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움직이려면 그것에게 명령을 하는 언어를 알아야 일을 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계는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한다. 가끔은 에러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기계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말을 시키는 사람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시켰기 때문에 에러가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의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그렇게 하듯이 말이다.

아무튼,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우리에게 힘이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현재 우리가 하는 말을 더 잘하는 것이다. 나는 말을 잘하는 것이 다른 언어를 하나 더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 그냥 저절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말을 잘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말을 배워야 할까? 말하는 기술을 배운다고 하면 어떤 사람은 이런 것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다음을 빠른 속도로 따라 해보세요.

– 경찰청 쇠창살.

–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냐? 장 공장장이냐?

– 들의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랴? 깐 콩까지나 안 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인데

– 저 분은 백 법학 박사이고, 이 분은 박 법학 박사이다.

– 상표 붙인 큰 깡통은 깐 깡통인가? 안 깐 깡통인가?

– 서울특별시 특허 허가과 허가과장 허과장

이런 건 TV 아나운서가 되려는 사람들이나, 그와 비슷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발음을 정확하게 하거나 빠른 속도로 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내용을 말 해야 할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 말은 내용이 중요하다. 그 상황에 맞게 현명한 단어를 써야 하고, 슬기롭게 말해야 한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가령, 이런 거다. 설날이 되어 가족들이 모이면 결혼한 남녀는 부모님들께 용돈을 드린다. 그럼, 남자와 여자는 얼마의 용돈을 드릴까를 서로 이야기한다. 용돈은 주로 남자 부모님께 드리는 액수를 먼저 언급하게 된다. 남자가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 부인이 자기 부모에게 잘하면 사랑을 느끼고, 부모에게 못하면 증오를 느낀다고 한다. 남편의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아도, 시부모님께 친근하게 효도하는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지극정성을 쏟아도 시부모님께 무뚝뚝하고 공경하는 것에 소홀하면 남자들은 여자에 대한 애정이 싹 떨어진다고 말한다.

평소에 부모님께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둘째 치고라도 먼저 앞의 대화를 보자. 남자가 부모님께 드릴 돈의 액수를 말하는데, 여자가 그 돈의 액수로 흥정을 하고 있다. 말하는 기술이 매우 떨어지는 여자다. 남자들은 여자가 이렇게 나오면 이혼하고 싶어진다.

일반적으로 위의 상황에서 똑똑한 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말하는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는 자신의 말에 대한 결과를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말이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이냐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자신의 말에 대한 결과를 생각하고 할 말을 결정하는 것이 말 잘하는 첫 번째 기술인 것이다.

다시 앞의 상황을 보자. 먼저 현명하지 않은 여자는 남자가 제시한 돈의 액수를 흥정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를 보면 이렇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들은 열 받아서 여자와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래 그렇게 하자며 여자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부모님께 여자 모르게 돈을 더 드린다. 여자는 남편에게 인심 잃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얻지 못한다.

한편, 여자가 라고 말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일단 여자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남자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그리고, 자기 부인이 적지 않을까요?라고 했다고 해서 라고 말하는 남자는 없다. 오히려, 부인이 자기 부모님께 잘하니까 자신은 부모님보다는 자기 집안의 일에 더 신경 쓴다. 그런 말을 들은 남자들은 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부인에게 많은 것을 믿고 맡긴다.

어쩌면 이런 것은 말은 쉽고,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시적소에 현명한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모두 느끼지 않는가? 그렇다면, 평소에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말하는 기술을 키워보라.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말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를 생각하며 많은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꾸준히 학습하자. 말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먼저 많은 결과의 차이를 만들 것이다.

앞의 에셔의 바벨탑을 보면, 그림 속 사람들은 성실하게 탑을 쌓으면서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곧 닥쳐올 재앙을 알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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